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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가르치려고 공부하는 엄마들

중앙일보 2011.06.19 22:28



교육 전문지도사과정 밟아 효과적인 학습·독서법 멘토







“엄마 혈압 올라 죽는 모습 보고 싶어 그러냐.” “나도 열심히 한단 말야. 잘 알지도 못하면서 화만 내.” 이숙화(38·경기 안산·자기주도학습지도사)씨는 아들(권순욱·초 5)과 옥신각신하던 예전 모습을 부끄러운 듯 조심스럽게 떠올렸다. 이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아들을 혼내고 야단치고, 감시하듯 공부시켰다. 그러나 지금은 아들과 둘도 없는 친구가 됐다. 이씨가 권군의 성적보다 과정·노력을 중요하게 바라보면서부터다. “몰랐던거죠. 그저 옛날처럼 무작정 외우고 공부시간만 늘리면 될거라고 착각했어요. 수업 듣는 자세만 바꿔도 공부에 흥미를 더 느낄 수 있다는 걸 이제야 알았습니다.”



엄마가 공부방법 알면 자녀와 대화가 트인다



 이씨의 이런 변화엔 자기주도학습지도사 전문교육과정을 밟은 게 계기가 됐다. 이씨는 이 과정에서 예·복습과 생활·식사관리는 물론 수업경청, 스트레스해소, 계획세우기, 호홉법까지 공부방법과 관련된 다양한 기초 이론들을 배웠다. 공부에 대한 지금까지의 상식이 완전히 깨지는 순간이었다. 이씨는 한 예로, 교육과정에서 배운 방법으로 자녀에게 복식호홉법을 가르쳤던 기억을 떠올렸다. “시험이 끝나고 집에 오자마자 아이가 ‘엄마 정말 신기해, 시킨대로 하니까 떨리지도 않았어’라며 좋아하더라고요. 내가 아이에게 공부멘토가 된 거죠.”



 하영숙(35·경기 남양주·언어사고력지도사)씨도 “아이가 공부에 흥미를 갖게 하려면 엄마가 먼저 변해야 한다”고 동의했다. 단순히 입시정보수집, 일정관리 등 보조적인 역할에만 머물지 말고 엄마가 ‘공부 멘토’로 역할할 수 있는 전문가가 돼라는 주문이다. 수학·영어 등 교과를 직접 가르칠 순 없지만 공부하는 ‘방법’에 대해선 멘토가 될 수 있다. 자녀들의 공부 고민은 대부분 구체적이다. 효과적인 암기법, 계획세우는 법, 노트필기하는 요령 등 엄마들이 멘토로 나서 해결해줄 수 있는 문제가 많다.



 자기주도학습 전형, 입학사정관제 등 입시환경 변화도 엄마들로 하여금 전문지도사 과정에 눈을 돌리게 하는 이유다. 곽영경(46·부산시 밀락동·자기주도학습지도사)씨는 2008년 지역 대학의 평생교육원을 찾았다. 첫째 자녀가 재수생이고, 둘째가 고교 2학년 때였다. 자기주도학습지도사 교육을 들으면서 대학입시의 변화, 수시모집의 특징, 입학사정관제의 성격 등을 알 수 있었다. 곽씨는 “대학입시제도의 변화에 대해 듣고, 거기에 맞는 공부방법을 배우니까 자녀들과 대화를 할 때 구체적이고 정확한 공부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고 떠올렸다. 곽씨의 아들 이석봉(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2)씨는 “어머니가 가르쳐준 핵심어필기법은 재수생활할 때 큰 도움이 됐다”며 “어머니는 내게 멘토였다”고 돌아봤다.



동기모임 이어가고 다양한 사례 참고해



 좋은 학습법이라도 그것이 반드시 ‘내 자녀’에게 맞을 것이라는 판단은 금물이다. 하씨는 지도사 과정 동기 엄마들과 함께 4월부터 공부모임을 시작했다. 올해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좀 더 체계적인 독서지도가 필요해져서다. 강의 중 어려웠던 내용도 물어보고 다른 엄마들의 사례를 들으면서 자녀에게 어떻게 적용해볼지 계획을 세웠다. 품앗이처럼 엄마들끼리 힘을 모을 수 있다는 점도 공부모임의 장점이다. 하씨 모임에선 매주 독서교재를 직접 만든다. 시중 교재에 보충자료를 추가하고 해볼 만한 독후활동에 대해 아이디어를 나누면서 ‘내 자녀만을 위한 독서지도과정’을 개발한다. 하씨는 “강의가 아무리 자세해도 내 자녀에게 적용하긴 쉽지 않다”며 “다른 엄마들의 경험을 참고하면 실수를 줄일 수 있다”고 추천했다.

 

 이씨도 “온라인 카페, 오프모임 등 동기엄마들끼리의 모임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런 지도사 교육과정은 실습 수업보다는 온라인강의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론은 강의로 배워도 자녀에게 적용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세세한 것들은 선배엄마들한테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기관을 고를 땐 교육과정을 개설한 지 얼마나 됐고 과정 수료 후 추가적으로 관리를 해주는지 여부를 확인하면 좋다. 교육생 동기들이 모이는 온라인 대화방이나 오프모임이 얼마나 활발하게 운영되는지도 중요하다. 하씨는 “학습법을 자녀에게 적용해보는 과정은 한번으로 끝나지 않는다”며 “과정수료 후에도 계속 연구하고 고민해야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충고했다.



 이런 동기모임은 엄마들 네트워크로서도 톡톡히 한몫한다. 김희영(38·경기 성남시·독서논술지도사)씨는 “다들 자녀를 키우는 엄마들이라 깐깐하고 정확하게 평가한다”며 “체험학습장, 학원, 강사 등에 대해 정확하고 유용한 정보를 얻기도 한다”고 말했다.



[사진설명] 하영숙(왼쪽)씨와 이숙화씨는 앞으로도 다른 전문 교육 지도사 과정을 밟을 예정이다. 이들은 “부모도 계속 공부해야 한다”며 의지를 다졌다.



<정현진 기자 correctroad@joongang.co.kr/사진=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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