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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의 2조2000억 베팅 … 대한통운 품에 안다

중앙일보 2011.06.29 00:49 종합 2면 지면보기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재현 회장



이재현(51) CJ그룹 회장의 과감한 베팅이 일단은 통했다. 대한통운 매각주간사인 산업은행과 노무라금융투자는 28일 “CJ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포스코·삼성SDS 컨소시엄을 차순위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전날 마감된 입찰에서 CJ는 2조2000억원을, 포스코·삼성SDS 컨소시엄은 1조9600억원을 써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인수전에서 CJ는 자금력 면에서 절대적으로 열세였다. 이 때문에 이 회장은 인수전을 직접 지휘했다. 인수합병(M&A) 실무를 맡은 CJ주식회사(CJ그룹 지주회사) 기획팀으로부터 실시간 보고를 받으며 인수전을 챙겼다.



 이 회장은 2013년 그룹 매출 38조원(지난해는 17조4767억원) 달성의 포부를 갖고 있다. 그래서 그는 늘 “이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물류가 반드시 필요한 신성장동력”이라고 말해 왔다. CJ의 4대 핵심 사업은 식품·생명과학·엔터테인먼트&미디어·신(新)유통. 이 회장에게 물류업은 새로운 유통사업의 중요한 요소인 셈이다.



 이 회장이 물류를 핵심 요소로 본 것은 물류가 신유통 분야와 결합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비중이 늘고 있는 CJ오쇼핑이나 식품과 결합, 국내 최대 물류기업 대한통운을 통해 ‘아시아 넘버원’ 물류망을 완성한다는 것이 이 회장의 청사진이다. 또 기존 물류회사 CJ GLS가 못 하고 있던 기업 간(B2B) 대규모 물류를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이 회장은 최근 “우리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미래 트렌드에 맞게 잘 구성돼 있고 핵심 역량도 강화될 여지가 많다”며 “경영환경이 우호적으로 펼쳐지는 지금을 놓친다면 또다시 이런 호기는 주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인수전 역전의지를 강하게 피력한 것이다.











 CJ는 1997년 삼성그룹으로부터 법적으로 분리된 뒤 10여 년 동안 적극적으로 신규 사업을 펼쳐 왔다. 이 회장은 그룹 주력인 CJ제일제당의 수익과 자산을 발판 삼아 식품회사에서 엔터테인먼트·생명과학 분야 등으로 사업군을 확장해 왔다. 95년 1조7300억원에 불과했던 그룹 매출은 지난해 17조원을 넘었다. M&A도 회사 덩치를 키우는 데 한몫했다. 2000년부터 최근까지 17건의 크고 작은 M&A를 성사시켰다. 예컨대 2000년 5월 39쇼핑을 2300억원에 인수, 그해 홈쇼핑 매출 4200억원에서 지난해 2조7000억원으로 성장시켰다.



 이 회장은 그러나 이번 인수 과정에서 삼성SDS의 포스코 컨소시엄 참여와 삼성증권의 CJ 자문 계약 철회를 놓고 벌어진 삼성그룹과의 감정싸움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CJ는 우선협상대상자 발표 직전 신동휘 홍보실장(부사장)을 권인태 전략지원팀장(부사장)으로 교체했다. 이에 대해 재계 안팎에선 CJ가 삼성에 화해 제스처를 보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삼성 고위 관계자도 28일 기자간담회를 하고 “삼성SDS가 인수전에 뛰어든 것은 이미 대한통운의 물류 정보기술(IT) 부문을 맡고 있는 데 따른 사업적 판단”이라며 “삼성증권이 CJ 측 자문사라는 것은 그룹이 보고받을 사안도 아니고 그런 사실조차 몰랐다”고 해명했다. 이재현 회장의 통 큰 베팅이 일단은 성공했지만 삼성과의 갈등이 어떻게 봉합될지 주목된다. 



글=최지영·이수기 기자

일러스트=박용석 기자



대한통운 매각 어떻게 진행됐나



2008년 3월 3일 금호아시아나그룹, 대한통운 인수



2009년 6월 1일 금호아시아나그룹, 산업은행과 재무구조 개선 약정 체결



2011년 3월 7일 CJ, 삼성증권과 대한통운 인수 자문 계약 체결



3월 28일 예비입찰에 포스코·롯데그룹·CJ그룹 참여



6월 23일 삼성SDS, 포스코와 컨소시엄 구성. 삼성증권은 CJ와 인수 자문 계약 철회



6월 27일 본입찰 마감. 포스코·삼성SDS 컨소시엄, CJ그룹 참여



6월 28일 대한통운 인수 우선협상자로 CJ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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