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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빅뱅, 경계를 넘어라 (上) ‘위기를 기회로’ 미국 케이블쇼를 가다

중앙일보 2011.06.28 00:28 종합 24면 지면보기



차 안에서 태블릿PC로 집안 TV 설정 ‘모든 것이 가능하다’



미국 케이블 업계의 최대 연례 행사인 ‘케이블쇼 2011’이 14일(현지시간)부터 사흘간 시카고 맥코닉 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모든 것이 가능하다(Everything Possible)’는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의 전시장 풍경.





TV 빅뱅 시대다. 지상파의 독점이 저물고 있다. ‘슈퍼스타K’처럼 케이블 프로그램이 오디션 열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하드웨어도 마찬가지다. 모바일기기로 원하는 방송을 실시간 시청할 수 있다. TV와 인터넷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향후 종합편성채널까지 더해지면 콘텐트 경쟁이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미국 케이블쇼 현장을 다녀왔다. 그 격변의 현장을 2회로 나눠 싣는다.





회사원 이방송씨는 귀가길 자가용 안에서 내비게이션으로 엠넷 ‘슈퍼스타 K’를 보고 있었다. 집에 가서도 TV로 생방송을 이어 볼 수 있도록 휴대용 태블릿 PC로 TV를 원격 설정했다. 귀가한 이씨는 아들 방 PC에도 ‘슈퍼스타 K’ 방송을 띄워줬다.











 미국케이블TV협회(NCTA)가 그려보는 미래 TV의 모습이다. 14일부터 사흘간 미국 시카고 맥코믹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케이블쇼 2011’. 전세계 350여 업체와 500여 언론사, 1만4000여 명의 관람객이 다녀간 이 쇼의 화두는 ‘N스크린’(스크린 하나로 보던 콘텐트를 여러 스크린을 통해 보는 것)이었다. NCTA는 ‘케이블 넥스트(Cable Next)’라고 요약했다. 케이블TV의 미래는 인터넷을 통한 콘텐트 유통에 있다는 의미였다. 바야흐로 ‘어디서나 TV’(TV Everywhere) 시대가 열리고 있다.



 시카고 모토쇼로 유명한 맥코믹 컨벤션 플레이스 사우스홀 3층. 광활한 전시장에 수십 개의 미국 케이블 업체와 관련 기술 업체가 최첨단 TV를 놓고 경합했다. 미국 케이블 신기술이 밀집한 ‘케이블 랩(LAB)’ 행사장에선 미 최대 MSO(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인 컴캐스트가 아이패드를 활용한 TV 보기 앱(Application)을 설명했다. 아이패드에서 원하는 콘텐트를 터치해서 밀어주면 바로 거실 TV에 해당 화면이 뜨는 식이다. 편리한 인터페이스와 개인화(personalization)을 양대 축으로 하는 스마트TV의 실현이다.



 한국 삼성도 목 좋은 곳에 부스를 열고 스마트TV 신기술을 선보였다. 거실 셋톱박스가 일종의 미디어서버 역할을 하는 가운데 거실에서 보던 방송을 안방의 소형TV나 PC로 보는 것은 물론 갤럭시탭이나 갤럭시S 같은 모바일기기로도 볼 수 있다. 한국 중소업체 알티캐스트는 트위터와 TV 콘텐트를 실시간 연결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지금 케이블TV의 위상은 어떤 것인가. 미 케이블 업계는 2005년을 기점으로 광고매출에서 지상파를 추월할 만큼 성장해왔으나 요즘 텔콤이라고 불리는 통신회사들의 강력한 도전을 받게 됐다. (그래픽 참조)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시청자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켜야 하는 것이다. 한국의 사정도 엇비슷하다.



 기조토론에 나선 타임워너 케이블 글렌 브릿 회장은 “인터넷에 TV를 올려놔야 한다”(Put the TV on the internet)고 해법을 제시했다. 그와 함께 “케이블 역사의 아침이 열렸다(It’s morning in cable history)”는 말로 상황을 요약했다. 위기가 아니라 기회라는 선언이다.



 실제로 미국 케이블업계는 인터넷과 경계를 허문 서비스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보스턴에 거주 중인 임정욱 라이코스 대표(@estima7)에 따르면 타임워너케이블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텔레비전의 미래는 당신 손에 있다(The Future of Television is in Your Hands)”라는 광고를 냈다. 타임워너케이블이 제공하는 모든 방송채널을 실시간으로 시청할 수 있는 아이패드앱 광고다. 일부 콘텐트제공업자(PP)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 앱을 내려받은 이가 벌써 3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케이블이 인터넷과 적극 결합한 대표적인 사례는 훌루닷컴(Hulu.com)이다. 유튜브 대항마로 2007년 NBC유니버설· 뉴스콥·디즈니가 공동 설립한 훌루닷컴은 260개가 넘는 콘텐트 파트너와 손잡고 웹 무료 서비스를 하고 있다. 제휴사인 드라마피버엔 한국 드라마 ‘최고의 사랑’ ‘시크릿 가든’ 등이 실시간으로 올라오고 있다.



 관건은 결국 콘텐트다. 플랫폼의 경계가 무의미해진 가운데 소비자(시청자)가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콘텐트를 소비할 수 있게 하는 루트 개척이 핵심이다.



 미국 케이블의 신흥 강자로 촉망 받는 엔터테인먼트 스튜디오 네트워크(ESN) 대표 바이런 앨런은 “기존 케이블 시스템에선 유통의 병목 현상이 있었지만 이제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플랫폼에서 독립 사업자들에겐 무한한 기회가 열렸다”고 말했다.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한국도 지상파·케이블을 가리지 않고 누가 경쟁력 있는 콘텐트를 얼마나 글로벌하게 유통해서 시장의 파이를 키워가느냐 하는 시대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도 연내 종합편성채널 출범을 계기로 세계 시장을 내다보는 콘텐트 개발에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카고=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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