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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애 키우는 재미 동네방네 소문내는 네 남자

중앙일보 2011.07.04 00:04 경제 22면 지면보기
육아에 적극적인 아빠들의 이야기는 더 이상 새로운 소식이 아니다. 이젠 육아정보의 생산자 역할을 하는 아빠들까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자신만의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네티즌을 사로잡으며 인터넷에서 ‘육아 스타’로 떠오른 아빠 블로거들을 만나봤다. 출산 장려 캠페인 ‘마더하세요(‘엄마되세요’와 ‘마음을 더하세요’를 합친 조어)’를 펼치고 있는 보건복지부에서 추천을 받았다.


‘육아 달인’ 아빠 블로거

글=이지영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왼쪽부터 유미성(회사원·39), 김홍수 (회사원·42), 서창현(컴퓨터 프로그래머·44), 장정수(회사원·37).





책 함께 읽는 아빠 서창현씨



서창현(컴퓨터 프로그래머)씨는 일찌감치 독서 육아에 눈을 떴다. 외아들 준혁(11)이 서너 살쯤 때부터다.



  “책을 읽어주며 재웠어요. 읽다 보니 아이 책에 제가 빠져들었어요. 아빠가 감동받아 읽는 책엔 아이도 쉽게 몰입하더라고요.”



서씨가 아이와 읽은 책 이야기를 블로그 ‘아빠가 읽어주는 동화책(blog.naver.com/maius37)’에 올리기 시작한 건 2009년이다. 아이와 함께한 즐거운 독서의 기록을 남기기 위해서다. 책이 아이를 영재로 키울 수 있는 비법인 양 통하는 게 불만스러워 ‘이견’을 밝히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고 했다. “책은 그냥 재미있게 읽으면 되는 대상이에요. 부모와 아이의 대화를 이어주는 매개체가 될 뿐이죠.” ‘영재’로 키우려고 책을 읽힌 건 아니었지만 준혁이는 동네에서 ‘영재’로 통한다. 지난해 교육청 영재원에 합격했고 학교 성적도 최상위권이다.



이제 서씨는 준혁이에게 책을 읽어주지 않는다. 대신 서씨가 먼저 읽고 권한다. 매 주말 서점에 들러 책을 고르는 게 서씨 부자의 일상이다. 책을 좋아하는 준혁이는 서점에만 데려다 놓으면 서너 시간이 짧다고 한다. 요즘 이들은 ‘독후감 바꿔보기’도 한다. 아빠와 아들이 같은 책을 읽고 각각 독후감을 써 바꿔보는 것이다.



“아이의 독후감이 천편일률적이었어요. 꼭 ‘…하겠다’는 다짐으로 끝나더라고요. 책은 교훈 얻으라고 읽는 게 아니거든요. 주인공의 옷차림이나 대사 하나에서도 생각을 끄집어낼 수 있어야 되죠.” 아빠의 ‘시범’을 보며 준혁이의 독후감 수준은 한결 높아졌단다. “아이가 잘하길 바라면 부모가 먼저 하면 된다”는 서씨의 육아법이 통한 셈이다.





주말 나들이의 달인 김홍수씨



김홍수(회사원)씨는 “주말을 행복하게 보내기 위해 평일에 죽어라 열심히 일한다”고 했다. “아이들에게 여행과 체험만큼 좋은 게 없다”는 생각에 거의 매 주말 규리(9)·동우(5) 남매를 데리고 가족 나들이를 한다. 지난해엔 1년 52주 중 40주 주말을 집 밖에서 보냈다.



“맞벌이 부부여서 주중엔 아이들을 거의 돌보지 못해요. 대신 주말은 100% 아이들을 위해 보내자고 마음먹었죠.”



그의 주말 나들이는 첫째 규리가 갓난아기였을 때부터 시작됐다. 전국 방방곡곡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로 여러 곳에 다녔다. 갯벌체험을 위해 부안 고사포해변, 인천 소래습지생태공원, 증도 갯벌생태공원 등을 찾았고, 민속마을도 경주 양동마을, 아산 외암민속마을, 제주 성읍마을 등을 모두 둘러봤다.



여행의 흔적은 그의 컴퓨터 속에 차곡차곡 쌓였다. 김씨는 그 자료들을 2009년부터 인터넷 블로그 ‘아빠와 함께하는 주말 나들이(curiendaddy.blog.me)’에 올리기 시작했다. 그의 블로그는 개설 1년 만에 네이버 여행 분야 파워 블로거로 지정됐다. 블로그에 올린 정보를 모아 지난달엔 책 『아빠와 함께하는 주말 나들이』도 냈다. 김씨의 노하우는 평범해서 더 힘이 있다. “주말에 길요? 당연히 막히죠. 무조건 일찍 출발하세요. 장거리 여행이면 새벽 4시엔 떠나야죠. 애들은 미리 외출복을 입힌 채 재우시고요. 새벽에 그냥 안아서 차에 태우고 떠나면 되니까요.”





‘개근’ 육아일기 장정수씨



장정수(회사원)씨는 육아일기 쓰는 아빠다. 2009년 10월 27일 딸 채은이가 태어난 날부터 하루도 빼먹지 않았다. 600일이 훌쩍 넘은 ‘대기록’이다. 매일 아이의 건강상태와 행동, 어린이집에서의 일과와 전달사항 등을 항목별로 나눠 쓴다. 사진과 동영상도 첨부한다. 그 일기를 블로그 ‘아지 아빠의 임신이야기(www.cyworld.com/ajihompy)’에 매일 올렸다. “동갑인 아내와 서른셋에 결혼했어요. 인공수정으로 2년 만에 얻은 아이가 바로 채은이에요.”



