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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의 배금주의, 정신이 없을 정도다”

중앙일보 2011.06.27 00:07 종합 25면 지면보기



삼성동 ‘눈부신 윤리학’전 위해 서울 온 화가 펑정지에



자신의 그림 ‘로맨틱 트립 26’(1999) 옆에 선 펑정지에(오른쪽). 무엇과의 야합일까. 속물 취향을 숨기지 않은 신혼부부를 향해 풍요를 상징하는 중국의 복숭아 아기와 서양의 천사가 파리처럼 날아든다. 개방된 세상에 대한 호기심, 그 세상의 찬란함 때문에 그림 속 젊은이들은 눈 둘 곳을 모른다.





“예술이 부당한 일에 이용됐다는 데 예술가로서는 무력감을 느꼈습니다. 피해본 분들을 생각하면 안타깝기도 하고요.”



 중국 현대 화가 펑정지에(俸正杰·43)의 얘기다. 현대 중국작가 국내 기획전 참여를 위해 최근 내한한 그를 만나 부산저축은행 불법 대출 사건에 본인의 그림이 연관된 것에 대해 묻자 그가 내놓은 대답이었다. 부산저축은행장이 아들의 갤러리 운영을 위해 미술품 23점을 담보로 362억원을 불법으로 대출해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었다. 장샤오강(張曉剛·53)의 ‘혈연’ 시리즈, 펑정지에의 ‘중국 초상’ 시리즈, 인자오양(尹朝陽·51)의 ‘블루 포이트리’ 등 23점 중 21점이 중국 현대회화였다.



 펑정지에는 “한 달 전쯤 그 소식을 전해 들었다. 어떤 이들은 뭔가에 대한 비판성을 지닌 작품을 소장하면 마치 자기가 그런 정신을 구현하는 듯한 기분이 드는 모양이다”라고 꼬집었다.



 펑정지에는 1989년 천안문 사건 당시 쓰촨(四川) 미술학원 학생이었다. 천안문 사건으로 중국이 처한 사회 현실에 눈 뜬 그는 시장경제하의 사회주의라는 모순된 개방정책 속에서 소비사회로 돌진한 중국인들이 정신적, 문화적으로 공허해진 상황을 줄곧 작품의 주제로 삼았다.



 새빨간 입술에 외사시(外斜視)의 눈을 한 그림 속 젊은 여성들은 제목 그대로 ‘중국 초상’을 대변한다. 펑정지에는 “지난 30년간 중국은 개혁·개방을 통해 순식간에 개방된 사회가 됐는데, 그렇게 새로 대면하게 된 세계는 이전에 중국인들이 경험한 세계보다 풍부하고 다채로워 정신이 없을 지경이었다”고 설명했다.



 배금주의(拜金主義)에 비판의 날을 세우는 그가 중국 현대 화가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하며 부를 얻고 있는 것도 아이러니다.



 그는 “빵을 보고 ‘저걸 먹으면 배부르겠군’ 해서 먹었더니 그 속에 쨈도 들어있더라. (작품의 인기는) 현대 사회의 물질적 구조가 만든 예상치 않은 순환, 뜻밖의 선물이었다”고 답했다. 그러나 “생각지 않게 쨈이 든 빵을 먹어 기쁘긴 했지만 그 다음 빵에도 쨈이 있으란 법은 없다고 생각한다. 또한 쨈이 맛있는 건 알지만 사실 빵만으로도 배부르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 삼성동 인터알리아 아트 컴퍼니에서 열리고 있는 ‘눈부신 윤리학’전에 참가하고 있다. 그를 포함해 인자오양, 리천(48), 쫑비아오(43), 관용(43) 등 현대 중국작가 5명의 작품 49점이 전시된다.



 전시를 기획한 김미령씨는 “ 중국 사회에 대한 중국 예술가들의 비판정신이 돋보이는 작품을 주로 골랐다”고 소개했다. 정신이 물질을 따르지 못하는 괴리, 어디 중국만의 얘기일까. 전시는 다음 달 21일까지 열린다. 02-3479-0114.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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