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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려라 공부] 자동차·경제·요리 … 블로그는 나의 ‘스펙’

중앙일보 2011.06.29 02:00 Week& 1면 지면보기
블로그(blog: 관심사에 따라 자유롭게 글을 올릴 수 있는 개인용 웹사이트)가 입학사정관제와 맞물려 주목받고 있다. 자신의 관심 분야에 대한 정보를 쌓아두고 그와 연계한 진로 고민과 계획도 정리하는 등 사이버 포트폴리오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건국대 미래지식교육원 정철희 교수는 “대학 입시에서 자기소개서와 포트폴리오가 갈수록 중요해져 고3 학생들도 블로그를 활용해 자신의 활동을 정리해두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이버 포트폴리오에 진로 있다

글=박형수 기자

사진=최명헌 기자



경제 블로거 김민준군



‘복잡계 경제학’이란 블로그(blog.naver.com/lakiu)를 2년째 운영하고 있는 김민준(대구 대륜고 3)군은 블로거들 사이에서 ‘경제학자’로 통한다. 여러 경제 관련 대회에서 입상하며 실력을 검증받았다. 한 언론사가 주최한 테셋 시험에 응시해 고등부 최우수상, 매경TEST 고교생 챔피언십에서는 대상을 받는 등 굵직한 대회에서 수상한 경력도 여럿이다. 다음 달에는 그동안 블로그에 올려놓은 글들을 모아 『고등학생이 쓴 괴상한 경제학 이야기』를 낸다.



김군의 블로그를 방문하는 이들은 주로 경제학을 전공하는 대학생들이다. 리포트 자료를 찾다가 김군의 블로그에서 도움을 받은 후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대학생들이 적지 않다. 경제학 전문 서적 리뷰 등 수준 높은 포스팅이 입소문을 타면서 현직 교사나 교수 등도 김군의 블로그에 들러 정보를 얻어가고 댓글도 남긴다. 포스팅 한 건당 평균 50여 개의 댓글이 달린다. ‘내용이 신선하다’거나 ‘공감한다’는 댓글이 대부분이지만 간혹 ‘이런 부분은 미흡하니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김군은 “경제학을 혼자 공부하다 보니 피드백을 받고 싶을 때가 많은데 대학생이나 교사들의 댓글이 공부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군은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이 입시 준비에도 유용하다”고 귀띔했다. 수시 전형을 통해 서울대 경제학과에 지원할 계획인 김군은 그동안 블로그에 쌓아놓은 자료를 활용해 자기소개서와 포트폴리오를 일찌감치 완성해 뒀다.



그는 “이런 자료들을 종이에 정리해 뒀다면 관리 소홀로 대부분 없어졌을 것”이라며 “폴더별·태그별로 구분해 모아둔 블로그 자료 덕분에 입시 준비의 부담을 한결 덜었다”고 말했다.



요리 블로거 정원희양



3년 넘게 블로그(blog.naver.com/rudgns3672)를 운영하고 있는 정원희(대구 제일여상 3)양은 블로그 활동 덕분에 진로를 정했다. 정양이 올린 요리 관련 게시물을 꼼꼼하게 보던 누리꾼들이 고등학생답지 않은 솜씨에 ‘제과제빵사가 어울릴 것 같다’고 추천해줬다. 파티셰에 관련된 직업 정보를 메일로 보내준 사람도 있었다. 정양은 “요리에 관심이 많아 블로그에 다양한 요리법을 정리해 뒀을 뿐인데 여러 사람이 ‘재능 있다’고 인정해 주니까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진로를 정한 후 제과제빵 학원에 다니며 자격증도 여러 개 땄다. 요즘은 종종 블로그 방문객들에게 직접 만든 머핀과 쿠키를 택배로 보내주며 친분을 다진다. 정양은 “얼굴도 모르는 내게 애정을 갖고 조언해준 분들이라 가족같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고3이 되면서 학교 공부와 자격증 취득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블로그 관리도 꾸준히 하고 있다. 정양은 “대입 수시 전형에 응시할 생각인데 자기소개서 등에 파워블로거로 활동한 내용을 첨부하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자동차 블로거 김찬우군









자동차 디자이너가 꿈인 김찬우 군은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자동차 관련 정보를 모아 블로그를 운영 하고 있다. [최명헌 기자]







김찬우(서울 대현고 3)군은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자동차를 주제로 블로그(blog.naver.com/chankoko7)를 운영해 왔다. 서울·경기 지역에서 모터쇼가 열리면 빠짐없이 참석해 사진을 찍고 블로그에 정리해 뒀다. 자료를 찾다 좋은 블로그를 발견하면 ‘이웃’을 맺고 정보를 주고 받았다. 자동차 디자이너를 꿈꾸는 김군에게 멘토를 자청한 대학생들도 있었다. “자동차공학을 전공한 대학생 형이 제 블로그를 보고 쪽지를 보냈어요. 모터쇼도 같이 가고 자동차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도 알려줬죠. 저의 지식 대부분은 블로그에서 만난 형들에게 얻은 거예요.”



김군의 아버지 김희천(46·서울 노원구)씨는 “처음에는 컴퓨터를 붙잡고 있는 시간이 길어 블로그 운영을 반대했었다”며 “아들이 관심을 갖고 노력을 쏟아 얻은 결과물이 블로그에 고스란히 담겨 있어 이젠 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하다”고 말했다.



입학사정관들이 보는 블로거



한양대 고지영 입학사정관은 “자신의 관심 분야를 주제로 삼아 꾸준히 블로그를 운영해 왔다면 입학사정관들에게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블로그가 높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몇 가지 요건을 갖춰야 한다. 고 입학사정관은 “블로그의 주제가 전공과 연계성이 높은지, 블로그를 드나드는 사람들과 지속적으로 교감하고 소통해 왔는지, 자료를 꾸준히 올렸는지 여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한양대 미래인재 전형을 통해 입학한 장대진(광고홍보학과 1)씨를 예로 들었다. 장씨는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장오빠의 별을 쏘다’라는 블로그에 자신의 일상을 웹툰 형태로 꾸준히 올려 네티즌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고 입학사정관은 “일상을 재치 있게 묘사하고 네티즌들의 공감을 이끌어낸 장씨의 역량이 광고홍보라는 전공과 맞아떨어진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간 관리를 못하거나 집중력이 부족하다면 블로그 운영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정 교수는 “인터넷 게임이나 채팅 등 다른 유혹에 빠질 위험이 큰 학생들은 블로그 운영보다 스크랩북을 만들어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는 편이 낫다”고 조언했다. 또 “자기 생각을 정리하지 못하고 남이 만든 자료를 무작정 스크랩만 해두거나 의미 없는 일상을 나열한 블로그도 입시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경희대 이가영 입학사정관은 “블로그를 운영하려는 중·고생이라면 에듀팟(www.edupot.go.kr)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에듀팟은 중·고생이 교내외 활동을 기록·관리할 수 있는 온라인 시스템이다. 이 입학사정관은 “많은 학생이 자기소개서에 자신의 성장과 발전을 강조한다”며 “에듀팟이나 블로그에 이를 입증할 만한 기록물을 정리해 두면 훨씬 설득력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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