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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블로거’ 포털은 관리 책임 없나

중앙일보 2011.07.04 00:27 종합 20면 지면보기
유명 블로거가 안전성에 문제 있는 상품의 공동구매를 알선하고, 거액의 수수료를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영향력이 큰 이른바 ‘파워 블로거’의 상품 판매 행위를 규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문제 있는 제품 공동구매 알선
살균세척기 제조사서 2억 받기로
구매자들 집단 손배소 움직임
포털선 “블로거 권한 제재 못해”

 인터넷 포털업체 네이버에서 요리·살림 전문 블로거로 활동해온 H씨(47·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여러 차례 자신의 블로그에서 야채·과일용 살균 세척기 공동구매를 진행했다. 이 블로그는 회원이 130만 명, 하루 방문객이 15만 명에 달한다. H씨는 이 세척기와 관련해 “과일 등을 넣고 씻으면 농약·세균·중금속 등이 모두 씻겨내려간다”는 사용 후기를 남겼다. 이에 36만원짜리 제품은 블로그를 통해 3000대나 팔렸다.



 문제는 지난달 30일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의 안전성 조사에서 국제기준(0.1ppm 이하)을 초과한 오존 농도가 검출된 것. 기술표준원은 제조사인 L사에 자발적 수거를 권고했다. 이 소식을 접한 구매자들은 H씨와 제조사에 전액 환불을 요구했다. 하지만 H씨와 제조사 모두 환불 조치에 난색을 표하면서 구매자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H씨가 공동구매 과정에서 업체로부터 제품 한 대에 7만원씩 모두 2억여원의 수수료를 받기로 했다는 게 알려지면서 비판 여론은 더욱 들끓었다. H씨가 올린 사용 후기도 제조사의 홍보 문구를 그대로 베낀 것으로 드러났다.



 제품 구매자들은 피해 배상을 요구하는 인터넷 카페를 개설해 공동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 이 카페엔 현재 2900명이 넘는 회원이 가입했다. 이 카페 회원들은 제조사와 H씨를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거액의 수수료를 챙긴 H씨에 대해선 고소도 검토하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인터넷 포털업체의 파워 블로거 관리 책임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포털업체가 자체 선정한 파워 블로거 가운데 일부가 H씨처럼 제품을 홍보해주는 대신 수수료를 챙기는, 사실상의 ‘브로커’ 역할을 하고 있는데도 이를 방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네이버 측은 “함부로 블로거의 권한을 제재할 수 없고, 수수료를 받는지 여부는 더더욱 확인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파워 블로거의 수수료 챙기기는 현행법상 제재할 마땅한 수단이 없다. 파워 블로거는 제조사나 판매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성경제 전자거래팀장은 “최근 파워 블로거들이 돈을 받고 광고를 하는 행태가 늘어 대책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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