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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의 현장] 민영화 풀 고차 방정식은

중앙일보 2011.07.04 00:13 경제 1면 지면보기



우리금융 인수전, 국민연금은 누구 손 들어줄까



왼쪽부터 티스톤파트너스 민유성 회장, MBK파트너스 김병주 회장, 보고펀드 변양호 대표.





‘물 건너갔다고 봐야 하는 것 아닌가.’-



정부가 우리금융지주의 민영화 작업에 다시 들어갔지만 시장과 여론 반응은 싸늘하다. 지난해 하반기 1차 민영화 추진 때의 열기와 딴판이다.



 관심을 끌었던 산은·KB·신한·우리 등 4대 금융그룹이 발을 뺀 가운데 사모펀드 3곳만 입찰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사모펀드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다 이명박 정부의 임기말 레임덕까지 겹치면서, 3년은 또 기다려야 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하지만 그렇게 쉽게 속단할 일은 아니다. 별 관심을 끌지 못한 채 조용히 진행되다 전격 성사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국내 최대 물주인 국민연금의 시각도 그렇다. 복잡하게 꼬인 우리금융 민영화의 고차 방정식이 이번엔 과연 풀릴지 주요 변수들을 들여다보자.



 먼저 정부의 의지다.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입찰 자격을 4대 금융그룹에 한정한 적이 없는 만큼 매각절차는 정상적으로 추진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3곳의 펀드가 나섰으니 ‘유효 경쟁’은 일단 성립된 것이고, 앞으로 자금조달 및 경영계획 등의 요건만 충족하면 ‘완주’에 문제가 없을 것이란 설명이다.



 정부 안의 묘한 기류변화도 감지된다. 금융위가 당초 산은지주 등 기존 금융그룹에 기대를 걸었던 것은 맞다. 하지만 주요 금융그룹이 인수의향서(LOI)를 내지 않기까지 보여준 행태에 적잖이 실망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회장 독주의 의사결정과 무사안일 등 지배구조의 낙후성을 절감했다는 것이다. 정부가 금융그룹들의 경영 혁신을 압박하기 위해서도 우리금융 민영화를 성사시키려 들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연결되는 변수가 정치권, 특히 국회의 선택이다. 이번에 산은지주 등 금융그룹이 들어오지 못한 것은 정치권의 영향도 컸다. 금융위가 금융그룹의 참여를 촉진하기 위해 관련 법을 바꾸려 했지만, 국회가 전혀 움직여주지 않았다. 특정 금융그룹 회장에 대한 반감이 크게 작용했다. 이번에도 국회가 특혜시비 등을 들고 나오며 반대하면 정부도 결국 백기를 들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비관적이지만은 않다. 지난해까지 정치권에선 우리금융 민영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컸다.



 정치권을 움직이는 건 누가 뭐래도 여론 향배다. 내년 양대 선거를 앞둔 상황이라 더욱 그렇다. 국민정서의 향배와 관련한 중요 변수가 사모펀드(PEF)에 대한 반감이다. 이는 미국계 PEF인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뒤 배당금 빼먹기에만 열중한 데서 나온 것이다. ‘PEF는 안 된다’는 여론이 팽배할 경우 정치권이 반대에 앞장서고 정부도 속수무책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다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인수전에 나선 3곳의 PEF 모두 ‘토종’이기 때문이다. 보고펀드의 변양호 대표, MBK파트너스의 김병주 회장, 티스톤파트너스의 민유성 회장 등은 이구동성으로 “우리는 국내 자본이 절대 우위인 토종 PEF”라며 론스타와 분명히 다르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이들은 배당을 자제하면서 주식가치를 올려 수익을 얻는 방향의 경영계획을 제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장기적으로 우리금융의 경영을 책임지면서 국내 금융산업 발전에도 기여할 전략적 투자자(SI)를 끌어들이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MBK와 손을 잡은 새마을금고다. 새마을금고는 총자산 100조원에, 중앙회 운용자금만 20조원에 달하는 자금력과 부실 없는 ‘풀뿌리 금융’ 이미지를 내세우고 있다. 독일의 경우도 새마을금고 같은 지역협동조합이 대형 상업은행인 DZ뱅크의 주식을 소유해 ‘서민-부자-기업 금융’을 아우르는 시너지를 내고 있다는 게 새마을금고 측 설명이다. 새마을금고의 관계자는 “우리 같은 국내 SI가 이번 인수전에 여럿 참여하면 PEF에 대한 막연한 반감도 가라앉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지막 주요 변수는 국민연금이다. 이번 입찰의 조건을 보면 금융기관의 컨소시엄 지분은 30%로 제한됐다. 나머지는 국내외의 재무적 투자자(FI)로 채워야 하는데, 결국 국민연금을 누가 끌어들이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릴 공산이 크다. 국민연금 고위 관계자는 “아직 어느 쪽에서도 공식 제안을 받지 않았다”며 “여러 변수와 상황을 따져보고 결정한 문제”라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이와 관련해 국민연금 입장에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정권교체 상황과 맞물려 차기 정부에서 행여 ‘특혜 시비’가 이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이다. 국민연금이 손을 잡은 쪽이 이길 가능성이 큰데, 그렇게 되면 특혜 시비에 함께 휘말릴 수 있다는 걱정이다.



 이를 피하기 위해 국민연금은 어느 컨소시엄에도 공식 참여하지 않고 나중에 최종 승자에게 일정 지분을 자동 투자하는 ‘스테이플 파이낸싱(staple financing)’ 방식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은 이미 국내 증시에 상장된 은행계 금융지주회사들의 최대주주인 데다 넘쳐나는 여유 자금을 굴리기 위해서도 우리금융 민영화에 결국 참여하게 될 전망이다. 국민연금이 스테이플 파이낸싱의 묘수를 사용할 경우 우리금융 민영화의 성사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지게 된다.



 우리금융 민영화 작업은 복잡한 것 같으면서도 의외로 단순하다. PEF라는 부담만 털어낸다면 분명한 인수주체가 있고, 이들은 자금조달 능력도 갖고 있다. 따지고 보면 얻는 게 더 많다. 국민 세금인 공적자금을 회수하는 것은 물론이고 금융산업 발전도 도모할 수 있다.



우리금융은 이명박 정부 들어 정치권 바람을 탄 회장이 취임한 뒤 관료화가 심해지고 경쟁력이 훼손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민영화를 미루면 다음 정권에서도 정치권 주변 인물이 회장으로 내려올 게 뻔하다. 그렇게 되면 기업가치는 더 떨어질 것이다. 민영화와 공적자금 회수가 갈수록 요원해지는 수순이다. 금융계 관계자들은 “이런 고리를 끊기 위한 결단을 ‘정부-정치권-국민-시장’이 끌어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스테이플 파이낸싱(staple financing)=기업 인수합병(M&A) 과정에서 특정 인수 희망자에게 자금 지원을 약속하지 않고, 잠재적 인수 희망자 모두에게 딜이 성사되면 사전에 정한 방식으로 돈을 넣겠다고 약정하는 금융기법.



우리금융 민영화 일정



■ 5월 17일: 우리금융 매각작업 5개월 만에 재개



■ 5월 18일:우리금융 매각 공고



■ 6월 29일:국내 사모펀드 3곳 입찰 참여의향서 제출



■ 8월 중(예정):예비입찰제안서 제출



■ 9월 중:최종 입찰 대상자 선정, 예비 실사



■ 10월 중:우선협상대상자 선정, 확인 실사



■ 12월 중:계약 체결



김광기 경제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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