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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정의 총체적 혼선

중앙일보 2011.06.27 00:13 종합 30면 지면보기
이명박(MB) 대통령 정권의 집권 4년차에서 국정이 혼선을 보이고 있다. 국정의 총체적 난국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 하지만 ‘2011년의 혼선’은 몇 가지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우선 양극화 심화로 ‘분노의 계층’이 늘어나면서 공짜·반값 복지 포퓰리즘 태풍이 사회를 강타하고 있다. 여권은 재·보선에 이어 내년 총선 패배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노선을 잃고 분열하고 있다. 여권의 갈등을 목격한 야권은 정권탈환에 모든 걸 걸고 ‘야권연대(連帶)’란 송풍기로 포퓰리즘 바람을 마구 불어대고 있다.



 여권은 영락없는 ‘봉숭아 학당’이다. 비상시국에 원내대표가 된 사람은 정교한 당정협의 없이 불쑥 반값 등록금에 불을 질렀다. 한나라당은 정부의 동의 없이 ‘2014년까지 30% 인하’를 서둘러 내질렀다. 당의 안대로라면 2014년부터는 매년 3조원씩 쏟아 부어야 한다. 소득세·법인세 감세는 MB 정권의 대표 정책인데 당에선 마구 흔들어대고 있다. ‘부자무상급식’ 반대는 당론이다. 당의 주력부대인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를 지켜내려 주민투표를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남경필·유승민 같은 당권후보는 브레이크를 걸고 있다. 그러면서 당은 북한인권법처럼 시대가 요구하는 ‘가치 법안’은 야당 반대에 막혀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와 집권세력은 4·27 재·보선에서 민심이반이라는 강타를 맞자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다. 친이계 주류가 대거 이탈하면서 동력도 크게 상실했다. 대통령의 친·인척 비리는 없지만 대신 선거캠프 출신 측근과 감독기관을 비롯한 공직사회의 비리가 고스란히 재연돼 정권은 국민의 신뢰를 잃고 있다. 대통령이 개혁과 사정(司正)의 영(令)을 세워야 하는데 이미 공정(公正)이 여기저기 무너진 마당에 가능할지 의문이다.



 4·27 재·보선 이후 야당은 오만해진 느낌이다. 분당을 승리를 목격한 민주당은 중산층만 추가로 뺏어오면 총선·대선 승리가 가능하다고 보고 포퓰리즘에 매달리고 있다. 등록금 부담 완화에서 당론은 소득 하위 50%에게 단계적으로 지원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손학규 대표가 촛불집회에 나가더니 하루아침에 ‘모든 학생’으로 바꿔버렸다. 민주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선 재협상이라는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 정당하게 상임위를 통과한 북한인권법은 법사위에서 틀어쥐고 있다.



 포퓰리즘 혼선은 사회의 앞길에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 소득 2만 달러에서 대충 나눠 가지고 빚잔치나 벌일 것인가. 아니면 3만~4만 달러를 위해 재정을 단속하면서 성장과 복지의 균형을 맞출 것인가. 건전한 사회라면 포퓰리즘은 경계하면서 민생을 살리기 위한 성장·일자리 공급정책에 주력해야 한다. 그런데 정치권은 반대 방향으로 치닫고 있다. 이러면 사회의 발전은 늪에 빠진다. 박근혜라는 미래 권력, 또 다른 도전자들, 야권의 정권 공략자 모두가 이 늪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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