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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억 들인 스케이트장…하루 이용객 10여 명

중앙일보 2011.06.27 01:58 종합 21면 지면보기






대전시 문화동 서대전시민공원에 있는 사계절 스케이트장이 이용객이 없어 텅 비어 있다. [김성태 프리랜서]



19일 오후 사계절 인조스케이트장이 있는 대전시 중구 문화동 서대전 시민공원. 휴일을 맞아 주민 100여명이 공원 곳곳에 모여 휴식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공원 한쪽에 있는 ‘사계절 인조스케이트장’은 텅 비어 있다. 중구청 직원 1명이 문을 열고 이용객을 기다리고 있다. 이곳에서 만난 주민 노문승씨는 “공원에 매일 나오지만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은 거의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스케이트장은 대전 중구청이 주민들에게 여가 체육공간을 제공한다는 취지로 조성했다. 전임 이은권 청장이 2008년 12월 간부회의에서 직원들에게 지시하면서 사업은 착수됐다. 당시 중구청이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하던 ‘레저스포츠시설 구축 지원사업’에 공모, 사업권을 획득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국민체육진흥기금으로 3억5000만원을 지원했다. 중구청은 이 돈에 구청 예산 2억8000만원을 보태 스케이트장을 만들었다. 스케이트장 규모는 가로 35m, 세로 20m이며, 스케이트(플라스틱 칼날)와 헬멧 등 장비를 갖췄다. 스케이트장 바닥은 플라스틱패널로 제작됐다. 중구청은 개장 당시 “월평균 6750명씩 찾아 890만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측했다. 이 전 청장은 “서울 등 타 지역 운영 사례 등을 면밀히 검토한 뒤 수익성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해 4월부터 12월 말까지 8개월간 스케이트장 이용객은 5137명(매출 902만5000원)에 불과했다. 이 기간 운영비로 767만원을 썼다. 전기료와 스케이트 윤활제 구입비 등이다. 중구청 문화체육과 허준 담당관은 “공익요원이나 구청직원이 관리해왔기 때문에 인건비는 별도로 들지 않아 운영비가 적었다”고 말했다.



 스케이트장이 외면당하는 가장 큰 이유는 스케이트가 플라스틱 패널에 잘 미끄러지지 않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저학년학생의 경우는 누군가 밀어줘야 겨우 앞으로 나간다. 이곳을 찾은 김동헌(13)군은 “스케이트가 좀처럼 나가지 않아 재미가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스케이트 날이 플라스틱과 부딪칠 때 ‘쿵, 쿵’하는 소음이 난다. 인근 아파트 단지 주민들은 “스케이트장 소음이 귀에 거슬린다”며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스케이트장은 캐노피 등의 보호막이 없어 여름에는 무더위, 겨울에는 추위에 그대로 노출된다. 이 때문에 올해부터는 이용객이 하루 최대 10여명에 불과하다. 서울 마포구 등 일부 지자체도 중구와 유사한 스케이트장을 만들었지만 폐쇄하거나 개점휴업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청 측은 스케이트장 이용객이 없자 철거 하거나 인라인 스케이트 장 등으로 개조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그러나 철거하거나 다른 용도로 바꾸면 국비 3억5000만원을 반납해야 한다. 지정된 용도로 세금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용갑 중구청장은 “구 재정 형편상 반납할 국비를 마련하기도 어렵고 철거할 경우 국민 세금만 낭비하는 꼴이어서 속만 끓이고 있다”고 말했다.



글=김방현 기자

사진=김성태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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