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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만 다닐 수 있다면 … 고수입 위해 꽃게잡이 배도 탄다

중앙선데이 2011.07.10 01:50 226호 4면 지면보기
일본식 덮밥집에서 만난 대학생 한민규씨는 성격이 낙천적이다. 하지만 그도 요즘 들어 부쩍 장래에 대한 걱정이 많아졌다. 아르바이트에 몰두하다보면 전공 공부도, 취업 준비도 소홀해지기 쉽기 때문이다. 최정동 기자
7일 오후 3시. 서울 지하철 2호선 봉천역 부근의 한 일본식 덮밥 집. 한민규(25·대진대 산업공학 3년)씨는 점심 손님을 한 차례 치르고 난 뒤 잠시 낮잠을 청하고 있었다. 그는 이곳에 오전 10시 반쯤 출근한다. 쌍문동 집에서 한 시간가량 지하철을 타고 온다. 오전 11시 반부터 시작하는 가게는 오후 11시 반에 끝난다. 휴식 시간을 빼고도 11시간을 일한다. 하루 6만원(시급 5000원)의 일당을 받는다.

등록금 1000만원 시대 2011 대학가 여름방학 풍속도

◆일식집·주유소에서=아르바이트는 그에게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소규모 자영업을 하는 아버지의 수입만으로는 등록금·생활비 감당이 어렵기 때문이다. 대학에 입학했을 때부터 ‘스스로 벌어야만 학교를 다닐 수 있다’는 생각을 해왔다.

2004년 말 수능시험을 치른 뒤 곧바로 아르바이트에 뛰어들었다. 주유소에서 시급 3300원을 받았다. 대학 입학 뒤에는 주말마다 백화점에서 주차관리를 맡았다. 주말 내내 일하면 월 25만원을 쥘 수 있었다. 2학년 때부터는 용산 전자상가의 식당에서 음식 배달 일을 했다. 한 번에 다섯 판이 넘는 백반 세트를 머리에 이고 배달하다가 넘어진 적도 여러 번이다. 손님들의 짜증을 웃음으로 받는 것도 익숙해졌다.

한민규씨는 학기 중에는 주중 아르바이트를 할 시간이 없다. 과제를 하기도 벅차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말에만 아르바이트를 한다. 방학 땐 대부분 시간을 알바에 쓴다. 비행기 티켓을 끊어 해외 배낭여행을 떠나는 동년배 친구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하지만 그는 “그들이 돈이 있는 것은 그 사람들에게 주어진 환경이고, 나는 내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고 싶다”며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서해바다 꽃게잡이도=대구가톨릭대 김대훈(24·메카트로닉스학부)씨는 고향 친구 정수일(24)씨와 함께 6일부터 충남 태안반도 끝자락인 신진도 신진항 민가에 머무르고 있다. 꽃게잡이 배를 타는 아르바이트를 위해서다. 둘은 올 1학기를 마치고 휴학했다. 생활비와 등록금을 벌기 위해서다. 그는 그동안 공사장 막일, 인테리어 보조, PC방 아르바이트 등 안 해본 일이 없다. 하지만 수입이 낫다는 공사장 일도 하루 일당 7만원. 그나마 비 오는 날은 공치기 일쑤여서 한 달 150만원을 벌기도 빠듯했다. 그래서 택한 게 꽃게잡이다.

