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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 미스’는 서울·부산·대구에, 30대 총각은 안산·거제·아산에 많다

중앙일보 2011.06.29 00:41 종합 4면 지면보기
#1. 명문 사립대 사범대를 졸업한 안모(33·여)씨는 서울 광화문에 있는 공기업에 다닌다. 외모나 조건 모두 평균 이상이라고 자부하지만 최근 1년 사이 소개팅이라곤 딱 네 번 해 봤다. 결혼 생각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는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소개팅시켜 달라고 조르는데 ‘괜찮은 남자가 없다’는 얘기만 돌아온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는 “소개팅을 어쩌다 해도 출신 학교나 직장 수준은 나보다 낮은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내가) 눈이 높은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11 결혼시장 분석

 #2. 충남 당진군 송악읍의 현대제철 일관제철소에서 일하는 이모(36)씨는 주말만 되면 서울로 올라온다. 소개팅을 하기 위해서다. 2008년 당진 근무를 자원한 이래 거의 격주로 소개팅을 하지만 결혼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이씨뿐만이 아니다. 이 회사 당진 사업장에만 미혼 남성이 1000명에 가깝다. 이 회사 또 다른 직원은 “회사를 그만두는 동료 중 상당수는 말은 안 해도 결혼 고민이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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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남북녀(南男北女). 평균 결혼 연령(남성 31.8세, 여성 28.9세)을 넘긴 한국 미혼 남성과 미혼 여성의 지역 간 격차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이렇다. 통계청의 2010 인구주택총조사를 분석한 결과다. 수도권 대도시 지역은 미혼 여성 쏠림 현상이, 지방 공업 지역은 미혼 남성 쏠림이 뚜렷했다. 이들은 주변에선 비슷한 연령대의 짝을 찾기가 어려워 각자 발을 동동거리고 있다.



 지난해 11월 1일 기준으로 서울시엔 29세 이상 미혼 여성이 41만7254명 산다. 32세 이상 남성(39만4535명)보다 2만2700여 명 더 많다. 학력을 따지면 쏠림 현상은 더 뚜렷하다. 서울에 사는 대졸 이상 미혼 여성은 같은 학력의 미혼 남성보다 7만8918명(36.8%) 더 많다. 특히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는 대학원을 졸업한 미혼 여성(1만1415명)이 같은 학력의 미혼 남성(5313명)보다 114.9% 많다. 미혼 여성들은 서울 외에도 대구 수성구(5위)나 대전 서구(9위), 경기 용인시(11위), 부산 수영구(12위) 등 도심에 많이 산다.



 그럼 남성은 다 어디로 갔나. 미혼 남성의 상당수가 일터를 찾아 공업 단지에 내려가 있었다. 반월단지가 있는 경기 안산시는 미혼 남성 수(2만6069명)가 미혼 여성 수(1만5160명)보다 72% 더 많다. 대우조선해양 등이 들어선 경남 거제시는 미혼 남성이 7648명 산다. 미혼 여성(3165명)의 두 배가 넘는다(241.6%). 이밖에 LG전자가 있는 경남 창원시, 삼성전자 연구소가 있는 경기 수원시, 포항제철이 들어선 경북 포항시, LCD 산업 단지가 있는 충남 아산시 등도 미혼 남성이 여성보다 4000명 이상 많은 남초(男超) 도시였다.



 이는 전자·철강·조선업 등의 제조업에서 남성 종사자 비율이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경기 파주시에 위치한 LG디스플레이의 경우 미혼 직원 1만1900여 명 중 남성이 71%다. 사내에선 짝을 찾기가 그만큼 힘들어진다. 현대제철의 충남 당진군 일관제철소는 더하다. 전체 미혼 직원 1030명 중 96%인 990명이 남성이다.



 지방 제조업체들은 직원 결혼이 최대 과제다. 결혼을 안 한 미혼 사원들은 근무 만족도가 떨어지고, 이직의 위험이 크다는 게 정설이다. LG디스플레이의 경북 구미시, 경기 파주시 사업장은 결혼 정보업체와 손잡고 매년 가을 단체 미팅 행사를 연다. 직원들의 요청으로 2009년 처음 시작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지난해 미팅에선 200명 신청을 받는데 남성 직원 1000명이 지원했다. LG디스플레이 직원 민원처리반 최원석 대리는 “대학 때부터 남자만 많은 공대에 다니다 연애 한번 못해본 직원도 많다”고 말했다.



 정부는 아직 지역별 미혼 남녀 불균형 문제를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만혼(晩婚)이 저출산 문제의 가장 심각한 원인 중 하나인데도, 구조적 문제를 따져보지 않은 것이다. 보건복지부 저출산정책과 관계자는 “지역별 미혼 남녀 불균형 수치를 조사해 보지 않아 정확히 알지 못한다”며 “만혼의 원인은 일 때문에 결혼을 늦추는 여성이 많아서라고 보고 일·가정 양립 정책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미진·채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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