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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총 100조 눈앞 코스닥 ‘대표 선수’가 없다

중앙일보 2011.07.04 00:25 경제 10면 지면보기
#코스닥에 상장한 기업의 지난해 매출액은 101조원이다. 우리나라 총생산(GDP)의 8.6%를 차지했다. 2001년엔 6.8%였으니 그동안 꾸준히 성장한 것이다. 중소·벤처기업은 코스닥을 창구 삼아 자금을 마련했다. 지금까지 기업공개(IPO)로 끌어들인 자금은 39조원에 달한다. 기업이 주주와 성장이익을 나눌 수 있는 투자의 장을 코스닥이 마련해 준 셈이다.


개장 15년 맞은 코스닥 시장

 #지난해 초 조모씨는 사채업자한테 100억원을 빌려 코스닥 상장기업 넥서스투자를 인수했다. 이후 그는 바이오 펀드를 조성한다며 257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하지만 여기서 마련한 대금 중 일부를 자신의 빚을 갚는 데 썼다. 넥서스투자는 지난 4월 횡령·배임 혐의로 코스닥에서 퇴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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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쪽에선 나라 경제에 기여하고, 다른 쪽에선 각종 불법행위로 얼룩진 코스닥의 두 얼굴이다.



 코스닥 시장이 지난 1일 개장 15돌을 맞았다. 기존 시장 대신 벤처·중소기업이 주로 거래되는 신(新)시장 가운데서는 시가총액 및 상장회사 수가 세계 4위에 이를 정도로 국제적 위상이 높아졌다. 하지만 압축성장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찮다. 횡령과 배임, 주가 조작 등 범죄가 속출했다. 개인의 투기가 만연한 탓에 대수술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시장의 시가총액은 6월 말 기준 96조9000억원으로 출범 원년(7조6000억원)에 비해 12배 이상으로 불었다. 상장법인 수도 1025개로 원년(331개)보다 3배 이상으로 늘었다. 96년 하루 평균 10만 주, 20억원이던 거래 규모는 올 들어 5억5500만 주, 1조8450억원으로 급증했다. 거래대금은 세계 신시장 중 2위다. 신성장산업의 인큐베이터 역할도 톡톡히 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코스닥 상장기업의 86%가 중소기업이다. 정보기술(IT)·생명공학기술(BT)·문화기술(CT) 등 미래 성장동력이나 첨단기술 관련 기업이 55%로 절반을 넘는다. 코스닥은 자금 조달을 지원해 이들이 중견기업으로 커나갈 영양분을 공급했다. 일자리도 많이 만들었다. 한국거래소가 2005년부터 2009년까지 231개 코스닥 기업을 조사한 결과 상장 후 근로자 수는 5년간 평균 40.9% 증가했다.











 사실 코스닥의 성장은 외환위기 이후 불어온 벤처 열풍에서 비롯됐다. 98년까지만 해도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60억원으로 ‘미니 시장’에 가까웠다. 하지만 벤처 열풍에 힙입어 거래량은 99년 4290억원, 2000년 2조4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코스닥지수는 2000년 3월 10일 최고점(2834.40)을 찍었다. 그러나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거품은 꺼지게 마련이다. 벤처 열풍이 사그라지면서 지수는 반 토막이 났다. 이후 계속 1000 선 아래를 맴돌고 있다. 현재 코스닥 지수는 484.11로 2000년의 5분의 1 수준이다.



 그간 꾸준히 상승해 온 유가증권시장에 비해 코스닥이 부진한 이유로는 일부 기업의 도덕적 해이가 꼽힌다. 상대적으로 허술한 감시망 때문에 비리가 만연해 있고, 해당 기업의 퇴출로 이어지면서 신뢰의 위기에 봉착한 것이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퇴출된 기업 162곳 중 43곳이 대표이사의 횡령과 배임, 사기 등의 이유로 상장 폐지됐다. 45개 기업은 회계처리 불투명으로 감사의견을 받지 못했다. 올해 상반기에만 코스닥에서 퇴출된 회사가 30개에 달한다.











 우리투자증권 정근해 스몰캡팀장은 “문제의 코스닥 기업 대부분이 감사가 있었지만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했다”며 “자생적으로 사업을 하기 힘들어진 기업은 결국 불공정한 머니게임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을 대표할 만한 대형주나 우량주도 찾아보기 힘들다. 코스닥 시가총액 1위인 셀트리온이 유가증권시장으로 오면 50위권에 불과하다. 상당수의 코스닥 기업은 구체적 성과가 없는 데도 ‘녹색산업’ 같은 인기 테마로 포장해 투자자들을 유혹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큰손’인 기관과 외국인의 참여도가 낮다. 투자비중이 각각 3.6%에 그친다. 대신 개인의 비중은 91.8%나 됐다. 코스닥이 외부 충격에 취약한 단기 투기성 시장으로 전락한 이유다.



 전문가들은 코스닥의 환골탈태를 위해선 부실기업이 진입하지 못하도록 상장 심사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증권사들이 경쟁적으로 IPO 업체를 유치하다 보니 사전 검증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자본시장연구원 이인형 연구위원은 “현재 코스닥 시장의 치명적인 약점은 높은 위험에 비해 수익이 크지 않다는 것”이라며 “우량기업을 따로 모아 지수를 만들고 관련 상품을 개발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는 상장폐지 실질심사 실효성을 제고하고 우회상장·3자배정 심사를 강화하는 식으로 시장 건전화를 추진하고 있다. 또 코스닥 우량기업에는 기업설명회(IR) 서비스를 지원하고 기업정보를 제공하는 등의 서비스를 펼쳐나갈 계획이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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