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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스페셜 - 수요지식과학] 인간의 ‘날씨 조절’ 도전 50년

중앙일보 2011.06.29 00:36 종합 8면 지면보기
태풍은 반갑지 않은 ‘손님’이다. 뜨거운 한여름에 시원한 바람과 비를 가져다 주지만 도가 지나치다. 삶의 터전을 망가뜨리고 인명까지 빼앗아간다. 5호 태풍 ‘메아리’도 그랬다. 서해를 따라 북상하는 동안 한반도에 적지 않은 피해를 끼쳤다. 이 대목에서 스치는 생각 하나. 목포 앞바다에서 서해바다 입구를 지키고 있다가 메아리가 더 이상 올라오지 못하게 막을 수는 없었을까. 인류는 첨단 과학을 앞세워 오래전부터 이러한 연구를 해왔다. 메아리의 방문을 계기로 ‘날씨 조절(Weather Control)’ 기술의 현주소를 알아본다.


6월에 온 태풍 ‘메아리’ 미리 막을 수 없었을까
태풍의 눈에 핵폭탄 터뜨린다면 …



2005년 8월 미국 남동부를 강타한 대형 허리케인 카트리나(Katrina). 직경 700㎞에 중심 최대 풍속이 초속 75m에 이를 정도로 위력이 대단했다. 해수면보다 낮은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는 카트리나의 직격탄을 맞았다. 사망·실종자만 2541명이나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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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년 뒤인 2009년 7월. 미국 특허국에 특이한 특허가 신청됐다. 커다란 바지선에 터빈을 장착해 깊은 바닷속 차가운 물을 퍼올려 해수면의 온도를 낮추는 기술이었다. 바닷물이 차가워지면 허리케인의 힘이 약해지는 원리에 착안한 것이다. 이 아이디어는 세계적인 부호 빌 게이츠(Bill Gates)가 워싱턴 카네기 연구소의 기후 과학자 켄 칼데이라와 함께 내놓은 것이어서 여론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엄청난 비용 때문에 비현실적이란 반응을 보였고, 아직도 관련 장비가 개발되지 않고 있다.



 태풍이나 허리케인을 조절해 피해를 줄이기 위한 연구는 1960년대부터 시작됐다. 대표적인 것이 태풍 주변에 요오드화은(silver iodide, AgI)을 뿌리는 방법이다. 요오드화은을 빙핵(氷核)으로 하는 비구름을 태풍 주위에 만들어주면 ‘태풍의 눈’으로 수증기가 모여드는 것을 어느 정도 차단할 수 있다. 미 해양대기국(NOAA)이 실험에 나섰지만 아직 최종적인 성공 판정은 내리지 못하고 있다. 바람의 세기가 일시적으로 약해졌지만, 바깥쪽에 생성된 비구름이 태풍의 눈으로 빨려들면서 태풍이 다시 제 모습을 찾는 현상이 확인되기도 했다.



 파도의 힘을 이용해 차가운 심층수를 끌어올려 태풍 한가운데 표층수의 온도를 낮추는 기술도 있다. 지름 1m, 길이 500m의 플라스틱 관을 이용하는데, 플라스틱 관 바닥에는 관이 아래로 내려갈 때만 열리는 밸브가 달려 있다. 파도의 힘으로 위아래로 출렁거리는 과정에서 차가운 심층수만 플라스틱 관으로 들어가 표층으로 펌핑된다.



 핵폭탄을 터뜨려 태풍을 잠재우자는 아이디어도 있었다. 하지만 방사성 물질에 의한 오염 가능성 때문에 비현실적이란 비판을 받았다. 태풍이 한두 개의 핵폭탄에는 꿈쩍도 안 할 거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태풍 한 개가 품고 있는 에너지는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 400개와 맞먹는다.



 날씨 조절 기술 중 인공강우는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중국 정부는 올 2월 극심한 겨울 가뭄이 계속되자 750만 위안(약 12억8000만원)을 들여 산시(山西)·산둥(山東)성 등에서 인공강우 작업을 실시해 비와 눈을 내리게 했다. 중국은 2008년 8월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에 맞춰 베이징 주변 지역 하늘에도 요오드화은을 뿌린 적이 있다. 비구름이 베이징 상공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미리 차단한 것이다.



 러시아도 매년 6월 9일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서 열리는 제2차 세계대전 승전 기념행사를 위해 비구름 제거 작업을 한다.



 국내에서는 국립기상연구소에서 2007년부터 강원도 대관령에서 인공강설 실험을 해왔다. 지난해 4월에는 수도권에서 염화칼슘(CaCl2)을 비구름에 뿌려 평택과 안성에 1~2㎜의 비를 내리게 하는 데 성공했다.



 기상연구소 이철규 박사는 “한국에서는 주로 봄에 가뭄이 발생하기 때문에 겨울에 증설(增雪)실험으로 눈을 늘려 봄에 수자원으로 이용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날씨 조절 기술이 당장은 비현실적이고 공상과학처럼 보여도 언젠가는 현실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기상청 박정규 기상산업정보화국장은 “태풍의 진로를 바꾸는 등 대규모 날씨 조절은 국제분쟁을 일으킬 수도 있어 90년대 세계기상기구(WMO)가 윤리강령 권고안을 내놓기도 했다”고 말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요오드화은(AgI)=은(Ag)과 요오드(I)의 화합물로 노란색 분말 형태로 존재한다. 인공강우를 실시할 때 공중에 뿌려진 요오드화은이 빙핵(氷核·구름씨) 구실을 한다. 여기에 수증기가 달라붙어 물방울이나 작은 얼음 조각이 만들어지고, 비가 돼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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