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졸업전에 ‘낙태아’ 전시로 중국 미술계 시끌

중앙일보 2011.06.17 12:18
중국의 한 미술대학원생이 ‘낙태아’를 전시해 논란이 일고 있다. 그는 낙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전시의 취지를 밝혔다.



중국 현지언론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광저우 대학성미술관에서 ‘2011 광둥미술대학 졸업전시회’가 열렸다. 1000여 개의 작품이 전시된 이곳에서 류루제씨의 ‘30天, 600例’라는 제목의 작품이 눈에 띄었다.



손가락만한 크기부터 주먹만한 크기의 죽은 태아 35구를 유리병에 넣어 전시했기 때문이다. 병마다 낙태 시기가 적혀 있었다.



류루제는 설명 자료를 통해 “최근 중국 사회에서 낙태가 증가하고 있으며, 낙태 여성의 연령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며 “이 작품에서 보이는 얼굴은 무엇인가, 이 앞에 선 당신은 어떤 감정을 갖는가”라고 말했다.



이에 광둥성 예술협회 소속 작가들은 “표현의 자유를 떠나 버려진 태아를 예술의 도구로 삼는 것은 매우 비윤리적인 행위”라고 지적했다.



일부 매체들도 논평을 통해 “창조적인 예술 작품이라고 포장하지만 결국엔 자극적인 상술이었다” “대학을 광고하려는 낮은 수의 전략이다” “현대 미술과 현실의 충돌이 일어났다. 시도는 참신했지만 공감을 얻지 못했다”고 평가 절하했다.



관람객들도 “충격적이다” “도저히 눈을 뜨고 볼 수가 없다” “자신을 띄우기 위한 의도가 깔린 상업적 작품”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반대로 그의 작품을 “날카롭고 뼈아픈 시각”이라고 보도한 곳도 있었다.



“감추고 싶은 은밀한 사회를 고발했다” “산아제한정책을 일갈했다”는 반응이다.



일부 관람객들도 “생명의 귀중함을 느끼게 한 놀라운 시도다” “낙태에 대한 태아의 경고를 느끼게 해줬다” “창의적인 예술작품”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그러나 전시회 측은 5월 말 이 작품을 전시회에서 철수했다. 류류제는 “내 작품을 뺀 건 화가 나지만 사회에 문제를 제기한다는 목적은 달성했다”며 “외압설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그런 일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류루제의 작품으로 중국 병원의 허술한 의료관리법이 도마 위에 올렸다. 낙태수술로 죽은 태아를 수집ㆍ운송ㆍ저장하는 행위는 법적 처벌을 받는데 류루제가 이를 드러내놓고 행동에 옮겼기 때문이다.



광저우 보건관리국은 “죽은 태아는 의료폐기물에 속하기 때문에 병원이 이를 관리감독할 의무가 있다”며 “류루제는 가족의 동의를 받지 않는 등 부적절한 방식을 썼을 것”이라며 “진상을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둥성 의료윤리연구센터는 성명을 통해 “류루제의 행위는 생명을 경시한 것으로 마땅히 처벌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류루제는 “올해 1~3월 여러 병원을 다니며 낙태의 심각성을 설명했고, 병원과 가족의 자발적인 행동으로 죽은 태아를 가져올 수 있었다”며 “작품을 비난할 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낙태에 대한 심각성을 공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1950년대 낙태가 합법화됐다. 이후 정부는 '한 자녀 갖기' 정책을 시행했다.



중국 관영 언론들은 전체 낙태 건수가 한 해 1300만 건에 달하며, 세계에서 낙태율이 가장 높은 나라일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지은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