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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 … ” 신영록이 44일 만에 입을 뗐다

중앙일보 2011.06.28 00:23 종합 26면 지면보기



“엄마, 아빠 … ” 신영록이 44일 만에 입을 뗐다



쓰러진 지 44일 만에 의식을 회복한 프로축구 제주 유나이티드의 신영록이 27일 제주 한라병원에서 박경훈 제주 감독(오른쪽)과 손을 맞잡고 얘기를 나누고 있다. [제주유나이티드 제공]





지난달 8일 축구경기 도중 심장마비로 쓰러진 신영록(24·제주)이 마침내 깨어났다.



 신영록을 치료해 온 제주한라병원은 27일 “지난 24일 대소변 등 본인의 욕구를 직접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의식이 회복돼 일반병실로 옮겼다. 현재 의식이 명확하게 있는 상태고, 의사소통 능력도 호전되고 있다”고 밝혔다.



 쓰러진 지 44일 만인 지난 21일 합병증 증상이 호전되면서 스스로 눈을 뜬 신영록은 병상을 지킨 부모에게 “엄마, 아빠”라고 입을 뗐다. 인공호흡기 없이도 스스로 호흡이 가능해졌다. 신영록은 27일 병실을 찾은 박경훈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을 보자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놀란 박 감독은 병세를 악화시킬까 봐 곧바로 병실을 나가 5분 뒤 다시 들어가야 할 만큼 펑펑 울었다. 그때까지 신영록의 눈물은 그치지 않았다.



 눈물로 아들 곁을 지킨 신영록의 부모도 이제야 웃음을 되찾았다. 신영록의 아버지 신덕현씨는 “40일이 넘어가면서 주위에서는 어렵지 않겠느냐 하는 생각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식이 관 속에 들어가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는 게 부모 마음 아닌가. 반드시 깨어날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신씨는 “영록이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합숙생활을 시작했다. 이렇게 오래 함께 있기는 처음이다. 말없이 많은 대화를 했다. 아들 다리가 이토록 가늘어진 건 처음 봤다. 위험한 시기도 있었지만 스스로 잘 이겨냈다”며 안도했다.



 신영록의 회복을 초조하게 기다린 건 소속팀 코칭스태프와 동료들도 마찬가지였다. 박경훈 감독은 “감독을 맡은 뒤 가장 힘든 시기였다. 병마를 이겨낸 영록이가 대견하다. 재활치료를 잘해 다시 그라운드에 서는 모습을 꼭 보고 싶다”고 기뻐했다.



 제주는 지난 25일 강원 FC와의 경기를 ‘신영록 회복 기원’ 매치로 정하고 팬들에게 무료로 개방했다. 1-0으로 앞서던 경기는 후반 44분 동점골을 내준 뒤 후반 47분 배기종의 골로 극적으로 승리했다. 수원 삼성 시절부터 신영록과 단짝이었던 박현범은 27일 “어젯밤 영록이 꿈을 꿨다. 아침에 의식을 찾았다는 소식을 듣고 소름이 돋았다. 영록이가 일어서겠다는 힘으로 우리에게 승리를 전해준 것 같다”고 말했다. 주장 김은중은 “영록이 꿈을 두 번 정도 꿨다. 꿈에서 영록이는 너무 멀쩡했다. 일부러 꿈 이야기를 하지 않고 있었는데, 현실이 돼서 정말 기쁘다. 빨리 만나고 싶다”고 반겼다.



 신영록은 앞으로 지루한 재활 치료를 받아야 한다. 팔다리 모두 움직일 수 있지만 아직은 자유자재로 활동하지 못한다. 재활에 성공하면 일상 생활에는 지장이 없지만 K-리그 무대로 복귀하기는 어렵다는 게 의료진의 전망이다.



제주=장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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