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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산업의 족쇄를 풀어라

중앙선데이 2011.07.04 12:44 225호 35면 지면보기
몇 년 전 연말 세일 시즌에 홍콩을 방문했다가 놀랐던 기억이 지금도 새롭다. 백화점이건 식당이건 어딜 가나 한국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었다. 좀 과장하자면 패션 매장 손님 중 절반가량은 한국인이라 할 정도였다. 손님들은 세일시즌에 홍콩으로 쇼핑을 오면 한국과의 가격 차이로 인해 항공료는 쉽게 빠진다고 했다.

요즘 국내 경기가 좋지 못해 다들 해결책을 찾느라 고민이다. 특히 체감경기를 살리자면 내수를 키워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큰 서비스산업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가뜩이나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과소비를 유발하지 않고 서비스산업을 키우자면 수출산업화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즉 넓은 의미의 관광산업 활성화다.
관광산업은 서비스산업 중에서도 전 세계적으로 규모뿐 아니라 고용효과가 가장 큰산업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멀리 볼 것도 없이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권의 화교들과 일본관광객을 얼마나 유치하느냐가 관건이다. 해외로 여행을 가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첫째는 자연경관 내지 문화유산을 보는 것인데, 이는 자연적으로 주어졌거나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라 우리가 어찌하기 어려운 것이다. 불행하게도 국제적인 기준으로 볼때 자연경관에 있어서 우리는 경쟁력이 부족하다. 나라에 전해져 오는 역사, 유적, 고유의 풍습 등을 의미하는 문화유산도 있지만, 이또한 많은 외국인을 끌어들일 만큼 풍성하지못한 게 현실이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최근 들어 한류가 전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겨울연가’와 ‘대장금’으로 시작한 한류가 K팝으로 더 큰 도약을 맞이하고 있어 큰기대를 가져 본다. 문화에 있어 음식문화도 큰비중을 차지하는 점을 생각하면 웰빙바람을 타고 한식이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도 고무적이다. 이미 김치·삼계탕·비빔밥 등은 세계인들이 좋아하는 대표적인 한국음식이 되었다.
특히 할리우드 스타들도 다이어트 음식으로 한식을 선호한다니 기대가 된다. 물론 이 두가지 모두 20~30년 앞을 내다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부의 정책 지원과 민간의 투자가 어우러져 인내를 갖고 추진해 나가야 할 뿐 아니라 그 결과 또한 장담할 수는 없는 것이다.

둘째는 쇼핑이나 레저ㆍ오락의 해외여행인데, 이것은 그 나라의 정책 방향에 따라 상대적으로 손쉽게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왜 세일 시즌만 되면 한국을 비롯한 일본·중국의 관광객이 홍콩을 가득 메우는가. 거의 면세 수준에서 다시 할인된 가격으로 전 세계 명품들을 판매하고 있고 수요가많다 보니 물건 또한 다양하기 때문이다. 한국 관광객이 쇼핑하고 체류하며 소비한 금액뿐 아니라 중국·일본의 관광객이 뿌리는 돈도 한국으로 끌어와야 하지 않겠는가. 이미 전 세계 패션 명품의 대부분이 이 세 나라에서 소비되고 있는 마당에 면세 지역을 과감하게 지정할 필요가 있다.

또 하나는 카지노다. 마카오에 라스베이거스 자본이 들어와 초대형 카지노를 설립한 이후 넘쳐나는 관광객으로 인해 마카오 경제는 지난 10년간 연평균 30% 이상 성장했다. 싱가포르도 랜드마크 빌딩 겸 초대형 카지노인 머리나 베이 샌즈를 개장한 이후 외국관광객이 20% 이상 증가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초대형 카지노 유치를 위해 내국인에게 전면적으로 카지노 출입을 허용하는 것은 폐해가 있을 수 있으나 어차피 수요가 있는 만큼 전향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하나는 의료의 관광산업화다. 우리나라는 거의 모든 의료 분야에서 세계적인 수준이 되었다. 특히 성형외과· 피부과·치과·건강검진과 같은 분야는 세계 초일류다. 이런 의료서비스는 주로 부유층이 즐겨 이용하고 일반 수술환자와 달리 치료후에도 활동이 대체로 자유롭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아시아의 부자들이 한국으로 몰려와 의료서비스를 받고 면세 지역에서 쇼핑하고 카지노에서 게임을 즐기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그 부가가치와 고용 유발 효과는 엄청날 것이다. 지난해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 환자가 8만 명을 겨우 넘긴 데 반해 우리보다 의료 수준이 떨어지는 태국(156만 명), 싱가포르(72만 명), 인도(73만 명)는 훨씬 앞서 있다. 영리의료법인 문제가 몇 년째 표류하고 있는 현실을 보면 답답한 심정이다. 길이 보이는데도 못 가고 있는 것 같아서...



유상호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한일은행·대우증권·메리츠증권을 거쳤다. 2002년 한국투자증권 부사장으로 옮긴 뒤 2007년 사장에 취임했다. 증권업계의 대표적인 국제금융 전문가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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