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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클래식 키즈’ 뒤엔 ‘메세나’ 고 박성용 회장 있었다

중앙일보 2011.07.04 00:39 종합 3면 지면보기



노블레스 오블리주 묵묵히 실천
올 차이콥스키 콩쿠르 수상자
5명 중 4명이 ‘금호 영재’ 출신



2005년 금호음악인상 시상식 전에 자리를 함께한 박성용 명예회장(왼쪽)과 피아니스트 손열음씨.



2011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에서 거둔 ‘코리안 클래식 키즈’의 쾌거 뒤에는 클래식계의 든든한 후원자가 있었다. 2005년 숙환으로 타계한 고(故) 박성용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이다. 한국인 입상자 다섯 명 중 서선영(여자 성악 1위)·손열음(피아노 2위)·조성진(피아노 3위)·이지혜(바이올린 3위) 4명이 박 명예회장이 1998년 처음 도입한 ‘금호 영재 프로그램 출신’이다. 금호아시아나 문화재단이 클래식 유망 신인 발굴 목적으로 시작한 프로그램이다. 오디션을 통해 숨겨진 보석을 찾아낼 뿐만 아니라 무대 매너 교육 등 세심한 경력 관리로도 유명하다. 원년 멤버 손열음씨를 비롯해 김규연·김선욱·조성진(이상 피아노), 권혁주·신현수·김혜진(이상 바이올린), 성민제(더블베이스), 이상은(첼로) 등 지금껏 1000여 명이 이 프로그램을 거쳐갔다.



 박 명예회장은 미국 예일대 경제학 석·박사 출신이다. 1960년대 대통령 경제비서관과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를 지낸 공직자이자 학자였다. 클래식 애호가였던 그는 평소 해외에 비해 열악한 국내 예술환경을 안타까워했다. “조건을 달지 않은 후원이 진짜다”라는 말을 자주 했다. 고인은 93년부터 세계적인 명품 고악기를 구입해 연주자들에게 무상 대여하는 ‘악기 은행’을 운영했고, 뉴욕 필 하모닉 오케스트라 지휘자 로린 마젤 등 세계적 음악인과 한국의 연주자를 연결시켜줬다.



 손열음씨는 본지 일요판 중앙SUNDAY 6월 5일자 칼럼에서 “명품 악기를 주시면서도 오히려 ‘새것, 더 좋은 것을 못 사줘 어쩌지…’라며 눈물을 보이실 만큼 마음이 여리셨다”고 회고했다. 공연 칼럼니스트 한정호씨는 “박 명예회장의 등장과 함께 국내에서도 예술 분야에 대한 기업 메세나가 본격화됐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전형이다 ” 라고 전했다.



최민우 기자



◆메세나(Mecenat)=문화예술가들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은 로마제국의 정치가 마에케나스(Maecenas)에서 유래한다. 1967년 미국에서 기업예술후원회가 발족하면서 이 용어를 처음 썼다. 이후 각국의 기업인들이 메세나협의회를 설립하면서 메세나는 예술·과학·스포츠에 대한 기업의 지원 활동을 일컫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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