임신의 감격에 장씨는 임신일기는 쓰기 시작했고, 채은이가 태어난 뒤 일기는 육아일기로 바뀌었다. 처음엔 100일까지만 쓰려고 했다. 그런데 아이의 변화는 100일 이후에도 계속 이어졌다. 일기도 그만둘 수가 없었다.



또래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그의 블로그를 찾았다. 서로 나누는 육아정보가 힘이 됐다.



“한번은 소아과 의사 한 분이 채은이 동영상을 보고 쪽지를 보내셨어요. 아무래도 중이염 같으니 병원에 가 보라고요.”



장씨 부부는 그냥 감기려니 생각해 며칠째 약만 먹이고 있었던 때였다. 혹시나 해서 병원을 찾았고, 채은이의 중이염은 당장 입원해야 할 만큼 심각한 상태였다. 도움을 준 경우도 있었다. “채은이 팔꿈치가 탈골이 돼 병원에 간 상황을 일기에 자세히 담아 올렸죠. 그랬더니 ‘내 아이도 똑같은 증상이었다’면서 ‘타박상인 줄 알고 그냥 놔뒀는데, 덕분에 곧바로 병원에 가 빨리 해결할 수 있었다’는 답글이 올라왔더라고요.”



장씨는 “1000일까지 매일 육아일기를 쓰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씩씩한 싱글 대디 유미성씨



유미성(회사원)씨는 자신을 ‘펭귄 아빠’라 부른다. 어미 펭귄이 낳고 간 알을 추위와 굶주림을 참으며 품는 아비 펭귄을 빗댄 말이다. 유씨는 아내와 이혼한 뒤 일곱 살 딸 지형이를 혼자 키우고 있다. 2년6개월째 ‘펭귄 아빠’ 생활이다. 출근길 지형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고 퇴근길에 찾아온다. 주말 스케줄은 24시간 지형이와 함께한다. 유씨는 “난 애 키우는 게 체질인 모양”이라고 말할 만큼 “지형이 돌보는 게 즐겁다”고 했다. 주말에 함께 마트로 장 보러 가는 것도 재미있고, 이 옷 저 옷 사 입혀보는 것도 재미있다는 것이다. 부담스러운 건 주변 시선이었다. 모두들 유씨 부녀를 안쓰럽게 바라봤다. 그래서 올 1월 인터넷 블로그 ‘싱글대디 아빠펭귄(blog.naver.com/wedbook)’을 시작했다. “기죽지 않고 잘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의도에서다. 블로그 이름에서부터 ‘싱글대디’란 사실을 당당히 밝혔다. 블로그에는 지형이의 일상과 주말 이벤트를 주로 올린다. 유씨는 “지형이가 자란 뒤 블로그를 통해 아빠와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겠다 생각하니 흐뭇하다”고 말했다.



사실 유씨는 이미 ‘인터넷 문단’에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시인이기도 하다.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당신이기에’가 그의 대표작이다.



“96, 97년 『네 사랑의 커트라인은 몇 점이니?』 등 시집 몇 권을 펴냈어요. 책이 많이 팔리진 않았는데 책에 수록된 시들이 인터넷 여기저기 떠돌아다니기 시작하더라고요. 그 인기에 힘입어 2003년 출간한 시집 『천원짜리 러브레터』는 5만 권이 팔린 베스트셀러가 됐지요.”



그로선 여론을 형성하는 인터넷의 위력을 체험한 셈이었다. 그래서 블로그 ‘싱글대디 …’에 대한 기대도 크다. 한 부모 가족도 열심히, 즐겁게 살고 있다는 걸 생생하게 보여주는 장이 되리란 기대다.



모범 아빠들 생각은 …



사진을 찍기 위해 모인 날. ‘가사분담’이 화제에 올랐다. 넷 모두 “요즘 가사분담 안 하는 남자가 어디 있느냐”며 자신있어 했다. 오랜 맞벌이 생활을 해온 김홍수씨는 “내가 집안일을 하나도 안 한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다”고까지 말했다. 집안일 중 김씨가 맡은 일은 청소. 아내가 전업주부인 서창현씨는 “5~6년 전까지는 집안일을 안 했다”고 털어놨다. “내가 바뀐 건 아내를 위해서가 아니라 아들 때문”이란 설명도 덧붙였다. 아이가 다섯 살쯤 됐을 때였다. 아내가 아파 대신 설거지를 했다. 그 모습을 보고 아들이 “아니, 왜 남자가 설거지를 하느냐”고 묻더란다. 서씨는 “내가 애를 잘못 키웠구나 싶어 그 뒤론 청소와 주말 점심 준비 등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야기는 ‘저출산’으로 흘렀다. 하나같이 애 키우는 기쁨을 누구보다 흠뻑 누리고 있는 모범아빠들 아닌가. “왜 애를 안 낳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기대했다. 하지만 이들 모두 현 저출산 세태에 대해 “그럴 만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시퇴근’이 보장되지 않아 애 볼 시간이 없고, 집값이 너무 비싸 애 키울 돈이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남자가 아무리 육아와 가사에 적극적으로 나서도 저출산 문제가 해결되진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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