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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잡스·임재범에 열광하는 이유

중앙일보 2011.07.04 00:02 경제 8면 지면보기



치열한 경쟁 속에 사는 현대인들
감동 담긴 훈훈한 스토리에 공감
소통·친화력 강조하는 SNS처럼
IT제품 ‘스토리텔링’ 담아야 성공



김홍선
안철수연구소 대표이사




6월의 마지막 토요일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1만여 명의 관객이 한 가수의 노래를 듣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주인공은 유명 아이돌 그룹도, 한류 스타도 아닌 내년이면 쉰 살이 되는 록 가수 임재범이다.



 개인적인 고뇌와 방황으로 대중에게 잊혀졌던 임재범은 ‘나는 가수다’라는 TV 프로그램을 통해 단번에 재기했다. 오랜 침묵을 깨고 다시 등장한 것은 그가 노래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한 가족 때문이었다. 이런 스토리가 혼신을 다한 그의 열정과 음악의 진정성에 상승효과를 일으켜 큰 감동을 주었다. 콘서트 현장은 대학생부터 중년 부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남녀노소로 가득했다. 그의 삶의 이야기가 노래라는 매개체를 통해 대중과 교감을 이루어낸 결과였다.



 비슷한 사례는 많다. 얼굴 없는 가수처럼 살다 빼어난 실력과 끼로 소위 ‘비주얼 가수’로 거듭난 김범수. 불굴의 노력과 음악인 김태원의 멘토링에 힘입어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우승을 거머쥔 옌볜 청년 백청강. 그들의 노래 속에는 스토리가 담겨 있기에 청중에게 더 큰 감동을 준다.



 “저는 축구는 잘하고 싶은데 평범하고 싶어요.”



 한국을 대표하는 박지성 선수의 순수함이 담겨 있는 표현이다. 축구 명문대학 출신이 아니던 그는 눈에 띄지 않았던 존재였다. 설상가상으로 축구를 하기 힘든 신체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꾸준한 노력과 진지함, 남다른 축구에 대한 열정으로 시대를 대표하는 선수가 됐다. 오늘날 영국 최고의 명문 클럽에서 활약하는 그의 스토리는 자랑스럽기 그지없다. 최근에는 베트남에서 자기만의 기부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를 추앙하는 어린이들에게는 영웅이, 자라나는 꿈나무들에게는 희망이 되고 있다.



 오늘날 우리는 치열한 경쟁 속에 살고 있다. 생존을 생각해야 하고, 뒤처지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에 짓눌려 여유를 즐기기 어렵다. 특히 과학기술의 발전 속도는 자칫 우리 삶을 기계적이고 기능화된 사고에 머무르게 한다. 그럴수록 눈길을 끌고 감동을 주는 것은 훈훈한 스토리다. 그것이 예술적 콘텐트이든, 왕성하게 활동하는 누군가의 삶이든 간에 우리에게 기쁨을 주고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다. 스토리가 진솔하면 진솔할수록 우리에게 다가오는 감동도 배가된다. 이는 단지 유명 스타에 머무르지 않는다. 평범한 이들의 아름다운 이야기는 미디어를 통해 우리 삶을 윤택하게 한다.



 제품이나 서비스 또한 마찬가지다. 기능 혹은 성능의 기술적 지표보다 무엇을 어떻게 전달할지에 성패가 좌우된다. 기술자는 자신이 만든 것을 누군가가 사용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따라서 어떤 생각으로 이것을 만들었느냐 하는 스토리를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다. 애플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가 건강이 좋지 않음에도 중요 신제품 발표에 꼭 등장하는 이유다. 신제품의 사상과 스토리를 전달하려는 것이다. 『이야기가 세상을 바꾼다』의 저자 홍사종 대표는 “‘잘 만든 제품’에 ‘잘 만든 이야기’가 입혀져야 생명력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마디로 산업화 패러다임의 덕목인 기능과 품질이라는 기본 위에 멋과 이야기라는 궁극의 덕목을 의식적으로 추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보기술의 발달로 인간미가 사라진다고 한다. 그러나 이제는 기술이 인간에게 다가서는 스마트와 융합의 시대다. 친화력이 점점 높아지는 스마트 기기, 소통의 공간과 시간을 무한 확대하는 소셜네트워크가 대표적인 예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우리가 만들어내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어떤 스토리로 풀어내느냐는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제품의 기획부터 개발,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진정성과 일관성을 가진 스토리가 스며들어야 한다. 스토리텔링은 보다 인간적인 사회를 만드는 작은 노력이자 앞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이 될 것이다.



김홍선 안철수연구소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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