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섹시하고 스마트… 눈에 확 띄는 외모, 뛰어난 가속력

중앙선데이 2011.06.19 00:07 223호 27면 지면보기
한국GM은 최근 세단형 승용차 크루즈의 해치백 모델인 ‘쉐보레 크루즈 5’를 공개했다. 빵빵한 뒷모습 덕분에 한층 젊어 보인다. [한국GM 제공]
섹시 앤드 스마트. 한국GM은 ‘쉐보레 크루즈 5’를 한마디로 이렇게 요약한다. ‘섹시’는 디자인, ‘스마트’는 쓰임새를 뜻한다. 크루즈는 쉐보레 브랜드를 도입하기 전에 GM대우 라세티 프리미어로 팔렸던 준중형 세단. 크루즈 5는 크루즈의 꽁무니를 자른 가지치기 모델이다. 뒷유리와 한 덩어리인 트렁크 도어가 ‘뚜껑’ 같다고 해서 ‘해치백’이란 장르로 분류된다.

해치백의 진화 … 한국GM 쉐보레 크루즈 5

유럽에서는 해치백의 인기가 뜨겁다. 소형차 판매의 65%를 차지한다. 실용적이기 때문이다. 세단보다 차체가 짧아 몸놀림이 경쾌하다. 주차도 쉽다. 뒷좌석만 접어 바닥부터 천장까지 트렁크와 실내의 경계를 감쪽같이 허물 수 있다. 세단처럼 머리·몸통·꼬리의 틀에 연연하지 않으니 디자인도 멋스럽다. 크루즈와 차별화된 크루즈 5의 경쟁력도 여기에 있다.

차는 장르마다 각기 다른 용도를 암시한다. 가장 가족적인 차는 왜건이다. 세단을 기본으로 지붕을 꽁무니까지 이어서 짐 공간이 넉넉하다. 큼직한 배낭을 들쳐멘 격이다. 세단은 말쑥한 정장 차림에 비유할 수 있다. 해치백은 세미 캐주얼쯤 된다. ‘격식’과 ‘실용’의 경계에 걸쳤다.

동급 최대 413L의 트렁크는 입구가 넓고 벽과 바닥이 평평해 활용도가 높다.
유럽과 달리 국내 자동차 시장은 세단의 비중이 압도적이다. 한국GM은 크루즈 5의 판매를 크루즈의 5분의 1 정도로 예상한다. 비주류의 운명을 타고난 셈인데, 뒤집어 해석하면 그만큼 희소성이 있다는 뜻이다. 국산차 가운데 현대 i30, 기아 포르테 해치백이 라이벌이다. 덩치는 크루즈 5가 가장 크다. 이들보다 차체 길이와 너비, 앞뒤 바퀴 사이의 거리가 길다.

기다란 눈을 가늘게 뜬 앞모습은 크루즈와 판박이다. 그러나 옆과 뒤는 전연 딴판이다. 지난달 23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신차 발표회 때 한국GM의 디자인을 총괄하는 김태완 부사장은 “크루즈 5 디자인의 특징은 반전”이라고 말했다. 운동으로 다진 엉덩이처럼 쫑긋 올라붙은 뒷모습 덕분에 한층 젊어 보인다. 브레이크등과 헤드램프의 조화도 세단을 앞선다.

쉐보레 크루즈 5의 디자인은 국내에서 주도적으로 진행됐다. 한국GM이 GM 중·소형차의 생산기지이자 개발의 산실이란 사실을 입증하는 예다. 김태완 부사장은 “한국GM의 디자인 스튜디오는 GM의 전 세계 10개 스튜디오 가운데 규모와 인원은 세 번째, 프로젝트 양은 두 번째”라고 설명했다. 최근 출시된 쉐보레 아베오 역시 국내 디자인팀의 솜씨였다.

제원에 표시된 크루즈 5의 트렁크 공간은 413L다. 동급 최대를 자랑했던 385L의 기아 포르테 해치백을 넘어선다. 트렁크에서 용량만큼 중요한 게 형태다. 벽면과 바닥이 반듯해야 구석구석 활용하기 좋은 까닭이다. 크루즈 5의 트렁크는 입구가 넓고 바닥이 평평해 쓰임새가 좋다. 브레이크등을 차체 모서리로 바짝 밀어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앞좌석에서 본 풍경은 세단에서 익숙한 그대로다. 대시보드는 부드럽게 휘며 좌우대칭을 이뤘다. 스위치 개수가 적진 않다. 그러나 기능에 따라 논리적으로 묶었다. 그래서 더듬어 쓰기 좋다. 조명의 색감과 스위치의 서체는 GM의 프미리엄 브랜드 캐딜락을 닮았다. 뒷유리가 가파르지만 실내공간은 덩치만큼 넉넉하다.

