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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류 콘텐츠 인기 지속되려면

중앙일보 2011.06.28 00:15 종합 29면 지면보기






김대호
인하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




최근 유럽에서 콘텐츠에 대한 두 개의 주목할 만한 일이 같은 시기에 일어났다. 하나는 지난 10일 프랑스 파리에서 한국 대중가요 공연이 성공적으로 개최돼 한류 콘텐츠가 유럽에서 커다란 인기를 얻은 것이다. 다른 하나는 지난 16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 주최 ‘디지털 어젠다’ 회의에서 유럽의 ‘창조적 콘텐츠 연합’(Creative Contents Alliance)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얼핏 관련 없는 것처럼 보이나 이 두 사안은 실제로 매우 밀접하게 얽혀 있다.



 한국의 대중가요에 대한 유럽인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한국의 콘텐츠 산업계 스스로 이러한 성과를 이루어냈다는 것은 아무리 칭찬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렇다면 유럽인의 반응이 모두 한류 콘텐츠에 긍정적일까. 유럽연합에서 콘텐츠 정책을 다루는 한 간부는 필자에게 한국의 대중음악이 유럽에서 지속가능한 콘텐츠일 것인지에 대한 확신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유럽의 한국 콘텐츠에 대한 인기가 인터넷과 소셜 네트워크서비스 등 디지털 미디어의 유통이 가져온 산물이라는 데 동의했다.



 지난 16일 유럽은 창조적인 콘텐츠에 대한 새로운 움직임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창조적 콘텐츠 연합’이 그것이다. 여기에는 필립스, EMI, 야후, BBC 등 유럽의 미디어 기업, 가전 산업, 콘텐츠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그야말로 미디어, 콘텐츠, 정보 기업들의 동맹군이다. 이들이 연합체를 결성한 것은 콘텐츠의 디지털 제작과 유통을 주도하려는 데 있다. 디지털 콘텐츠 유통이 전통적인 콘텐츠 유통에 비해 빠르고 저렴한 특징을 기회로 삼아 유럽의 콘텐츠 구조를 변화시키겠다는 것이다. 창조적 콘텐츠 연합이 새로운 이용자를 창출할 수 있는 하나의 틀이 되고자 한다는 것이다.



 창조적 콘텐츠 연합은 저작물에 대해서도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이용을 활성화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즉, 관련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산업계가 콘텐츠에 접근하는 방법을 용이하게 해 그것을 재가공하는 도구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 영국의 BBC는 콘텐츠를 콘텐츠 제작자들이 무료로 이용하도록 개방했다. 이러한 모델의 목표는 미디어 대기업과 콘텐츠 중소기업이 서로 협력해 새로운 콘텐츠 생태계를 만드는 데 있다.



 다양한 디지털 기기와 서비스가 융합되는 스마트 미디어 시대에 콘텐츠는 어느 한 개인이나 기업의 힘만으로 지속가능한 성과를 내기 어렵다. 창조적인 콘텐츠는 이제 개방과 협력을 통해 이루어진다. 무엇보다도 콘텐츠와 정보기술을 연계하고 지적재산을 널리 활용함으로써 창조적인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다는 사례가 가시화하고 있다.



 여름휴가가 시작되기 직전인 6월의 유럽은 한편으로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한국의 콘텐츠를 개방적으로 수용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콘텐츠를 개방적으로 활용하는 미래를 준비하고 있음을 동시에 보여주었다. 둘 다 콘텐츠에 대한 개방적인 입장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는 디지털 사회, 스마트 미디어 시대의 콘텐츠의 방향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류 콘텐츠의 기회를 일회성이 아닌 지속가능한 것으로 살릴 수 있으려면 이러한 흐름을 정확히 읽고 대응해야 한다. 특히 창조적인 콘텐츠 연합에서 드러나듯이 콘텐츠 기업만이 아니라 정보기술, 기존의 미디어 대기업 등이 개방적으로 서로 협력하는 상생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이제 막 피기 시작한 콘텐츠 역량과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기술 경쟁력을 결합하는 상생적 접근이 필요하다. 정보 인프라가 우리에 비해 뒤떨어지고, 디지털 산업의 기반이 약한 유럽이 먼저 이러한 방향으로 치고 나가고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우리야말로 창조적 콘텐츠 연합 전략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김대호 인하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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