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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클립] Special Knowledge <309> 해적의 세계

중앙일보 2011.06.17 03:29 경제 18면 지면보기



소말리아 ‘해적증시’엔 72개사 상장 … 납치 성공 땐 이익금 나눠갖죠





‘해적’ 하면 어떤 모습이 떠오르십니까. 터번을 멋지게 두르고 장신구를 주렁주렁 단 모습, 눈 밑의 마스카라와 구슬로 땋아 내린 노란색 옆머리, 해골 마크 반지와 구슬팔찌를 낀 손은 아닌가요. 많은 사람은 디즈니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에 나오는 잭 스패로우 같은 낭만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곤 합니다. 하지만 부산지법에서 열린 삼호주얼리호 납치 해적에 대한 재판은 이러한 상상을 깨뜨렸습니다. 이번 기회에 ‘해적 공부’를 함께 해보겠습니다.



김상진 기자





해적의 역사



해적의 출현은 해상무역의 역사와 같다. 기원전 2000년경부터 지중해 크레타섬과 아라비아해에서 이집트 선박들이 해적의 습격을 당한 기록이 나온다. 그리스·로마시대에는 마케도니아인들이 식민지에서 로마로 운송되는 공물을 약탈하는 해적 활동을 했다. 스페인과 영국이 해상 패권을 다투던 시절에는 대서양, 특히 중남미의 카리브해가 무대다. 바로 캐리비안의 해적이다. 16∼17세기 상설 해군을 가질 수 없었던 나라들은 개인 소유의 상선을 군함으로 사용했다. 이렇게 동원된 상선은 적선을 나포할 경우 노획물을 나눠 가질 수 있었다. 이런 제도는 원래 전시에만 허용됐으나 대항해시대를 맞아 평시에도 통용되면서 무역과 해적 행위의 구분이 어려운 상태가 한동안 지속됐다. 19세기 초 유럽 열강들이 해군력을 갖추면서 이러한 혼란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이러한 논의가 열매를 맺어 1856년 해적 행위를 금지하는 파리선언이 나왔다.



동양에서도 해적 역사는 오래됐다









2009년 프랑스 해군이 해적 출몰로 유명한 소말리아 아덴만에서 화물선을 납치 하려던 해적 일당을 체포하고 있다. 해적들은 당시 크로아티아·파나마 선적 화물선 두 척을 공격하려 했다. [중앙포토]






중국은 진·한(秦·漢)시대(BC 221∼AD 220년)에 산둥(山東) 등 중국 동쪽 연안에서 해적 피해를 당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후한서(後漢書)에는 해적 3000여 명이 남중국해에서 활동한 것으로 나타난다. 말레이시아에서는 해적들이 단순한 약탈과 상거래 독점에서 나아가 국가의 식민지 확보에도 기여한다. 13세기 수마트라섬 동쪽 팔렘방에는 해적 공화국이 있었다.



일본의 해적이 문헌에 나타나는 것은 730년이다. 14세기 중엽에는 쓰시마(對馬)·이키(壹崎)지방 호족의 무사들이 한반도 연안과 중국 산둥반도까지 들어와 약탈을 했다. 우리가 왜구라고 부르는 해적들이다.



현대의 해적









지난해 10월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됐다 4개월 만에 풀려난 금미305호. [중앙포토]



2000년대 초엔 미얀마·필리핀·태국·인도·파푸아뉴기니·말레이시아 해역에서 해적이 빈발했다. 그러나 2005년 이후 동남아시아 해역에선 줄고 아프리카 해역에선 늘고 있다. 유엔 산하 국제해사기구(IMO)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의 해적 발생 건수는 445건으로 2009년 410건에 비해 8.5% 늘어났다. 2008년 293건에 비교하면 28.5% 증가한 것이다. 아프리카 해역에서 발생하는 해적 사건의 대부분은 소말리아 해적들의 소행이다. 해역별로 해적들의 행태가 다르다. 동남아시아 말라카 해협의 해적은 생계형으로 칼과 소형 총을 들고 주로 물건을 강탈한 뒤 달아나는 생계형이다. 반면 아프리카 해역 해적들은 로켓포 등 총기로 중무장한 뒤 선원들을 인질로 잡아 몸값을 요구하는 기업형이다. 총기 사용은 2006년 전체 사건의 22%에서 2010년엔 55%로 늘었다. 소말리아 해적들은 거의 다 총기를 사용한다. 소말리아 해적들이 전 세계에서 납치한 인질은 지금까지 1037명으로 집계됐다. 우리나라 선박이 해적 피해를 당한 것은 2000년 이후 모두 21건이다.



소말리아엔 ‘해적증시’도









올초 소말리아 해적에게 총상을 입은 삼호주얼리호 석해균(58)선장. [중앙포토]



