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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아이돌에게 ‘좌빵우물’을 가르쳐라

중앙일보 2011.06.29 00:25 경제 8면 지면보기






이철형
와인나라 대표




최근 K팝의 프랑스 공연이 화제다. 세계 각국의 젊은이가 우리 아이돌들의 노래를 익히기 위해 한국어를 공부하는 장면을 보면, 중년세대는 좋아하는 팝송을 부르기 위해 영어사전을 뒤지던 추억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현지에선 “한국의 아이돌들은 미성년 시절부터 집체교육 식으로 오로지 그 분야만을 집중 교육해 내놓은 단순 연예 기술자에 불과하다”는 비평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7~8년 전 한류라는 말이 막 생겨날 무렵 우리나라의 한 유명 연예인은 대만의 행사장에서 팬들이 내놓은 샴페인과 와인을 제대로 따지 못해 술병을 내려놓는 일이 있었다. 와인 문화가 보급되지 않았던 시절이라 그런 일은 다반사였다.



하기야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넘는 요즘도 호텔 디너 행사 때 자신의 빵과 물이 테이블의 어떤 쪽에 있는지 모르는 이가 여전히 많다. 아직도 ‘좌빵우물(자신의 왼쪽에 놓인 빵과 오른쪽에 놓인 물잔이 자신의 것이란 의미)’이라는 사자성어가 존재할 정도다.



 우리가 중국이나 일본·미국 등 외국에 가기 위해서는 해당국의 언어를 배우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그들의 문화를 배우는 일은 상대적으로 소홀히 여긴다. 사실 언어를 더 잘 하기 위해서라도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고 경험해 보는 일은 중요하다. 진정한 소통은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는 데 기반한다. 연예인에게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국내에서 나름대로 성공한 기업인들과 함께 해외의 와이너리들을 둘러볼 때면 기본적인 식사 예절이나 음주법을 알지 못해 위축되는 경우를 자주 본다.



 국가 간 거래에서 제품력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바로 자신감이다. 제품 이외의 식사와 관련한 작은 지식이 없어 위축되기 시작한다면, 거래에서 우위에 서기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문화에는 음식과 전통주도 포함된다. 진정한 의미의 해외 진출을 위해선 우선 그 나라의 음식과 전통주를 이해하는 것이 기본이자 가장 쉬운 일이다.



 음식과 전통주는 편안한 대화의 소재가 된다. 누구에게나 쉽게 공감대를 이끌어 낼 수 있다. 만약 유명 팝가수 ‘레이디 가가’가 내한했을 때 한국 음식을 먹으며 소주나 막걸리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한층 더 팬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



 한걸음 더 나아가 그가 이강주나 문배주, 한산 막걸리 같은 우리 전통주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그녀의 한국 사랑에 우리 팬들은 한층 더 매료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유럽의 전통주는 와인이다. 와인은 나라를 막론한 세계 음식문화의 일부이기도 하다.



 우리의 슈퍼주니어나 소녀시대가 자신의 팬들과 식사를 하거나, 현지 유명 언론매체와 인터뷰를 하면서 그들의 음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자신들이 좋아하는 와인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누가 함부로 ‘단순 연예 기술자’라고 폄훼할 수 있을까. 비즈니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1970~80년대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전성기를 구가하던 일본의 비즈니스맨을 두고 서양인들은 ‘이코노믹 머신(Economic Machine)’이라 부르며 감탄 섞인 조롱을 하곤 했다. 제품은 좋지만, 현지 문화에 대한 피상적인 수준의 지식밖에는 쌓지 못한 점을 비꼬는 말이기도 했다. 물론 단순히 그 나라 음식과 와인을 잘 아는 것만으로 문화적 소양이나 교양을 쌓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 단초는 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아이돌에게 다른 나라의 음식과 요리 그리고 와인에 대해 가르쳐주면 어떨까. 이는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둔 아이돌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을 상대로 하는 기업이라면 꼭 알아야 할 내용이다. 식사 자리에서 화제로 나눌 수 있는 현지 문화와 역사·철학에 대한 지식은 비즈니스의 필수다. 이는 한류뿐 아니라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의 지속적인 성공을 이끌어가는 밑바탕이 될 것이다.



이철형 와인나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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