새벽같이 8t짜리 꽃게잡이 통발 어선을 타고 앞바다에 나가 흔들리는 배 위에서 통발을 설치하고 회수하는 일을 해야 한다. 꽃게잡이는 금어기가 끝나는 다음달 중순부터 시작돼 11월 말까지 이어진다. 우선은 앞바다에서 통발로 노래미와 우럭 등을 잡는 일을 하며 꽃게잡이 ‘훈련’을 한다. 선주 한흥철씨는 “바다에 한 번 나가면 최소한 2박3일은 조업을 해야 한다”며 “학생들이 기특하긴 하지만 이런 힘든 일을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연안어업 아르바이트는 조황이나 날씨에 관계없이 월 150만원의 기본급을 받고 어획량에 따라 실적급을 받는다. 계획대로라면 4개월 동안 약 1000만원을 벌 수 있다. 김대훈씨는 “힘들지만 돈을 많이 벌 수 있으니 한 번 도전해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흥가 룸살롱까지=수도권 전문대 휴학생인 A씨(22·여·보건학)는 강남 역삼동의 한 룸살롱에 나간다. 손님과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른다. 월 수입이 700만원을 넘지만 옷·화장품 등을 사다 보면 손에 들어오는 돈은 400만원이다. A씨의 꿈은 대학을 졸업하고 병원 코디네이터로 취직하는 것이었지만 비싼 학비에 생활비까지 대기가 쉽지 않아 1학년이던 2009년 이곳 세계에 뛰어들었다. 그녀의 삶은 고단하다. 젊음을 팔고 술을 물처럼 마셔야 한다. 가장 고통스러운 건 자존감 상실이다. 친구들이 알까봐 두렵기도 하다. 하지만 그만두고 싶어도 당장 생활비가 줄어들게 겁난다. 1년만 하고 돌아가려던 것이 벌써 2년이 됐다.

영문학을 전공하는 이모(22)씨는 9월부터 미국에서 지내게 된다. 교환학생 프로그램 때문이다. 목적지는 캘리포니아로 1년간 공부할 예정이다. 그는 “부모님이 지원해주신 덕분에 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같은 대학 3년 김모(21)씨는 이번 여름방학이 시작되자마자 친구들과 홍콩여행을 다녀왔다. 3일 일정의 여행비는 150만원. “기분전환 겸 다녀오라”는 부모님의 허락을 받아 부담 없이 여행을 즐기고 왔다. 언론정보학과 4학년 전모(24)씨는 이달 초부터 서울 충무로의 신세계백화점 본점에서 인턴으로 근무하고 있다. 1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들어갔다는 전씨는 6주간 근무하며 200만원을 벌고 ‘스펙’도 쌓는다.

이처럼 대학생들의 모습이 점점 양극단으로 나뉘고 있다. 용돈벌이 명목이던 알바가 이젠 학교를 계속 다니기 위한 등록금 마련과 생활비 벌이로 바뀌고 있다. 가난한 집안 형편 탓에 직접 돈을 벌어야만 하는 ‘생계형’ 아르바이트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형편이 나은 수많은 학생들은 경험을 쌓기 위해 해외로, 기업 인턴으로 나가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르바이트 전문 구인구직 포털 알바몬이 올 4월 대학생 392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37.8%가 “현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르바이트를 하지도 구하지도 않는 대학생은 7.4%에 불과했다. 또 ‘생계형 아르바이트’ 여부를 묻는 질문엔 66.8%가 ‘그렇다’고 답했다.

알바몬 이영걸 본부장은 “최근 대학 등록금이 급격히 오른 데다 생활물가 급등으로 인해 5년여 전보다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학생 알바들은 사회적인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임금체불 등의 피해가 대표적이다. 알바몬이 지난달 아르바이트생 37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아르바이트생 10명 중 7명이 임금과 관련된 부당 대우를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힘든 아르바이트 경험과 피해 사례가 결국 해당 학생들에게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사회에 대한 불만이 쌓이고 폭발할 가능성도 상존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대책을 세워야 할 정부는 손을 놓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에는 아르바이트에 대한 이렇다 할 통계도 실태 파악도 없다. 취업을 관장하는 고용노동부 역시 마찬가지다. 고용노동부 이경한 노동시장정책과장은 “정부 정책은 본격적인 취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개념이라서 아르바이트에 대해서는 별도의 자료나 대책은 없다”고 밝혔다.

※이 기사의 취재·작성에는 본지 대학생 인턴기자인 경희대 오경묵·김기태(언론정보학과 4년)씨와 한양대 오선진(기계공학부 4년), 서강대 장혜인(정외과 4년)씨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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