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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칼럼] 미국, 자본주의 체제 맞나

중앙일보 2011.06.27 00:16 종합 29면 지면보기






마크 로
하버드 로스쿨 교수




경제체제를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로 나눈다면 미국은 강력한 자본주의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국영기업 수가 적고 국가가 기업활동에 간여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특성들이 미국이 얼마나 자본주의에 충실한지는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기업에서 주주의 이익과 경영층의 이해가 상충될 때 누가 승리할 것인가. 미국의 현행법은 주주보다는 경영층과 기업 이사회에 더 큰 권한을 주고 있다. 일부에선 이를 대수롭게 않게 여길 수 있다. 주주들이 경영의 주체인 이사회 멤버를 선출하기 때문이다. 주주들의 이런 권한이 유지되는 한 주주들이 기업을 지배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주식의 25% 이상을 보유한 대주주들이 있는 기업에선 이런 논리가 통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에선 이런 형태의 기업이 드물다. 즉, 대부분 주주가 광범위하게 분산된 구조를 갖고 있다.



 미국 기업에서 이사회 멤버를 선출하는 비용은 적지 않다. 현직 인사들은 대개 자신들을 이사회 멤버 후보로 재지명한다. 기업들은 이런 선출에 비용을 부담한다. 반면 개인 주주들이 이사회 멤버를 교체하는 것은 쉽지 않다. 예를 들어 한 주주가 제너럴모터스(GM) 이사회의 경영활동에 불만을 갖고 새로운 이사회 멤버를 지명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 주주는 새로운 선출에 따른 비용을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 현행법상 기업이 이 비용을 지원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회사를 통째로 매입해 경영층을 바꾸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이사회와 이와 관련된 로비 그룹이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기업 인수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1980년대 초, 기업 인수합병(M&A)이 활발했던 시기에는 이사회의 권한이 그다지 크지 않았다.



 미국 기업법 개혁론자들은 기업의 이사회 멤버 선출 과정을 주목해왔다. 10여 년 전 회계 부정을 저지른 엔론과 월드콤 사건이 터진 직후 미국의 증권업무를 감독하는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주주들이 회사 비용으로 비록 일부지만 이사회 멤버를 지명해 선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경영자들을 대변하는 로비단체들이 치열한 로비와 함께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위협해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이후 2010년 금융위기의 여파로 기업 이사회의 권한이 약화됐을 때 SEC는 주주들에게 회사 비용으로 새로운 이사회 멤버를 선출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을 발표했다. 하지만 미국 경영자단체는 즉시 소송을 제기했다.



 경영층은 회사의 주인이 아니지만 기업의 경영활동에 대한 의사결정을 담당한다. 이런 방식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 하지만 경영층과 주주들 간 사이가 좋지 않을 때는 상황이 달라진다. 특히 경영층이 주주를 의식하지 않고 지나치게 독선적인 판단을 내릴 때 기업의 경쟁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실제 경영층이 투자 실패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에게 지나치게 많은 보수를 지불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현재 미국이 어느 쪽에 있는지 분명하다. 그러나 경영층과 주주라는 잣대로 본다면 미국은 분명 주주가 아닌 경영자 편에 서 있다.



마크 로 하버드 로스쿨 교수

정리=최익재 기자 ⓒ Project Syndic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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