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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형 사회적 기업 1호 ‘좋은세상 베이커리’ 연 이욱희씨

중앙일보 2011.06.29 01:07 종합 25면 지면보기



나누는 기쁨 즐기고
고소한 맛에 행복해지는
‘착한 빵’ 만들어요





28일 오전 10시 서울 광진구 화양동 ‘좋은세상 베이커리’. 제빵실 문턱에 들어서자마자 빵 특유의 구수한 향이 코끝을 맴돌았다. 모락모락 김을 내는 빵을 바라보며 이욱희(52) 사장은 “이 빵은 보통 빵이 아니라 ‘착한 마음’을 가진 빵”이라고 말했다. 많이 팔릴수록 사회에 보탬이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난해 2월 문을 연 좋은세상 베이커리는 ‘서울형 사회적 기업 1호’다. 한국노총에서 일하면서 나눔에 관심이 많았던 이 사장은 공익을 위해 이익을 추구하는 사회적 기업을 알게 됐을 때 ‘이거다 싶었다’고 했다.



주변에서 노인 돌보미 사업을 권했지만 ‘사회적’이긴 해도 ‘기업’은 안 될 것 같았다. 고민 끝에 빵을 택했다. 돈을 벌 수 있고, 사정이 어려운 사람들을 뽑아 기술을 가르친 뒤 독립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서울형 사회적 기업 1호’인 좋은세상 베이커리 이욱희 사장(왼쪽에서 다섯번째)과 직원들이 28일 회사 제빵실에서 갓 구워낸 빵 앞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안성식 기자]



 “직원 23명 중 15명이 장애인, 재외동포, 다문화 가정, 고령자 같은 취약계층입니다. 솔직히 우리 회사 아니면 쉽게 취업할 수 없는 분들이죠.”



이들의 월급은 ‘최저임금의 90%’ 수준에서 정부가 서울시를 통해 보조한다. 사람을 고용하는 부담은 크게 덜었지만 인력을 운용하는 효율이 떨어졌다. 장애인 배달원에게 택배 심부름을 보내면 길을 못 찾아 손님들에게 항의를 받기 일쑤였다. 소비자들은 품질을 믿지 못했고 제값 받기도 쉽지 않았다. 서울시의 한 산하기관은 직원 생일용 케이크를 사가면서 정가(2만원)에서 5000원을 깎기도 했다. ‘제대로 돈 줄 거였으면 대기업 케이크를 샀지’라는 반응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일단 빵이 달라져야 했다. 이 사장은 신라호텔에서 20년 넘게 제빵 일을 하던 박종철(52)씨를 영입했다. 이 사장은 “회사가 커지면 업계 최고 대우를 해주겠다”고 제안했고, 박씨는 모른 척 속아줬다고 한다. 품질 좋아지자 입소문이 퍼졌다. 인터넷(www.sumanasbakery.com) 주문도 들어왔고 일부러 차를 타고 와서 사는 사람도 생겨났다.



대량 납품 건수도 부쩍 늘었다. 지난 1분기 매출액(4억여원)이 지난해 전체 매출액을 넘어섰다. 최근엔 ‘착한 마음’이란 뜻의 인도어 ‘수마나스(SUMANAS)’를 빵 브랜드로 정했다. 그래도 쓰는 돈보다 버는 돈이 많아야 지속 가능한 기업이 된다. 이 사장은 “올해 매출액이 목표인 20억원을 달성하면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침 기자가 찾아간 날, 이 사장은 가맹점 4곳을 내는 계약을 했다. “우리나라엔 아직 본보기가 될 만한 사회적 기업이 없습니다. 그런 회사를 만드는 게 제 꿈입니다.”



글=양원보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사회적 기업=취약계층 일자리 지원 등 공익을 위해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을 말한다. 사회적 기업 육성법이 정한 인증 요건에 부합하면 정부로부터 컨설팅 및 인건비 지원, 법인세 감면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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