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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태평양 고기압, 한반도에 병 주고 약 줬다

중앙일보 2011.06.27 00:38 종합 16면 지면보기



48년 만의 이례적 6월 태풍 ‘메아리’ 불러들였지만
동쪽 탄탄히 버티고 앉아 육지 관통 막아 피해 줄여



경북 칠곡군 왜관읍 호국의 다리(옛 왜관철교)가 25일 폭우로 불어난 강물에 무너졌다. [칠곡=프리랜서 공정식], [연합뉴스]





북태평양 고기압이 한반도에 병도 주고 약도 줬다.



 6월에 발생한 제5호 태풍 ‘메아리(MEARI)’가 이례적으로 한반도까지 접근하도록 만든 것도, 한반도를 관통하는 것을 막아 피해를 줄인 것도 북태평양 고기압 때문이었다.









제5호 태풍 ‘메아리’의 영향으로 전국에서 피해가 속출했다. 경찰과 119구조대원들이 26일 오후 경남 밀양시 산내면 용암마을 앞 하천에서 물에 휩쓸려간 승용차를 인양하고 있다. 3시간여 만에 인양된 이 차 안에서 5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칠곡=프리랜서 공정식], [연합뉴스]













 서해를 따라 북상한 태풍 메아리는 26일 오후 서해 옹진반도와 중국 산둥반도 사이를 지나 27일 새벽 세력이 크게 약화됐다. 기상청은 26일 태풍 메아리가 27일 오전 북한 신의주 부근으로 상륙한 뒤 온대 저기압으로 바뀌면서 소멸할 것이라고 예보했다.



 기상전문가들은 6월에 태풍이 한반도 북부지방까지 진출한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고 설명한다. 6월 태풍이 한반도에 상륙한 것은 1963년 부산 인근에 상륙해 지나간 ‘셜리’ 이후 48년 만에 처음이다. 6월 태풍이 한반도에 영향을 미친 것도 2004년 이후 7년 만이다.



 이번 태풍 메아리가 한반도까지 온 것은 예년보다 일찍 세력을 확장한 북태평양 고기압 탓이다. 태풍은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의 경계를 따라 북상한 뒤 편서풍에 밀려 동쪽으로 빠져나가는 것이 보통이다.



 기상청 김회철 통보관은 “북태평양 고기압이 예년에 비해 일찍 발달해 일본 전체를 덮고 있는 상황이어서 6월 태풍인데도 일본 쪽으로 빠지지 않고 한반도까지 북진해왔다”고 말했다. 올여름 제주도에서 장마가 평년보다 열흘 정도 일찍 시작된 것도 북태평양 고기압이 일찍 확장한 탓이다.



 하지만 태풍 메아리는 한반도 인근까지 진출한 다음에도 동쪽으로 빠지지 못하고 계속 북진했다. 동쪽에 워낙 강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남한의 경우 최악의 상황인 태풍의 상륙은 운 좋게 피할 수 있었다.



 메아리는 26일 오후부터 이동속도가 급격히 느려졌다. 북쪽에 또 다른 고기압이 자리를 잡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김 통보관은 “26일 중부지방까지 북상할 때까지는 기압골의 영향을 받아 태풍이 빠르게 이동했으나 이후 이동 속도가 크게 느려졌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26일 밤늦게까지 태풍 메아리는 북위 38도 근처에서 아주 느리게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



 태풍은 필리핀 동쪽 해상 등에서 1년 내내 발생하지만 대부분 7~9월에 발생하고, 한반도가 직접 영향을 받는 시기도 주로 7~9월이다. 이번처럼 6월이나 10월에 한반도에 영향을 주는 경우는 드물다. 최근 30년(1981~2010년) 동안 6월에 한반도에 영향을 준 태풍은 연평균 0.3개, 즉 3년에 한 개꼴이다. 10월에 한반도에 영향을 준 태풍은 10년에 한 개 정도였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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