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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로빈후드 포퓰리즘

중앙일보 2011.06.27 00:11 종합 31면 지면보기








춘추시대 정나라 재상 자산은 강에 발이 묶인 백성을 보곤 수레에 태워 건네준다. 이에 맹자가 꾸짖는다. “은혜롭지만 정치가의 일은 아니다(惠而不知爲政)”라고. 정치가면 촌음을 아껴 다리 놓는 일부터 헤아리라는 거다. 근본 해결 아닌 포퓰리즘적 대처에 대한 호된 질책이었다.



 기록상 서양에서 포퓰리즘이 등장하는 건 로마시대 때다. 기원전 2세기 호민관이던 그라쿠스 형제는 시민에게 땅을 나눠주고 옥수수도 시가보다 싸게 판다. 개혁을 위한 지지 확보 차원이었다. 하나 로마인들은 독재자가 되려 한다며 이들을 사형시킨다.



 이런 비극적 출발에도 불구하고 포퓰리즘은 시공을 초월해 퍼져나갔다. 숱한 인기영합주의가 창궐했지만 압권은 1940·50년대 아르헨티나 후안 페론 전 대통령 부부가 펼친 정책이다. 페론은 국토의 3분의 1을 몰수해 서민들에게 나눠줬다. 의적을 흉내 낸 ‘로빈후드 포퓰리즘’이었다. 황당한 정책도 많았다. 지방분권을 돕는다며 TV공장을 수도에서 3000㎞ 떨어진 남극 옆에 세웠다.



 아내 에바도 못지않았다. 뮤지컬 ‘에비타’의 소재가 될 정도로 극적인 삶을 살았던 그는 “나는 남편과 국민을 섬기기 위해 사는 여자”라며 밤낮없이 빈민들을 만났다. 나환자들의 상처를 손으로 어루만지며 이들과 입을 맞췄다. 자궁암으로 33세에 숨지자 성자로 모시자는 요청이 교황청에 쇄도한 것도 무리가 아니다. 하나 에바는 포퓰리즘의 화신이란 욕도 먹는다. 빈자를 돕는다고 트럭 가득 돈을 싣고 다니며 뿌려댄 탓이다.



 포퓰리즘이 페론의 전유물은 아니다. 파격적 의료정책을 폈던 탁신 전 태국 총리, 막대한 원유 판매 자금을 뿌렸던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도 그랬다. 그럼에도 아르헨티나인들은 누구보다 선심정책에 길들여져 있다. 최근 열 번의 선거에서 여덟 번 페론주의자가 이긴 것도 이 때문이다. 현 페르난데스 정권도 값싼 내수용 빵·쇠고기를 확보한다며 수출세를 매기고 가격을 통제한다. 그러자 농민들은 마진이 박해진 목축과 밀 재배를 포기하고 있다. 농업천국 아르헨티나에서 쇠고기·밀이 부족해질 판이다. 데모를 하면 시위대에게 금품이 쥐어진다. 어그러진 포퓰리즘의 단적인 모습이다.



 최근 ‘반값 등록금’ ‘무상급식’ 등으로 포퓰리즘 논란이 뜨겁다. 바람직한 복지정책인지, 포퓰리즘적 선심공세인지는 냉정히 따져봐야 한다. 다만 어느 쪽이든 아르헨티나의 전철을 밟지 않게 조심하는 건 백번 마땅한 일이다.



남정호 국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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