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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선거 결과 존중” 우회 압박 … 반탁신 군부 쿠데타 가능성 작아

중앙일보 2011.07.04 00:47 종합 2면 지면보기



잉락의 친탁신당 승리 이후



두바이에 도피 중인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가 3일 자신의 집 근처에서 열린 회의 도중 태국 총선 결과를 전해 듣고 웃고 있다. [두바이 AP=연합뉴스]



3일 오후 태국 총선에서 승리가 확정된 방콕 뉴페치부리가(街) OAI 빌딩 푸어타이당 당사 앞. 눈물을 흘리며 감격을 주체하지 못하던 붉은 티셔츠(탁신 지지자 상징)의 군중들은 “탁신 쏘쏘(힘내라)” “정의가 승리했다”며 환호했다.



 지난 10년간 다섯 차례 총선에서 5연승한 친(親)탁신당은 이번 선거에서도 강력한 흡인력을 발휘했다. 탁신계 푸어타이당은 이번 선거의 성격을 2006년 쿠데타로 쫓겨난 탁신 친나왓 전 총리를 재평가하는 국민투표로 규정했다. 유권자들의 의식 속에 ‘친탁이냐 반탁이냐’로 단순화한 질문을 던진 것이다.



 정권교체를 눈앞에 둔 푸어타이당과 잉락 친나왓 총리 후보 앞에는 풀어나가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다. 우선 올 12월 말 딸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귀국하겠다고 밝힌 탁신 전 총리의 거취 문제다. 탁신의 영향력을 원동력으로 삼아 총리로 발돋움했지만 잉락에게 탁신은 떨쳐야 할 그림자이기도 하다. 잉락은 이 문제에 대해 “인지상정의 문제”라며 즉답을 피해왔다. 현재 여당인 민주당은 부정부패 혐의가 인정돼 실형이 선고된 탁신을 사면해선 안 된다고 버티고 있어 탁신 또는 민주당을 설득해야 하는 부담을 떠맡아야 한다.



 이와 함께 민주당 집권 시절 치솟은 물가와 경제 침체로 더욱 심각해진 서민들의 생활고를 덜어주는 것도 큰 과제가 아닐 수 없다. 기본급 40% 인상 등 선심성 복지 공약으로 표심을 산 푸어타이당은 경제 회생을 실질적으로 이끌어야 한다. 또 잉락은 탁신의 자산 소유와 관련된 증언을 위증했다고 고발당한 상태다. 민주당 등 반탁신 진영에서 선거에서 질 경우를 대비해 마련한 보험 성격의 조치다. 잉락이 정치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다. 유죄가 입증되면 또다시 태국 정국엔 소용돌이가 휘몰아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군부의 동향도 미지수다. 탁신을 쫓아낸 군부는 여전히 반탁신 입장이다. 잉락은 “정치보복은 없다”고 단언했지만 군부의 의구심은 가라앉지 않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하지만 군부가 이번에도 쿠데타를 일으켜 선거 결과를 뒤집을 가능성은 작은 편이다. 태국을 주요 동맹으로 동남아 정책을 펴고 있는 미국 정부가 태국 군부에 선거 결과를 존중할 것을 우회적으로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콕=정용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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