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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세대보다 초라한 삶”… 선진국도 중산층이 무너진다

중앙일보 2011.06.29 00:18 경제 4면 지면보기
국제 금융위기가 발발한 지 대략 3년이 지나면서 주요 선진국의 중산층들은 ‘임금은 제자리에서 맴돌고 수입 불균형만 심화되는’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기 그후 3년

 특히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아버지 세대보다는 물질적으로 나은’ 미래를 꿈꿔왔던 중산층의 꿈은 이제 사라질 상황이라고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FT)가 27일 전했다. 중산층이 당면한 가장 당혹스러운 현상은 소득의 정체 또는 감소다.



 예를 들어 독일 베를린에서 지게차를 운전하는 기사의 경우 지난해 수입은 1만9069파운드(약 3300만원)였다. 인플레이션 등을 감안하면 1978년에 비해 5% 낮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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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내 중간 정도의 소득을 올리는 남성의 경우도 75년 이후 사실상 수입이 증가하지 않았으며 평균 수준의 일본 가구의 세후 수입도 70년대 이후 2000년대 중반까지 하락해왔다. 독일도 지난 10년간 지속적인 하락 추세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일시적이나마 가려져 왔던 것도 사실이다. 원인은 바로 ‘신용 붐(credit boom)’ 때문이었다. 버는 것보다 더 많이 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값싼 돈’의 시대가 끝난 지 3년이 흐른 지금 선진국이 경제 재도약을 위해 몸부림치는 상황에서 중산층은 큰 압박을 느끼게 됐다. 게다가 선진국 정부로서는 재정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세금을 올리고 공공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는 처지다. 또 각국의 평균수명은 늘어나 노년층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결국 중산층은 이중고를 겪을 수밖에 없게 된 것이라고 신문은 설명했다. 하지만 상류층 상황은 달랐다. 75년 이후 미국 내 중산층의 실질 임금이 정체된 반면 국내생산은 급속히 늘어났다. 그 결과 1인당 국민소득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늘어난 부가 결국 최상류층의 배만 불렸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미국에서 최상류 1%의 사람들이 올린 소득은 74년 전체 국민소득의 8%였으나 2008년에는 18%까지 치솟은 것으로 각종 통계자료가 증명한다.



 이런 일은 미국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2개 회원국 중 17개국을 대상으로 80년대 중반과 2000년대 후반을 비교한 결과 소득불균형이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OECD 보고서는 “소득불균형은 이제 공통된 현상이고 더욱 심화하고 있다”며 “전통적으로 소득불균형이 심하지 않았던 덴마크나 독일·스웨덴 등도 이제 더는 이런 추세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OECD 회원국들은 이런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 임금을 올리고 낮은 소득계층을 대상으로 감세 등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소득 불균형 현상을 제어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오히려 선진국 내에서는 ‘좋은 직장과 안 좋은 직장’이라는 구분과 같은 노동시장의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고 런던정경대(LSE)의 앨런 매닝 교수가 지적했다. 93년에서 2006년까지를 조사해 보면 중간 정도의 임금을 주는 일자리는 줄어든 반면, 매우 높은 임금이나 낮은 일자리는 늘어났음을 알 수 있다. 이런 현상은 선진국 전반에서 일어나고 있다. 특히 통신 수단 등의 혁명적 발달은 ‘스타 일꾼’들을 만들어냈고, 금융 분야 등에서는 투기적 자본의 축적 등이 나타나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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