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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곡하고 외면하고 … 고교 국사 교과서의 ‘현대사’ 기술들

중앙일보 2011.06.27 01:29 종합 3면 지면보기
교육과학기술부가 검정한 6종의 고교 한국사 교과서가 전반적으로 대한민국의 기본 이념인 자유시장경제를 삐딱하게 보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회장 허창수)가 서울대 박효종(윤리교육), 홍익대 김종석(경제), 서울대 전상인(사회학) 교수에게 의뢰해 한국사 교과서 중 1945년 8·15 광복 이후 현대사 부분을 분석한 결과다. 세 교수는 중도우파의 시각을 견지하는 인물. 하지만 그들의 눈으로 보기에도 현재 쓰이는 교과서에는 1960~70년대 경제개발 과정과 대기업이 이룩한 성과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넘쳤다. 6종의 교과서에서 모두 112곳의 내용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북한 토지 무상분배만 부각 …‘집단농장으로 몰수’는 빼먹어
전경련 의뢰, 박효종·김종석·전상인 교수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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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는 무상 몰수, 무상 분배의 토지개혁을 실시했다. 토지를 소작농에게 분배한 결과 농가는 평균 1만6137㎡(약 4900평) 정도의 농지를 보유할 수 있었다.”



 삼화출판사의 고교 한국사 교과서 315쪽에 나온, 정부 수립 전후 토지개혁에 대한 내용이다. 남한의 토지개혁은 이렇게 소개했다. “농민들은 북한과 같은 토지개혁을 요구했다.…토지개혁은 유상 매수, 유상 분배를 원칙으로 하였으며….” 요컨대 북한은 농민들에게 토지를 공짜로 나눠줬고, 남한은 돈을 받고 줬다는 것이다. 박효종 교수는 “북한이 집단농장을 만들어 토지를 다시 가져간 사실은 싣지 않았다”며 “단지 토지 분배가 유상이었느냐, 무상이었느냐에만 초점을 맞춰 북한이 더 잘했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농민에게 실제 농지 소유권을 준 1950년 남한의 농지개혁과 달리, 1946년 북한의 토지개혁은 농민에게 경작권만 주었다가 1954년 국가가 회수해 집단농장을 건설한 사실은 서술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박효종 교수











김종석 교수











전상인 교수



 박 교수 등 3인의 학자가 들여다본 한국사 교과서는 역사적 사실의 한쪽 면만 싣고 다른 쪽은 생략한 경우가 많았다. 특히 한국의 경제발전 과정과 시장경제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부분이 그랬다. 김종석 교수는 “일부 교과서는 중립적 시각을 유지하려 노력한 것이 보였지만 다른 교과서는 기술 내용뿐 아니라 편집과 사진·삽화 사용에서도 시장경제를 깎아내리려는 듯한 의도가 엿보였다”고 말했다.



 미래엔컬처그룹의 교과서는 1960~70년대 고도성장기의 문제점을 이렇게 표현했다. “정부 주도의 성장 정책은 재벌 중심의 한국적 기업 문화를 형성했다. 수출을 주도하는 몇몇 대기업이 정부의 특혜로 성장하면서 여러 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서로 다른 업종에까지 진출해 재벌이 됐다. 이때 기업이 정부의 혜택을 얻어내기 위한 부적절한 거래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정경유착의 문제가 발생했다.” 교과서를 분석한 연구진도 당시 정경유착 문제가 있었음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기업이 수출과 일자리를 늘리고 소득 개선에 이바지했다는 것은 한 줄도 없이 부정적인 점만 드러낸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삼화출판사 교과서엔 2003년 9월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 내용이 실렸는데 당시 현장에서 자살한 농민 이경해씨의 시위 사진까지 실었다. 시위 사진과 함께 “지금 인류가… 반인륜적이고 농민 말살적인 반환경적이고 비민주적인 세계화의 위험에 빠져 있다는 것을 시민들에게 경고하는 바이다”라는 이씨의 주장도 그대로 실었다. 교과서를 분석한 연구진은 이에 대해 “세계화가 반인륜적이라는 데 대해서는 대부분의 전문가가 동의하지 않는다”며 “더구나 외국 시위 현장에서 자살한 사례를 소개하는 것이 어떤 교육효과를 얻으려는 것인지 매우 우려된다”고 했다.



 박효종 교수는 “대부분의 교과서가 경제 발전 과정에서 일어난 부정적 측면만을 강조하고 현재 우리가 누리는 번영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를 간과했다”고 평했다. 교과서들이 시장경제와 과거 경제개발의 공로는 빠뜨리고 허물만 나열했다는 것이다.



 전상인 교수는 “앞으로 국사 교과서를 개정할 때 어떤 사실을 넣고 어떤 부분을 뺄 것인지, 또 비중은 어떻게 다룰지에 대해 더 많은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한국사 교과서의 문제점을 담은 ‘교사용 한국사 교과서 참고 자료’를 다음 달 중 만들어 전국 고교에 배포할 예정이다.



배영대·권혁주 기자

자료 : 전국경제인연합회(교과서 분석▶박효종 서울대 교수, 김종석 홍익대 교수, 전상인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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