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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산당 창당 90주년(1921년 7월 ~ ) 기획 (上) 조직의 힘

중앙일보 2011.06.29 00:21 종합 12면 지면보기
“열 손가락이 아무리 강해도 한 주먹만 못하다(十指再强不如拳頭有力).”


8000만 명 ‘인사 파일’ 움켜쥔 중국 공산당 조직부 … 장쩌민, 권력 넘긴 5년간 중앙조직부장은 안 넘겼다
중국 공산당, 중앙조직부를 보면 권력이 보인다

리위안차오(李源朝·이원조) 중국공산당 중앙조직부장의 말이다. 흩어진 모래알은 힘이 없다. 오직 강철같이 단단한 조직만이 중국을 이끌 수 있다는 이야기다. 중국공산당은 흔히 3P를 장악해 국가를 통치한다고 한다. 인사(Personnel), 선전(Propaganda), 인민해방군(People’s Liberation Army)이 3P다. 이 중 인사권을 장악한 게 당 중앙조직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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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공산당 조직부는 당이 대장정을 마치고 옌안(延安)에 정착한 1937년 탄생했다. 혁명을 꿈 꾸는 많은 젊은이가 옌안으로 몰렸다. 마오쩌둥(毛澤東·모택동)은 그 속에 숨어있을 국민당 첩자를 우려했다. 해법을 소련의 당 조직국(Orgburo)에서 찾았다. 마오는 심복들로 조직부를 채웠다. 당안(<6A94>案)으로 불리는 중국식 인사파일을 작성케 했다. 당원들은 자신의 자술을 끊임없이 써야 했다. 때로는 수백 쪽에 이르기도 했다. 조직부는 바로 이 당안을 움켜쥐었다.



 이 때문에 중국공산당 조직부는 소련의 노멘클라투라(간부직명 명칭표)를 벤치마킹했다는 말을 듣는다. 노멘클라투라는 당의 핵심 직책을 서열에 따라 망라한 리스트다. 내용은 극비다. 외부로 누출된 1998년판 리스트에 따르면 중앙직속기구, 기율검사위, 중앙국가기관, 사회단체, 지방 당정기관, 국유기업, 은행, 대학, 기타 등 총 9개 분야의 372개 단위가 포함돼 있다. 노멘클라투라의 인사파일은 중앙조직부가 관리한다. 개인은 자신의 파일을 볼 수 없다.









중국공산당 제1차 전국대표대회를 그린 작품.



 중국공산당 조직부는 그러나 소련보다 한발 더 나아갔다. 대학을 예로 보자. 소련의 경우 대학 당서기는 학교 내 당원 관리가 주요 임무다. 하지만 중국 대학의 당서기는 당원뿐 아니라 교과 과정까지 감독한다. 총장은 얼굴마담일 뿐이다. 지난 4월 24일 칭화(淸華)대 개교 100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장소는 학교가 아닌 인민대회당이었다. 연설은 총장이 아닌 후진타오 총서기가 했다. 행사 진행 또한 대학 당서기가 맡았다. 총장은 단상의 한구석을 차지한 장식이었다. 위안웨이스(袁偉時·원위시) 중산(中山)대 교수는 “중국에선 당이 모든 것을 영도코자 한다”는 말로 이 같은 현상을 설명한다.











 서방의 경우 정당은 정권을 잡으면 정부에 권력의 행사를 위임한다. 그러나 중국공산당은 권력의 행사도 자신이 독점한다. 한국에 비유하면 3부 요인을 비롯한 서울시장 등 지자체 요직, 공기업을 비롯한 대기업 CEO, 대법관, 주요 언론사 사장, 국공립 및 사립대 총장, 각종 싱크탱크 수장 등을 당 조직부가 모두 결정해 권력 행사에 나서는 것이다.



  2002년 임기를 마친 장쩌민 전 국가주석은 중앙조직부장 자리를 바로 넘기지 않았다. 후진타오 주석은 2007년 두 번째 임기에 들어서야 자신의 심복인 리위안차오를 이 자리에 앉힐 수 있었다.



현재 이 조직부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내년 가을의 중국공산당 18차 전국대표대회를 앞두고서다. 중국의 31개 성·직할시·자치구, 361개 시, 2811개 현, 3만4171개 향진(鄕鎭)의 간부 인사를 단행해야 한다. 지난 17차 당 대회의 예를 볼 때 7월 티베트를 시작으로 연말까지 14개 성·직할시·자치구의 간부 인사를 끝내고, 내년엔 7월 안으로 나머지 17개 성·시·자치구 인사를 마무리하게 된다. 전체 물갈이되는 자리는 800만 개 이상이다.



