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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츠의 ‘子<자녀+재테크>테크’ 비법 … “자녀에게 결핍을 가르쳐라”

중앙선데이 2011.06.19 00:17 223호 24면 지면보기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의 창업자인 빌 게이츠(사진 오른쪽)와 아내 멀린다(왼쪽)가 아프리카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의 창업자 빌 게이츠가 최근 자녀 교육과 상속 문제에 대해 깜짝 놀랄 만한 ‘선언’을 했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자녀들에게 내가 가진 재산의 극히 일부분만 물려줄 계획”이라며 “이는 그들 스스로 자신의 길을 찾으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그만큼의 돈(재산 전체)은 그들에게 좋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윤설희의 부자들의 성공 DNA

미국의 경제전문잡지 포브스에 따르면 세계 2위의 부자인 게이츠의 재산은 560억 달러(약 60조6480억원)에 달한다. 그는 현재 세 자녀를 두고 있다. 만일 자녀 1인당 재산의 1%씩 물려주더라도 각각 6000억원이 넘는 유산을 남겨주는 셈이 된다. 하지만 영국의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게이츠가 자녀 1인당 1000만 달러(약 108억원)만 물려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108억원도 결코 적은 돈은 아니지만 게이츠의 입장에선 0.018%에 불과한 금액이다.

신문에서 게이츠 관련 기사를 읽으면서 국내 J회장의 일화가 생각났다. 자녀가 취직을 하면서 아버지에게 자동차를 사달라고 했다. J회장은 일단 차를 사줬으나 3년에 걸쳐 자녀의 월급통장에서 매달 50만원씩 떼어갔다. 수백억원의 재산을 가진 J회장이 돈이 부족해서 그러했을 리는 없다. 한 달에 50만원이라도 자녀에게 차값을 부담시킴으로써 돈의 가치를 일깨워주기 위해서였다. J회장은 이미 재산의 상당 부분을 공익재단에 기부했다. 그의 기부는 부의 사회환원이란 뜻도 있지만 자녀에게 자립심을 길러줘 올바른 사회인이 되도록 배려하는 더 큰 뜻이 담겨 있는 것으로 보였다.
 
부자들도 의외로 돈 걱정 많아
흔히 부자들은 적어도 돈에 관해선 걱정이 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고액 자산가를 상대하는 은행 프라이빗 뱅커(PB)로서 현장에서 느낀 점은 의외로 부자들이 일반인보다 돈에 대한 걱정이 훨씬 많다는 것이다. 부자들은 기본적으로 자신이 보유한 자산의 효율적인 배분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한다. 더 큰 고민은 자신이 이룬 부를 자녀에게 성공적으로 물려주는 것이다.

영어 속담에 ‘입에 은수저를 물고 태어났다’라는 말이 있다. 부모를 잘 만난 덕분에 태어나면서부터 부자가 됐다는 뜻이다. 그러나 현실은 많이 다르다. 1세대의 부가 2세대로 대물림되는 확률이 의외로 낮다. 미국의 투자은행인 메릴린치의 ‘세계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 100년을 유지하는 부자 가문은 10%에 불과하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상속에 의한 부자는 20% 미만이란 연구 결과가 나온 적도 있었다.

부자들은 일반인보다 훨씬 깊숙히 자녀의 인생에 개입한다. 자녀가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순간부터 부모는 꽉 짜인 일정과 계획으로 자녀를 관리한다. 자녀의 교육·진학·진로·결혼은 물론 심지어 결혼 후의 삶에도 부모가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 과거 보릿고개를 넘기며 어려운 환경 속에서 부를 일군 부모들은 자녀들에겐 자신이 누리지 못한 물질적 풍요로움과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간혹 엇나가는 자녀도 없지 않지만 많은 경우 자녀들도 우수한 성적과 명문대 진학으로 부모의 노력에 보답한다. 그들은 해외 명문대 유학까지 마치고 고급 전문직을 얻어 부모를 더욱 기쁘게 한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강남의 A고객에게 한 달 생활비를 물어본 적이 있다. 고객의 대답에 잠시 귀를 의심했다. 한 달에 쓰는 돈이 대학을 졸업한 대기업 신입사원의 1년치 급여와 맞먹었기 때문이다. 내역을 물어보니 상당 부분이 결혼한 자녀들에게 보태주는 돈이었다. 시장을 볼 때 자녀의 몫은 으레 부모가 계산했고, 자녀의 집에서 일하는 가사 도우미 비용도 부모가 냈다. 가족이 함께 외식하면 계산서는 언제나 부모의 차지였고, 봉급생활자인 자녀가 사기 힘든 고가의 명품도 부모가 사줬다. 그뿐이 아니었다. 휴가철 해외여행 경비나 손자, 손녀의 영어 유치원비도 부모가 지원했다. 결국 자녀는 부모 덕분에 자신이 받는 봉급의 몇 배나 되는 소비생활을 하는 것이었다. 이런 자녀는 좋은 학벌과 직업을 갖고 있더라도 경제적으로는 부모의 도움 없이 살 수 없는 ‘경제적 미성숙아’로 볼 수 있다.
 
