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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황제의 귀환

중앙일보 2011.07.04 00:05 종합 30면 지면보기






한우덕
중국연구소 부소장




중국 대륙을 뒤덮었던 홍색 물결이 잦아들고 있다. 1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치러진 기념식을 끝으로 길었던 공산당 창당 90주년 행사는 막을 내렸다. 세계 제2위 경제대국 중국, 그 중국을 이끄는 공산당. 그의 선택은 이제 세계의 운명을 가를 요소가 됐다. ‘중국 공산당은 과연 어떤 존재인가?’라는 질문을 다시 던지는 이유다.



 공산당은 누구와도 권력을 나눠본 적이 없다. 도전을 허용하지도 않는다. 대신 당은 아버지가 자식 대하듯 인민들을 보살핀다. ‘인민을 위해 봉사한다(爲人民服務)’는 게 최고의 덕목이다. 상인들은 관(官)과 친해야 살아남고, 지식인들은 관리로 일하는 것을 최고의 영광으로 여긴다. 상인과 시민의 혁명을 통해 국민 주권을 형성한 서구 권력과는 속성이 다르다.



 8000만 공산당원에게 성장은 곧 ‘부흥의 길(復興之路)’이다. 1840년 아편전쟁 이후 100년 이상 이어졌던 수치의 시대를 끝내고, 세계 총생산의 약 20~30%를 차지했던 과거 ‘황제시대’의 영광을 되찾자는 것이다. 서구침탈에서 시작되는 관영 CC-TV의 근현대사 다큐멘터리의 제목이 바로 ‘부흥의 길’이었다.



 공산당은 다극(多極)체제를 꿈꾼다. 미국 주도의 단극체제에서 벗어나 지역별로 세력이 분할되는 구도다. 아시아의 극(極)은 당연히 중국이라고 생각한다. 과거 왕조시대에 그랬듯 말이다. 중국이 아시아 패권 흐름에 민감한 이유다. 그들에게 아시아는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장악해야 할 대상이다. 지난해 일본과의 조어도 영유권 분쟁, 최근 남사군도 분쟁 등에서 확인된 일이다. 중국을 세계 중심이라 여기고, 변방 나라를 오랑캐로 간주했던 중화DNA의 재생이다.



 다극체제의 경제적 표현은 동아시아의 ‘위안(元)화 블록’이다. 이를 위해 동남아 국가에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중국과 동남아 각국을 잇는 고속철도를 깔기도 한다. 위안화 국제화의 첫 대상도 동아시아다. 이 지역 국가와의 무역거래에서 위안화 결제를 독촉하고 있다.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이라는 책을 쓴 마틴 자크는 “중국의 성장으로 동아시아에는 과거 조공시스템이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부흥의 길’ 저편에 조공시스템이 있다는 얘기다.



 절대권력, 인민을 위한 봉사, 부흥의 길, 중화DNA, 조공시스템…. 중국 TV화면에 넘쳐나는 붉은 물결에는 황제(皇帝)이미지가 오버랩된다. ‘공산당은 과거 황제를 대체한 것일 뿐’이라는 전문가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공산당의 부상은 곧 황제의 귀환(Return of Emperor)이었던 것이다. 돌아온 황제는 다시 황제시대로의 회귀(Return to Emperor)를 꿈꾸고 있다.



 중국의 급부상은 아시아 지역 경제에 커다란 성장 동력이었다. 그러나 시대에 맞지 않는 호전적인 중화주의로는 아시아의 리더가 될 수 없다. 존경받지 않는 맹주는 갈등만 야기할 뿐이다. 아시아의 공동 번영이냐 아니면 갈등이냐, 90살의 ‘21세기 황제’ 공산당이 대답해야 할 문제다.



한우덕 중국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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