한국GM은 글로벌 전략에 따라 움직이느라 국내 시장의 요구엔 대응이 늦다는 평을 들어왔다. 하지만 크루즈 5에서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크루즈 5엔 라세티 프리미어에는 없던 내비게이션을 전 차종에 110만원짜리 옵션으로 마련했다. 또 가솔린과 디젤 최고급 사양엔 룸미러에 내장된 하이패스 단말기가 기본이다. 한 박자 늦은감은 있지만 어쨌든 반갑다.

크루즈 5의 엔진은 직렬 4기통 두 가지다. 1.8L 가솔린 142마력과 2.0L 디젤 163마력으로 나뉜다. 변속기는 둘 다 자동 6단을 장착했다. 세단의 1.6L 가솔린 엔진은 해치백에서 뺐다. 1.8L 가솔린 엔진엔 ‘더블 가변 밸브 타이밍’ 기술을 적용했다. 엔진회전수에 따라 흡·배기 밸브가 여닫히는 시점을 바꾼다. 엔진에 공기를 보내는 통로의 길이도 수시로 늘었다 줄어든다. 우리가 뜀박질하느라 숨이 찰 때 콧구멍과 입을 한껏 벌리는 원리와 같다.

2.0L 디젤 엔진의 핵심은 ‘가변 터보차저’다. 엔진에 공기를 강제로 압축해 쑤셔넣는 장치다. 축의 양끝에 바람개비를 하나씩 매단 꼴로, 엔진에서 폭발을 일으킨 배기가스가 빠져나가는 힘으로 엔진에 불어넣을 공기를 압축한다. ‘가변 터보차저’는 엔진회전수에 따라 팬의 날개 각도가 바뀐다. 화끈한 폭발에 가장 이상적인 공기 밀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시승차는 2.0L 디젤이었다. 시동을 걸면 잔잔한 코골이 수준의 쇳소리가 스민다. 하지만 그때뿐이다. 달릴 땐 바람소리와 노면 소음에 중화돼 자취를 감춘다. 엔진은 데뷔 초기의 라세티 프리미어 디젤과 다르다. 유럽연합의 배기가스 기준인 ‘유로 5’에 맞춰 손질하면서 출력과 토크, 연비, 정숙성을 동시에 높였다. 이래서 가전제품과 차는 늦게 살수록 좋다.

가솔린 엔진과의 차이는 가속 초기의 반응이다. 강렬하다 못해 격렬해 스티어링 휠이 미세하게 떨 정도다. 이전 엔진보다 13마력, 4.1㎏·m를 더 뿜으면서 가속이 한층 힘차졌다. 승차감은 세단보다 단단한 느낌이다. 뒷범퍼와 바퀴 사이의 간격을 바짝 좁히면서 꽁무니의 위아래 움직임이 보다 빠듯하게 통제된 결과다.

크루즈 5 2.0 디젤은 같은 엔진의 세단보다 짧지만 무게는 55㎏ 늘었다. 해치 도어가 무거운 데다 짧은 꽁무니가 촐싹대지 않도록 뒷바퀴 쪽에 무게를 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몸놀림은 여전히 사뿐사뿐하다. 라이벌엔 없는 정속주행 장치를 갖춘 데다 고속에서의 안정감도 한 수 위다.

국내에서 해치백의 실용성은 다소 부풀려진 측면이 없지 않다. 정원을 태울 경우 뒷좌석을 접는 기능은 ‘그림의 떡’이다. 뒷유리를 가리도록 짐을 싣는 경우도 흔치 않다. 따라서 크루즈 5의 매력은 세단의 뒷좌석 공간과 승·하차 편의성, 쿠페의 스타일과 민첩성을 겸비했다는 데서 찾는 게 맞다. 쉐보레 크루즈 5의 가격은 자동변속기 기준, 1.8 가솔린이 1701만~1948만원, 2.0 디젤이 2050만~2236만원이다.

선데이 배너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