돈 주기보다 돈 가치 알게 해줘야
서울 서초동에 사는 K씨의 자녀는 흔히 말하는 명문대를 나온 뒤 미국의 유명 대학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마쳤다. 귀국 후엔 남들이 알아주는 컨설팅 회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직장 생활 5년 만에 그는 치열한 회사생활을 접고 부모가 하는 임대관리 사업에 합류했다. 가끔 부친과 함께 은행에 나오는 그에게 성취욕을 잃어버린 무력감과 권태감이 느껴진다. 이처럼 한창 일할 젊은 나이에 부모의 재산관리로 안주하는 사례는 생각보다 많다. 이들은 대개 부자 부모보다 씀씀이가 더 크다. 그리고 ‘좋은 투자 기회가 있다’는 주변의 유혹에 넘어가는 일이 적지 않다. 그러다보면 시간이 가면서 부모에게 물려받은 부를 거의 소진하고 만다.

부자 부모가 자녀를 제대로 키워낸다는 것은 어쩌면 대단한 도전이 될 수 있다. 부모의 경우 모든 것이 결핍된 환경에서 목표와 도전의식을 갖고 각종 실패와 어려움을 겪으며 성공을 이뤄냈다. 반면 자녀들은 처음부터 물질적인 풍요로움이 주어진 상태에서 출발했다. 이런 자녀들에게 자립심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모든 동물이 생존에 불필요한 기능을 자연스럽게 퇴화시키듯 목표의식이 부족한 자녀에게도 의지와 열정의 퇴화 현상이 일어난다. 미국에서 나온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부자 부모를 둔 자녀는 성인으로서 책임을 수행하는 데 평범한 부모를 둔 자녀보다 평균 10년이나 늦어진다고 한다. 부자 부모의 돈이 오히려 자녀의 정신적·경제적 성숙을 방해할 수 있다는 얘기다.

결론적으로 재테크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재테크는 ‘자테크(자녀+재테크)’라고 말하고 싶다. 이 점은 부자가 아니라도 마찬가지다. 자녀를 위해서라도 자녀의 성장 과정에는 적절한 결핍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결혼 후 자녀에게 매정할 정도로 무심할 필요가 있다. 또한 자녀들을 최대한 어릴 때부터 은행과 친해지도록 하자. 물고기를 손에 쥐여주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서다. 종잣돈을 모으는 법, 신중하게 투자 결정을 내리는 법,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는 법, 혹시 투자에 실패했더라도 실패에서 배우는 법 등을 하나하나 알게 해야한다. 진정한 ‘자(子)테크’는 자녀에게 돈을 물려주는 것이 아니라 돈의 가치를 알게 하는 것이다.

미국 월마트의 창업자인 샘 월턴의 자녀들은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 상점에서 허드렛일을 하고 용돈을 받아 썼다. 그 결과 월턴의 자녀들은 상속형 부자인 동시에 자립형 부자로 성장했다. 세계 3위의 부자로 꼽히는 워런 버핏도 “자녀에게 뭔가를 할 수 있을 만큼 물려 줘야지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을 만큼 물려주지 말라”고 말했다. 버핏이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한 것도 궁극적으로 자녀들을 생각하는 마음에서 나왔을 것이다. 



윤설희(48)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국민은행에 들어갔다. 25년간 은행원 생활을 하면서 명동중앙 지점장과 서초·도곡 프라이빗 뱅킹(PB) 센터장을 거쳐 현재는 압구정 PB센터장으로 재직 중이다. 핀란드 헬싱키대에서 MBA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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