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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목공사로 일자리 만드는 시대는 지났다

중앙선데이 2011.06.19 00:11 223호 24면 지면보기
백악관에서 근무할 때 주요 임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경기부양책이 제대로 실행되는지 점검하는 일이었다. 사실 경기부양책은 훌륭하게 작동했다. 적기에 재정지출 목표를 달성했고, 부작용과 비리를 최소화했으며, 당초 목표했던 300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거나 지켜냈다.

시장 고수에게 듣는다

그런데 대중의 지지는 별로 얻지 못했다. 가장 흔한 비판은 “1930년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했던 것처럼 ‘제2의 후버댐’을 건설하지 못하는 이유가 뭐냐”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실업률이 고공 행진을 하고 있는데 대형 토목공사라도 벌여 일자리를 늘려야 하지 않느냐”는 주장이었다. 심지어 정부 안에서도 뉴딜 정책의 상징인 후버댐에 대한 향수를 말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태양광·풍력 발전 같은 신재생에너지 개발, 고속철도, 스마트그리드, 전기차 배터리 공장 등 수많은 사업이 있었지만 대중은 별 관심이 없었다.

문제는 토목공사가 생각만큼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후버댐의 사례를 살펴보면 가장 많은 인력이 투입됐던 시기의 근로자 수는 5200명이었다. 테네시 계곡 개발 사업에선 그보다 적은 4000명에 그쳤다. 물론 아주 적은 숫자는 아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 취임 직전 두 달 동안 15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진 것과 비교하면 ‘새 발의 피’라고 할 만하다. 만일 대형 토목공사로 일자리를 창출하려고 했다면 300개의 후버댐이 필요했을 것이다.

다른 문제도 있다. 누구를 위해 댐을 건설하느냐는 것이다. 과거와 달리 시민들의 환경의식이 높아졌다. 댐 건설은 환경파괴적이라며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댐을 추가로 건설하자는 요구에 못지않게 기존에 있는 댐을 철거해야 한다는 요구도 높다.

후버댐의 향수가 불러일으킨 또 다른 오해도 있다. 토목공학 기술은 1930년대와 비교해 눈부시게 발전했다. 예전에 삽과 곡괭이를 들고 땅을 파던 인부들은 최신 중장비로 대체된 지 오래다. 최근 후버댐 남쪽에 완공된 대체 교량의 사례를 보자. 교량의 공사 기간은 10년, 공사비는 2억5000만 달러였다. 후버댐 건설 당시의 물가 수준을 감안하면 비용은 절반 정도로 줄었다. 현장 근로자는 1000명으로 후버댐의 5분의 1 수준이었다.

토목공사의 일자리 창출 효과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프로젝트가 있다. 1933년 뉴딜 시절에 건설한 미주리주 오사지강의 낡은 교량을 대체하는 공사였다. 예산은 계획보다 적게 들었고 공기도 단축했다. 이 공사장에서 직접 고용한 인원은 가장 많을 때도 고작 18명이었다.

인프라 공사는 장기적인 경제발전에 필요해서 하는 것이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다. 경기부양책으로 도로 건설에 2년간 250억 달러를 쏟아부었지만 새로 만들거나 지켜낸 일자리는 15만 개에 그쳤다. 단기적으로는 봉급생활자의 세금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일자리 창출 효과가 더 높다. 신규 고용에 대한 기업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이런 방법은 대형 토목공사에 비해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그리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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