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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노조 D-3 … 곳곳서 ‘또 다른 노조’ 꿈틀

중앙일보 2011.06.28 00:28 종합 20면 지면보기



7월 1일 시행 앞두고 노동계는 …
KT·KEC, 새 노조 출범 준비 한창
삼성·포스코 등 무노조 기업엔
한노총·민노총 ‘깃발꽂기’ 경쟁





다음 달 중순 노조위원장 선거를 앞두고 있는 서울도시철도 노동조합은 출마 후보들에게 선거 후 노조를 탈퇴하지 않는다는 서약을 받고 있다. 이 노조의 이해준 노사대책국장은 27일 “지난주 열린 대의원대회의 결의 사항”이라며 “탈락한 후보가 또 다른 노조를 만드는 걸 막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5000여 조합원 가운데 최근 역무원 1000여 명이 탈퇴해 새로운 노조 설립을 추진하자 내놓은 ‘극약처방’이다.



 7월 1일부터 시행될 복수노조 시대를 앞두고 노동 현장의 지각 변동이 시작되고 있다. 기존엔 한 기업에 하나의 노조만 설립할 수 있었다. 하지만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한 기업에 여러 개의 노조가 설립될 수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이희성 책임연구원은 “복수노조 시대가 되면 조합원이 많고 여러 직종이 한데 묶여 있는 노조에서 새로운 노조가 생겨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지금은 기관사·정비사·역무원 등 다른 직종이 한 노조에 가입하고 있다면 앞으론 한 회사에서 직종별로 노조가 설립될 수 있다는 의미다.



 고용노동부 김성호 노사법제과장은 “두 명 이상이면 노조 설립이 가능하다”며 “법대로라면 한 기업에 수십 개의 노조도 설립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고용부가 집계한 노조 수는 2009년 기준 4689개.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1년 이내에 400~500개가 새로 생길 것이란 게 노동계의 분석이다.



 대기업에서는 노조 설립 움직임이 일고 있다. KT에서는 민주노총에서 탈퇴한 노조가 노사상생을 추구하자 옛 민주노총 소속 지휘부가 모여 새 노조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이와 반대로 구미의 전자부품업체 KEC에서는 민주노총 소속의 강경파 노조에 맞서 노사상생을 주장하는 근로자들이 다른 노조를 준비하고 있다. 노조 자산이 100억원대에 이르는 현대차나 기아차에서는 당장 복수노조가 출범할 가능성이 작다는 분석도 나온다. 새 노조를 만들면 조합비나 투쟁기금 등 기존 노조 자산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포스코 같은 무노조 기업에는 상급단체들의 깃발 꽂기 경쟁도 치열하다. 한국노총은 ‘무노조 사업장 지원 TF팀’을 구성해 삼성과 포스코의 노조 설립을 물밑에서 공략 중이다. 민주노총도 ‘삼성노동자 조직화를 위한 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켜 삼성 계열사의 노조 설립을 측면 지원하고 있다. 제3 노총도 움직이고 있다. 국민노총(가칭)을 추진 중인 새희망 노동연대 관계자는 “복수노조가 시행되면 제3 노총은 운신의 폭이 넓어질 것”이라며 “기존 노총과 노선이 다른 조합들을 이미 다수 규합했다”고 말했다.



 한 회사에 여러 개의 노조가 생겨도 노사 간 교섭은 대표 노조가 한다. 노조법에 한 기업에 여러 개의 노조가 생겨도 사측은 한 개의 대표 노조와만 임단협을 하도록 교섭창구를 단일화했기 때문이다. 대표 교섭권은 전체 근로자 중 과반 이상이 가입한 노조가 갖는다. 과반 노조가 없을 경우에는 노조 간 합의를 통해 공동교섭대표단을 꾸려야 한다. 하지만 노동계는 반발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교섭창구 단일화는 소수 노조의 교섭권을 배제해 결국 단결권을 제약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하지만 경영자총협회는 “교섭창구를 단일화하지 않으면 여러 노조와 1년 내내 교섭만 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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