 후진타오 주석의 심복으로 알려진 리위안차오 조직부장은 이번 인사에서 어디에 중점을 둘까. 5년 전엔 젊은 피 수혈을 강조했다. 이번엔 전문가, 여성, 소수민족 선발에 역점을 두고 있다고 한다. 조직부의 인재 발탁과 훈련은 위기관리 대처능력을 살필 수 있는 스트레스 테스트 방법을 많이 이용한다. 최근 북·중 경협의 하나인 황금평 경제구 착공식에 참여한 천더밍(陳德銘·진덕명) 상무부장이 대표적 예다. 그는 쑤저우(蘇州) 시장 시절 중앙정부가 승인한 싱가포르 산업단지 맞은편에 경쟁 상대가 될 상업지역을 대담하게 승인해 중앙정부와 싱가포르를 놀라게 했다. 이후 산시(陝西)성 성장으로 옮겨 석탄 산업계의 병폐인 부패와 사고로부터 살아남은 끝에 상무부장이 됐다.



 물론 조직부에도 문제는 있다. 첫째, 파벌 간 힘 겨루기가 좌우하는 고위직 인선에 대해선 한계가 있다. 둘째, 왕조시대에나 있을 법한 매관매직이다. 헤이룽장성 출신의 리강(李剛·이강)은 2001년 30만 위안(약 5000만원)을 주고 쑤이링(綏稜)현 당서기 자리를 사 2년 만에 500만 위안을 거둬들였다. 그러나 이 같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조직부가 중국공산당의 8000만 당원을 효과적으로 이끌어가고 있다는 게 안치영 인천대 교수의 설명이다.





장관급도 매년 ‘대중’ 속으로 … 길면 한 달씩 현장 조사



엘리트들의 철저한 대중정당




중국공산당은 엘리트 정당이면서 동시에 철저한 대중정당을 추구한다. 흔히 당과 대중을 물과 물고기 관계에 비유한다.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2008년 10월 29일 산시(陝西)성 안싸이(安塞)현을 찾았다. 언론은 2박3일간의 현지 지도라고 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과수원에서 농민들과 어울려 함께 사과도 따는 등 대중과 하나가 되는 시간 갖기와 다름없었다.



 중국공산당 간부들은 후진타오와 마찬가지로 각각 자신의 지방 연계점을 갖는다. 아무리 높은 관리라도 정기적으로 기층(基層)에 내려가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이는 당원의 의무 사항이다. 장관급 간부의 경우 해마다 일정 기간 지방에 내려가 조사연구를 수행한다. 길게는 한 달이 걸리기도 한다. 시구(市區)급 당서기는 분기별로 하루, 현급 이하는 매달 하루는 민원실로 내려가 창구를 지키며 민원인을 직접 만난다. 이날은 ‘군중 접대일’로 불린다. 대중의 애환을 현장에서 직접 듣고 정책에 반영키 위한 것이다.



 중국공산당은 좋은 집(家門) 출신으로 좋은 학교(校門)를 나와 관리가 된(官門) 이른바 ‘삼문간부(三門幹部)’는 꼭 기층으로 내려 보내 단련시킨다는 계획이다. 물(대중)은 배(정권)를 띄우기도 하지만 뒤집기도 한다(載舟覆舟)고 믿기 때문이다. 중국공산당의 장수 비결 중 하나는 끊임없이 대중과 접촉해 그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또 대중으로부터 인재 수혈을 받는다는 점이다. 대중이 공산당을 떠나는 순간, 권력 또한 연기처럼 스러진다는 것을 알고 있는 까닭이다.



◆특별취재팀=유상철·한우덕·신경진(이상 중국연구소 기자), 장세정 베이징특파원, 정용환 홍콩특파원





◆중국공산당 창당 ‘기념일’=7월 1일은 중국공산당 창당 ‘기념일’이지 ‘창당일’은 아니다. 마오쩌둥 등 중국공산당 대표 13명이 상하이에 모여 창당을 결의하는 제1차 전국대표대회를 연 날은 1921년 7월 23일이다. 창당 당시 군벌의 탄압 등으로 극비리에 회합한 데다 공교롭게도 회의 장소 옆방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해 쫓겨가듯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겨 나머지 회의를 하는 등 경황이 없었다. 창당 자료도 없었다. 1938년 마오쩌둥이 7월에 회의를 연 사실만을 어렴풋이 기억해 상징적으로 7월 1일을 기념일로 정하기로 했다. 그러다 78년 개혁·개방 이후 소련으로부터 자료를 제공받는 등 정밀조사 끝에 창당일이 23일이란 사실을 밝혀냈다. 그러나 관행에 따라 현재까지도 1일을 창당 기념일로 정해 행사를 치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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