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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의 ‘골프 비빔밥’ <21> 스윙은 내 마음 보여주는 거울

중앙일보 2011.06.17 03:47 경제 23면 지면보기






[일러스트= 강일구]





스윙은 내 ‘꼴’이다. 꼬락서니고 꼬라지다. 사람의 관상 ‘꼴’이 결국 그 내면을 드러내는 것이듯 스윙도 꼭 그렇다. 급한 사람의 스윙은 급하고 욕심쟁이의 스윙은 탐욕스럽다. 온화한 사람은 온화하게, 거친 사람은 거칠게 스윙하는 것이 당연하다. 화려하면서 장식적인 스윙이 있는 반면, 단순하고 단아한 스윙도 있다. 멀쩡하던 사람이 분노의 샷을 날리기도 하고 뜬금없는 경쟁심으로 평상심이 흐트러지는 것도 마음의 운동과 같다.



40대 이후의 얼굴을 책임져야 한다면 3년이 지난 ‘스윙의 꼴’은 그 누구의 탓도 아니고, 조건과 환경의 탓도 아닌 순전히 자신의 책임이다. 그렇다고 풀빵 찍어낸 듯한 성형미인, 프로의 스윙을 따라가야 한다는 건 결코 아니다. 시대적인 기준을 떠나 마음을 따스하게 하는 표정이 있는 것처럼 표준적이지 않아도 그 사람만의 고유한 스윙, 아름다운 스윙이 있기 마련이다.



회한과 분노로 일그러져 있던 표정도 한순간 마음을 풀면 풀리듯, 거친 파도처럼 씩씩대던 스윙도 욕심을 버리거나 긴장을 떨치고 불안감을 걷어내고 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편안해진다. 그러니 스윙을 교정하기 전에 골프를 바라보는 관점을 교정해야 하고, 샷을 교정하기 전에 공을 대하는 마음을 추슬러야 한다. 골프를 치다 보면 남의 꼴이 내게 보이듯, 내 꼴도 남이 선명하게 보고 있으려니 생각하면 참 섬뜩하다. 더 늦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스윙을 아니 마음을 수습해야 한다.



주변의 골퍼들을 잘 살펴보자. 스윙과 골프가 하나이듯 골프와 일상도 하나다. 매사 준비 부족인 사람의 골프가 그러하고, 게으른 골프가 그러하고, 전략 부재의 골프가 또한 그러하다. 침착·냉정한 골프가 있고 우왕좌왕 부산스러운 골프가 있다. 성장주도형 골프가 있는가 하면 안정분배형 골프도 있다. 한 샷 한 샷의 희비에 방정을 떠는 작은 골프가 있다면 멀고도 깊게 그림을 그리는 큰 골프가 있다.



아이가 꽤 성장하기까지 그 성격을 가늠하기 어렵듯 초보자의 골프로부터 그의 일상을 짐작하기는 어렵지만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골퍼들을 보노라면 삶과 골프가 나눌려야 나눌 수 없는 하나의 덩어리로 굴러가는 것임을 절감한다. 식습관과 건강을 나눌 수 없고, 경영자의 리더십 스타일과 조직의 특성을 나누기 어렵듯 골프와 일상, 골프와 경영도 나눌 수 없다.



골프를 통해 남의 일상이 투영돼 보인다면 내 삶의 모습도 누군가가 뚜렷하게 보고 있다. 젊은 사람이 너무 잘 치는 것도 왠지 밉상스럽고, 꽤 세월이 흘렀는데도 골프가 만날 그 모양 그 타령인 거도 그리 보기 좋은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골프가 꼭 싱글이 돼야 한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작은 일을 해도 그릇이 큰 사람이 있고, 큰 일을 해도 좁쌀영감이 있는 것을 우리가 알고 있듯이 누군가의 미미한 골프를 보더라도 그의 됨됨이를 미루어 짐작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고 보면 골프는 나를 비추는 거울이다. 유난히 골프가 꼬인다면 가만히 앉아 마음을 들여다보거나 일상의 삶을 되짚어 볼 일이다.



마음골프학교(maumgolf.com)에서 김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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