본문 바로가기

美 북극군 지정, 노르웨이군 북상 … 新북극 냉전

중앙선데이 2011.07.10 01:52 226호 3면 지면보기
미국은 북극해에 대한 끈을 한 치도 놓지 않는다. 정기적으로 군사훈련을 한다. 2011년 3월엔 아이스엑스(ICEX) 훈련을 했다. 훈련 기간 중 핵잠수함 코네티컷이 빙판을 가르고 북극점 인근으로 떠올라 북극권의 미군사력을 과시했다. [미 해군 사이트]
#장면1= 2011년 3월 19일 북극 인근. 거대한 빙판이 흔들리며 굉음과 함께 갈라졌다. 그 틈으로 검은색 거대한 철 구조물이 드러났다. 미 해군 시울프급 핵잠수함 코네티컷의 망루였다. 3월 15일~4월 2일 북극해 훈련 아이스엑스(ICEX)에 참가하면서 ‘시위하듯’ 부상, 흔적을 남긴 것이다. 아이스엑스는 2~3년마다 북극해에서만 하는 특수 훈련. 이번 훈련엔 코네티컷뿐 아니라 2008년 건조된 핵잠수함 뉴햄프셔도 처음 참여했다. 기동 훈련은 실전처럼 전개됐다. 그 기간 중 레이 메이버스 미 해군 장관은 알래스카 최북단 북위 70도 프러드호만에 있는 미 핵잠수함 임시기지를 방문했다. 북극에 보유한 미국의 강력한 군사력은 유감없이 발휘됐다.

지구 온난화가 가져온 또 하나의 그림자

#장면2=겨울엔 해가 뜨지 않고 눈과 얼음으로 덮이는 노르웨이 북부의 한 지역. 조명 낮은 방 한쪽 벽면엔 스크린이 넓게 펼쳐 있다. 스크린엔 북극해 연안국 지도와 함께 북극해 지나는 항공기·전투기·선박 등의 움직임이 실시간 뜬다. 영화 속 장면이 아니다. 파이낸셜 타임스가 보도한 노르웨이 북부 보도시의 노르웨이 군사령부다.

노르웨이 군사령부는 2010년 1000㎞를 북상해 북극권 바로 안인 북위 67도15분으로 옮겼다. 북극권에 사령부를 들이민 첫 나라이며 사령부급으론 최북단이다. 미 방공사령부 파견대도 북위 61도 알래스카 엘맨도르크에 있다. 노르웨이가 이 ‘높은 곳’까지 사령부를 옮긴 것은 북극해의 심상치 않은 군사 기류 때문이다. 위의 사례 모두 2009년 1월 당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야프데후프 스헤페르 사무총장이 “북극해 연안국들이 북극에서 군사력을 증강하고 있다”고 경계한 직후의 일이다.

북극을 둘러싼 움직임은 가파르다. 온난화로 빙하는 녹지만 북극엔 오히려 한랭전선이 냉전을 방불케 하듯 강하게 전개된다. 북극의 자원과 발전 가능성을 둘러싼 각축이 외교를 넘어 군사적 움직임으로 전환되고 있다. 미국 북극연구소의 존 페럴 박사는 전화통화에서 “북극 냉전까지 걱정하지는 않는다. 국제 공조로 잘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나 주변국의 움직임은 그렇게 간단해 보이지 않는다.

러시아가 가장 거칠다. 지난 2년간 북 캐나다 영공과 노르웨이 북극해로 Tu-160 폭격기를 보내 ‘자극을 일삼던’ 러시아는 1일 강력한 발언과 조치를 쏟아냈다. 아나톨리 세르듀코프 러시아 국방장관은 “러시아의 북극해 주권 수호를 위해 2개 여단 창설을 계획 중”이라고 했다. 배치 장소로 아르한겔스크와 무르만스크가 꼽힌다. 특히 러시아 최북단 북위 69도에 있는 항구 도시 무르만스크는 전략적 가치가 크다. ‘바로 옆’ 노르웨이의 보도 군사령부와 경쟁하듯 위도 3도, 거리 333㎞ 북극에 더 가깝다.

블라디미르 비소츠키 해군 총사령관도 같은 날 “최근 나토 국가들이 북극을 자기 이해 지역으로 규정하고 조직적·단합적 행동을 한다. 러시아의 이익에 부정적”이라며 “중국·한국·일본·말레이시아·태국 같은 동아시아 국가들의 북극권 활동도 강화됐다”고 겨냥하듯 말했다. 전날인 6월 30일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북극에서의 러시아의 이해관계를 확고하고 지속적으로 보호할 것”이라고 한 발언과 맥을 같이한다. 세르게이 이바노프 부총리도 6일 “러시아는 2012년 북극권 영해의 확장을 요청하는 신청서를 유엔에 제출할 것”이라고 했다. 2차 탐사단도 보낸다고 했다. 숨가쁜 북극 조치다.

