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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설(世說)] 백선엽은 6·25의 산증인이다

중앙일보 2011.06.28 00:17 종합 29면 지면보기






서재석
KBS 편성센터장




백선엽 예비역 대장이 최근 사회적인 논란의 중심에 섰다. 논란은 지난 주말 KBS에서 방송된 6·25 특별기획 ‘전쟁과 군인’ 2부작 다큐멘터리에서 비롯됐다.



 이 다큐멘터리는 KBS 춘천총국에서 올해 6·25 특집 프로그램으로 기획했다. 강원도는 전쟁의 최대 격전지이기 때문에 백선엽 장군을 중심으로 6·25전쟁을 조명하자는 기획은 시의적절했다. 자료조사 과정에서 한림대 아시아문화연구소에 전쟁 당시 백 장군의 활약상을 포함한 미공개 영상자료가 다량 보관돼 있음이 확인됐고, 그 영상자료가 가진 특종성 때문에 이 다큐멘터리 기획은 더욱 힘이 붙을 수 있었다.



 백 장군은 전쟁 당시 제1사단장으로 전투현장에서 부대를 직접 지휘했고, 그의 부대가 치렀던 전선을 따라가다 보면 전쟁의 주요 전투들이 모두 등장하게 돼 전쟁의 실상을 아주 효과적으로 알 수 있다. 백선엽 장군은 치열했던 다부동 전투, 국군 평양 입성, 중공군과의 조우, 1·4후퇴, 휴전 회담, 지리산 빨치산 토벌작전 등 6·25전쟁의 주요 국면들을 직접 지휘하며 큰 공을 세웠다. 휴전 후에도 국군 전력증강 사업, 한·미 상호방위조약 체결 과정 등 국군 현대화 및 대한민국 국방에 있어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



 제작의도와 달리 불거진 논란의 핵심은 그의 친일 행적이다. 인간 백선엽의 인생역정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그의 친일 행각이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제작진도 미리부터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은 논란이 되고 있는 백선엽 장군의 해방 전 행적에 대해 ‘만주군관학교를 나와 일본군에 근무했던 행적이 있다’라고 정확히 적시했다.



 다만 6·25 특집이라는 이 프로그램의 기획의도에 충실하게 전쟁 과정에 초점을 맞추는 과정에서 그의 해방 전 행적을 깊게 다루지 않았을 뿐이다. 만약 백 장군의 일대기를 다룬 인물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면 한 인간의 상반된 인생역정을 대비해 다루었겠지만 이번 프로그램은 한국전쟁 기간의 인간 백선엽에만 한정했다.



 군인으로서의 백 장군은 대한민국 역사상 절체절명의 위기였던 전쟁 한가운데서 온몸으로 조국을 지켜낸 인물이자 현대사의 산증인이다. 방송은 기획의도에 충실하게 제작되었을 뿐이다. 남북이 분단된 현실에서 이 프로그램이 우리 모두에게 자유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이를 위해 피 흘렸던 분들을 기리는 데 일조했기를 바란다.



서재석 KBS 편성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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