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스페셜 리포트] 20층엔 삼성증권, 25층엔 신한은행, 29층엔 메릴린치

중앙일보 2011.07.04 00:16 경제 2면 지면보기
하늘이 구름을 잔뜩 머금은 1일 오후 서울 태평로 서울파이낸스센터(SFC). 은행-증권사 간 프라이빗뱅킹(PB) 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곳이다. 20층엔 삼성증권, 25층엔 신한은행, 29층엔 우리투자증권이 인수한 한국메릴린치의 PB센터가 자리 잡고 있다.


PB전쟁 현장, 서울파이낸스센터

 20층 삼성증권의 ‘SNI 서울파이낸스센터’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1층 안내 데스크 옆 ‘인포메이션’에 한 줄짜리 층별 소개 이외에는 센터의 존재를 알리는 안내판도 없다. 멤버십 카드가 있거나, 인터폰을 통해 신원이 확인돼야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겉은 차분해 보였다. 하지만 5개 층 위에 있는 신한은행 PB센터와의 인력을 둘러싼 소송 때문인지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대리석 재질로 된 넓은 중앙홀 곳곳은 명화(名畵)·도자기 등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로 장식돼 있다. 은은한 조명이 비치는 상담실에는 대형 TV와 푹신한 소파가 설치돼 있어 아늑함을 더한다. 침대만 있다면 호텔 객실로 착각할 정도다. 이곳을 찾는 고객은 중견기업 최고경영자(CEO),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 연예인·스포츠스타 등이다. 유직열 지점장은 “주로 금융자산이 30억원을 넘는 고객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같은 빌딩 25층 신한은행의 ‘신한PB 서울파이낸스센터’. 화려한 현관 입구에 들어서자 정장을 말끔히 차려입은 보안요원이 맞았다. 상담실 입구마다 ‘상담 내용 보안을 위한 음성보호시스템이 가동되고 있습니다’라는 내용의 표지판이 걸려 있다. 이정우 지점장은 “고액 자산가를 상대로 하는 만큼 비밀유지와 보안을 중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우아한 인테리어로 치장된 상담실에 들어가면 멀리 북악산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별도로 약속을 잡으면 변호사·세무사 컨설팅도 받을 수 있다. 호텔 비즈니스센터와 비슷하게 설계된 ‘이벤트룸’도 있다. 지인끼리 환담을 나눌 수도 있고, 고객을 위한 각종 세미나도 열린다. 이처럼 고액 자산가를 위한 특화 서비스를 꾸준히 실시해 온 덕에 이 센터의 자산 관리 규모는 일반 지점의 10배 수준인 1조2000억원에 달한다.



 우리투자증권 PB센터도 조만간 이 빌딩에 둥지를 튼다. 금융회사가 경쟁적으로 이 빌딩에 PB센터를 마련하는 이유는 상징성 때문이다. 이 빌딩이 서울 강북 오피스빌딩의 랜드마크 같은 곳인 데다, 광화문 근처로 접근성이 좋고, 큰돈을 굴리는 개인 기업도 많이 입주해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패션 하면 강북은 명동, 강남은 압구정동을 떠올리는 것처럼 강북은 서울파이낸스센터, 강남은 강남파이낸스센터가 금융의 중심지로 인식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손해용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