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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1㎜X3.5㎜ 승부사…갤럭시S 스피커 만들었다

중앙일보 2011.06.17 03:00 경제 11면 지면보기



정승규 EM텍 대표



정승규 EM텍 대표(왼쪽)는 휴대전화용 초소형 스피커를 만드는 데 ‘꽂힌’ 중소기업인이다. EM텍은 기술력을 인정받아 삼성전자 갤럭시S 등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스피커를 납품한다. [김태성 기자]





‘15㎜(가로)×11㎜(세로)×3.5㎜(높이)’.



 갤럭시S 휴대전화에 들어간 초소형 스피커의 사이즈다. 이 작은 세계에 매달리는 중소기업인이 있다. 휴대전화용 마이크로 스피커 개발업체 EM텍의 정승규(49) 대표다. LG전자 연구원 출신인 그는 2001년 1월 직원 7명을 두고 EM텍을 차렸다. 그리고 10년 만에 중국·베트남에 공장 3곳을 둔 직원 130명의 중소기업으로 키웠다. 지난해 매출은 510억원. 관련 분야에선 글로벌 ‘톱 5’ 업체로 꼽힌다.



2007년 5월엔 코스닥에 상장했다. 정 대표는 “스피커는 휴대전화에서 가장 핵심 부품 중 하나”라며 “지난해 전 세계에서 팔린 17억 개 휴대전화용 스피커 중 1억4000만 개가 EM텍 제품”이라고 소개했다.



 그가 스피커의 세계에 빠진 것은 1996년. LG전자에서 세탁기용 모터 개발을 맡아 일하던 그는 부산대 기계공학과 황상문(49) 교수와 실험실에서 인연을 맺었다. 황 교수가 당시 연구하던 주제가 바로 초소형 스피커였다.



정 대표는 “10여 년 전만 해도 인공적인 느낌의 4~16화음 스피커를 썼다. 지금처럼 음질 좋은 스피커를 찾을 수 없었다”며 “황 교수와 힘을 합쳐 좀 더 자연스러운 소리가 나는 스피커를 만들면 승산이 있겠다 싶었다”고 했다. 황 교수와 손을 잡고 회사를 차린 정 대표는 기술개발에 매달렸다.



정 대표는 “신생업체가 살아남으려면 좋은 품질의 제품을 만드는 길밖에 없다고 생각했다”며 “작은 월세방을 빌려 직원들과 함께 4~5개월 동안 거의 나오지 않고 연구에만 매달린 적도 있다”고 술회했다. 개발에 매달린 지 1년여 만인 2002년 3월 탄생한 것이 ‘리시버 일체형’ 마이크로 스피커. 통화음을 들을 수 있는 ‘리시버’와 음악·알람 등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스피커’를 합친 것이다.



이 스피커가 특허를 받자 삼성·LG·팬택 같은 대기업에서도 ‘입질’이 왔다. 정 대표는 “단시간에 회사가 탄탄하게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후엔 ‘소비자의 눈높이’에 도전하는 과정이었다. 정 대표는 “소비자는 음질 좋은 스피커를 원하는데 그러려면 스피커가 커져야 한다. 하지만 반대로 휴대전화 크기는 작길 원한다”며 “두 기준을 모두 만족시키는 스피커를 만드는 게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기계적인 성능 이외에 ‘사람이 듣기 편한’ 소리를 찾기 위해 회사에 방음이 완벽한 ‘음악 감상실’을 따로 두고 실험하기도 했다. 정 대표는 “연구원 출신이라 그런지 연구개발 투자만큼은 욕심을 냈다”며 “현재 직원 130명 중 연구개발 인력만 60여 명”이라고 전했다.



 정 대표는 또 “스피커엔 유연한 소재가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기계로 고정시켜 작업하기가 쉽지 않다. 자동화율을 높이는 것이 제품 단가를 낮추는 관건”이라며 “초기엔 3명이 만들던 것을 이젠 1명이 만들 정도 수준까지 공정을 자동화했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LG도 견학 왔을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고 덧붙였다.



 ‘좋은 소리를 듣고 싶은 소비자의 요구엔 끝이 없다’는 것이 지론인 그는 “대형 컴포넌트 수준의 음질을 갖춘 스피커를 휴대전화에 넣을 수 있다면 저절로 인기를 끌지 않겠느냐”며 “올해 안에 마이크로 스피커 분야 글로벌 ‘톱3’ 업체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글=김기환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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