소말리아는 1991년 무하마드 시아드 바레 군사정권이 무너진 후 무법천지가 됐다. 92년에 유엔평화유지군이 파병됐으나 95년 철수한 뒤 2004년 과도 연방정부가 출범한다. 무력한 연방정부는 치안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6개 군벌 간의 내전으로 전체 인구(1000여만 명)의 10%가 목숨을 잃었고, 경제는 엉망이 됐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600달러에 불과하다. 내전과 가난에 쪼들린 젊은이들은 돈벌이를 위해 앞다퉈 해적이 되고 있다. 삼호주얼리호를 납치한 해적들의 신분도 교사·요리사·군인·어부 등이었다. 나이도 모두 20대였다. 소말리아에는 푼들랜드, 소말리아 마린, 마르카, 자원해양경찰(NVCG) 그룹 등 4대 해적세력이 활동하고 있다. 푼들랜드 그룹은 소말리아 북부 에일항을 근거지로 활동하고 있다. 대부분 다로드족 출신으로 조직원이 1만여 명에 달한다. 소말리아 마린은 소말리아 중부인 하라데항을 거점으로 군벌과 결탁한 13만여 명의 조직원들을 갖고 있다. 이들은 원양 항해가 가능한 모선을 갖고 있어 활동 반경이 넓다. 군벌과 결탁한 이 조직은 소말리아 해군이라고 주장한다. 마르카 그룹은 소말리아 남부의 마르카항을 근거지로 디질족 500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자원해양경찰은 키스마요항을 근거지로 1만여 명의 조직원을 두고 소말리아 남부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유럽 연합군은 소말리아에서 직접 활동하는 해적 행동대원 수를 3000명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2009년 8월 소말리아 하라데라에서 개장한 ‘해적증시’에는 72개의 해적기업들이 상장돼 있다. 해적에게 돈이나 무기, 물자 등을 투자한 뒤 선박 납치에 성공할 경우 이익금을 배분받는다. 납치 성공률이 높을수록, 몸값이 비쌀수록 해적기업 가치는 높다고 한다. 소말리아 의회는 올 초 소말리아 정부가 제출한 해적단속 강화법안을 부결했다. 해적들이 소말리아 바다를 지켜주고 있다는 논리를 편 것이다.



소말리아 해적은 갈수록 조직화하면서 납치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 지난해 4월 10일엔 미국의 상륙함 애시랜드호를 직접 공격하는 일도 있었다. 인질 몸값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2007년 40만 달러에서 2009년 400만 달러, 지난해에는 700만∼900만 달러로 불어났다. 몸값의 일부가 이슬람 과격파 자금으로 제공된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미국은 소말리아 해적들의 국제테러단체 연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은 소말리아에서 활동하는 무장 이슬람 단체의 하나인 알샤바브를 2008년 2월 국제테러단체로 분류하기도 했다.



국제사회의 해적 퇴치 노력



소말리아 해적이 등장하기 전에 기승을 부렸던 인도네시아 해역과 말라카 해협의 해적들은 현재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 지역 연안국가들의 해적 감시활동과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예방 활동 때문이다. 국제사회도 말라카 해협의 해적 퇴치를 모델로 삼아 소말리아 해적 퇴치에 힘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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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4월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에서 발생한 프랑스 국적 대형 요트인 르 포낭호 납치사건을 계기로 국제공조가 본격화됐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008년 6월 만장일치로 소말리아 해적 퇴치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 결의에 따라 해적 퇴치를 위한 공동 접촉창구로 ‘소말리아 해적퇴치 연락그룹’(CGPCS)이 세워졌다. 미국·영국·프랑스 등 22개국이 30여 척의 군함을 소말리아 동쪽 해역·인도양·아랍해에 파견해 지나가는 모든 선박을 호송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한국(1척)·중국(3)·일본(2)·인도(1)·러시아(3)·태국(1)·말레이시아(1) 등 7개국 12척의 함정은 자기 나라 선박을 호송하고 있다. 여력이 있을 경우 다른 나라 선박도 보호한다. 군함의 호송을 받지 못하는 나라의 선박들은 선박의 속력에 따라 무리를 지어 통과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9년 3월 청해부대를 창설하고 제1진으로 문무대왕함(4500t급) 파견을 시작으로 현재 제7진 충무공 이순신함이 파견돼 활동 중이다. 6진으로 파견됐던 최영함이 1월 삼호주얼리호를 군사작전으로 구출했었다. 소말리아 해적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소말리아에 안정적인 정부를 수립하고 해상 치안력을 강화하며 해적 활동을 지원하는 자금을 차단하는 것이 시급하다.



기발한 해적 퇴치 장비도 속속 개발



해적 때문에 발전한 분야가 해적 퇴치와 선원보호 설비다. 4월 21일 인도양에서 소말리아 해적들이 한진텐진호를 공격했을 때 선원들이 대피한 ‘긴급피난처(citadel·요새)’가 대표적이다. 시타델은 갑판 아래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다. 위치는 해적들이 쉽게 찾을 수 없도록 배마다 다르다. 소총 같은 개인 화기로는 뚫기 힘든 두꺼운 철판벽으로 돼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요새형 선실을 개발했다. 갑판에서 선실로 연결되는 통로와 계단을 외부에 노출하지 않고 선체 내부로 집어넣었다. 아래층 출입구만 잠그면 해적들의 선실 진입이 아예 불가능하다. 삼성중공업은 고화질 야간 투시장비를 이용한 해적 추적 시스템을 개발했다. 반경 10㎞ 이내의 선박 속도나 이동 방향을 분석해 해적선 의심 선박을 자동 판별하는 기술이다. 해적선으로 추정되면 경보를 울린다. 문제 선박이 계속 접근하면 조타실에서 갑판에 설치된 물대포를 쏜다. 압축 음파를 발사해 해적들의 청각을 손상시켜 선체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첨단 장거리 음향무기(LARD)도 나왔다. 배 외벽에 미끄러운 특수필름을 붙이거나 900V의 전기를 흘려 해적들이 오르지 못하게 하는 장비도 개발됐다. 레이저 대포도 있다. 영국의 보안업체 BAE시스템스가 만든 이 장치는 지름 1m의 밝은 초록색 광선을 해적에게 발사해 일시적으로 눈을 멀게 하고 어지럼증을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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