러시아의 이런 조치들은 캐나다를 자극했다. 캐나다 국방부는 2일 “8월 중 북극권에서 1000명 규모의 병력으로 군사훈련을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런데 장소가 의미심장하다. 북극해의 캐나다령 배핀 섬과 엘즈미어 섬인데 엘즈미어는 북위 80도, 배핀은 북위 72도다. 캐나다군이 북극점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서 사상 최대 규모로 하는 작전이다. 피터 매케이 국방장관은 “북극해에 대한 캐나다의 영향력을 키우고 북극권에 대한 상시 주둔을 강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노골적으로 말했다. 캐나다가 2007년 7월 31억 캐나다달러를 투자해 초계정 6대를 구입하고, 160억 달러를 들여 F-35를 구입하는 것도 북극해의 군사력 증강으로 간주된다.

북극해를 둘러싼 치열한 갈등의 배경이 엄청난 자원과 해빙으로 인한 신항로 때문이란 점은 널리 알려져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이 2008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북극에는 세계 석유 매장량의 13%와 전 세계 천연가스 추정 매장량의 3분의 1인 47조㎥가 매장돼 있다. 러시아·캐나다·그린란드에 접한 지역에는 니켈·철광석·알루미늄·구리·우라늄·다이아몬드가 풍부하다. 또 온난화로 1979년부터 10년마다 평균 11.2%의 얼음이 녹는다. 2040년엔 완전히 녹을 것이란 예상도 있다. 그렇게 되면 열리는 ‘극동-북시베리아 해안-유럽’의 북동항로는 현재의 ‘극동-수에즈-유럽’ 항로보다 40%, 약 7000㎞ 짧아진다. 물류의 혁명이다. 이 때문에 인접 5개국이 민감한 것이다.

러,“파이조각 얻으려 한다” 중국 관심 비난
러시아가 특히 그렇다. 러시아는 2007년 로모노소프와 멘델레예프 해령에 깃발을 꽂는 퍼포먼스를 했다. 로모노소프는 시베리아 섬과 그린란드의 엘레스메레 섬과 연결돼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게 되면 러시아는 배타적 경계수역을 확대할 수 있다. 미국·캐나다 사이에도 자원 갈등이 있다. 서로서로 다 다툰다. 이 같은 북극해 갈등 해소를 위해 2008년 5월 말 덴마크가 그린란드 일룰리사트에서 북극해 연안국들의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일룰리사트 선언문’을 만들어 ‘북극해 연안 5개국 사이에 영유권 분쟁이 심화될 경우 법적으로 해결할 것’을 합의했지만 실제 효력은 별로다.
미국은 러시아·캐나다·노르웨이처럼 드러내진 않지만 이미 군사적으로 깊숙이 움직이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4월 6일 북극 관할 사령부로 북부사령부를 지정했다. 2008년 유럽·태평양 사령부가 북부사령부와 함께 북극을 관할하게 한 ‘애매함’을 깨고 책임을 분명히 했다. 미국의 북극 관심은 2009년이 전기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퇴임 직전 북극해에 대한 안보적 관심을 강화하는 대통령 군사안보 명령(NSPD) 66호와 국토안보 대통령 명령(HSPD) 25호에 서명했다. 마지막 대통령 명령이자 94년 이래 변화가 없었던 북극해에 관한 첫 조치다. 냉전시대부터 통상 해온 북극 군사 훈련을 넘는 조치다. 미국은 러시아를 늘 감시해왔다. 북위 76도에 있는 그린란드 튤 주재 미 공군 12우주경계부대의 주 임무는 주로 러시아가 쏠지 모를 대륙간 탄도탄 미사일 조기경보였지만 지금은 러시아의 북극 움직임도 감시 대상에 추가됐다. 미국의 관심엔 ‘테러 대응’이란 요소도 작용한다. 미 해군의 북극 잠수함 연구소의 배리 켐벨 박사는 “파나마나 수에즈 운하를 지날 때는 감시체제가 작동하지만 현 체제상 북극을 경유하게 되면 감시망에서 벗어난다. 미국 안보를 위해 북극해의 수색·감시가 필요하다”고 했다.
2004년 북극의 노르웨이 영토인 바렌츠해의 뉘올레순 섬에 400명 규모의 ‘황하’ 기지를 만들려다 거부되자 20명 기지로 축소한 중국도 끊임없이 관심을 보인다. 2010년 3월 중국의 한 해군 제독은 “북극 개발 중장기 계획을 만드는 것은 중 해군의 이익”이라고 말했다. 이런 중국을 비소츠키 러시아 해군 총사령관은 “중국이 북극 파이 한 조각을 얻으려 쟁탈전에 뛰어들었다”며 “중국 같은 나라를 막기 위해 북극 해양순찰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은 이런 갈등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외교통상부 영토해양과 북극 담당관 문제필 서기관은 “북극해 연안국은 주권의 문제에 매우 민감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북극 이사회에 옵서버 형식으로 참여하고 있을 뿐으로 군사·안보 분야엔 특별히 관여하지 않는다. 우리가 입장을 표명할 경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선데이 배너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