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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의 시시각각] 과격한 당권후보 유승민

중앙일보 2011.06.27 00:12 종합 30면 지면보기






김진
논설위원·정치전문기자




한나라당 당권후보 7인 중에서 가장 논란적인(controversial) 인물은 유승민 의원이다. 그의 출마선언문은 매우 과격하다. 마치 야당후보의 선언을 보는 것 같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정책에 칼을 들이댔고 대기업·부자를 창으로 찔렀다. 그는 노선과 정책을 획기적으로 바꾸겠다고 했다. 그가 대표가 되면 여권 내에선 갈등의 바람이 불 것이다.



 유 의원은 박근혜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낸 대표적인 박근혜 사람이다. 내년에 당선되면 3선이 된다. 만약 박 전 대표가 집권하면 그는 주요 경제장관으로 중용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그의 사상과 정책은 검증되어야 한다.



 유승민은 보수·우파의 주요한 경제학자요 브레인(brain)이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거쳐 한나라당의 연구소 소장을 지냈다.



 유승민 같은 주류 경제학자는 성장과 복지의 합리적 균형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최근 보수가 복지에 신경을 더 써야 한다는 ‘온정적 보수주의(compassionate conservatism)’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런 변화 속에서도 보수·우파 이론가들은 성장과 개발 또한 복지만큼 중요한 것임을 지켜야 할 것이다. 양극화 해소는 사회의 절박한 과제다. 하지만 주류 이론가들은 양극화를 다루면서도 노무현 대통령처럼 공동체를 ‘8 대 2’로 쪼개서는 안 될 것이다. 이런 게 보수·우파가 지켜야 할 선이다.



 그런데 유승민은 이 선을 유린하고 있다. 출마선언문에서 그는 보수세력이 “4대 강에는 22조원이나 쏟아 부으면서” 결식아동·대학생·비정규직·쪽방노인을 위해선 예산이 없다고 “뻔뻔스러운 거짓말”을 내뱉고 있다고 공격했다. 그러면서 그는 “토목경제가 아니라 사람을 위해, 국민을 위해 돈을 쓰겠다”고 했다.



 많은 경제·환경·토목 학자는 4대 강 개발의 가치와 경제성을 인정한다. 누구보다 낙동강·영산강 등 4대 강의 주민이 개발을 원한다. 이들은 그가 그렇게 외치는 서민이 아닌가. 이들이 사람이 아니고 국민이 아니면 누구인가. 유 의원은 많은 이가 개발가치가 있다는 4대 강은 반대하면서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11조원짜리 동남권 신공항은 왜 찬성하는가. 그는 무상급식을 수용하겠다고 한다. 4대 강은 22조원이면 끝나지만 무상급식은 한번 정해지면 매년 수조원이 들어간다. 10년이면 수십조, 100년이면 수백 조원이다. 경제학자 유승민의 계산법은 무엇인가.



 유 의원은 선언문에서 “부자들은 돈이 많아 주체를 못하는데 가난한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고 했다. “재벌기업은 수십조원 이익을 보는데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죽어가고 있다”고 했다. 경제학자라면 사람들이 죽어가는 것과 부자·기업이 돈을 버는 게 관련이 없다는 걸 잘 알 것이다. 대기업·부자가 잘돼야 공동체가 커지고 서민·약자의 생활도 나아진다는 걸 그는 배웠을 것이다.



 보수세력이 사회적 약자에게 더 많은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는 그의 충정(忠情)은 높이 살 만하다. 당이 처한 정치적 곤경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주요한 지식인·경제학자라면, 언젠가 중용될지 모를 경제장관 후보라면, 그는 집권 보수세력의 정책과 가치가 억울하게 매도당하지 않게 언행을 유지해야 할 것이다. 비판과 부정(否定)은 다른 것이다.



 3년 전 이명박 대통령 세력이 박근혜를 탄압했을 때 공동체의 다수는 조용히 박근혜를 밀어주었다. 박근혜가 약자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대통령은 지는 권력이요 박근혜는 뜨는 권력이다. 뜨는 권력의 핵심인사들은 보다 신중하고 겸손해야 하지 않을까. 특히 유 의원은 친박계의 유일한 당권후보다. 어쩔 수 없이 사람들은 유승민의 뒤에서 박근혜의 그림자를 본다. 그리고 대통령이 아버지면 당대표는 어머니다. 유승민은 아이들 앞에서 아버지의 멱살을 잡는 어머니가 되려는 것인가.



김진 논설위원·정치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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