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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씨-비자카드 ‘로열티 전쟁’

중앙일보 2011.06.17 03:00 경제 2면 지면보기
국내 카드사와 비자·마스터 등 국제 카드사 간의 로열티 분쟁이 정면 대결로 치닫고 있다. 16일 비씨카드는 바자카드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기로 했다. 연간 수천억원에 달하는 로열티 문제를 놓고 빚어 온 해묵은 갈등이 이날 폭발했기 때문이다.


비씨 해외 별도 결제망 만들자
비자 “계약 위반” 위약금 빼가
비씨 “독과점 횡포 … 공정위 제소”
연 2600억원 수수료 갈등 폭발

 비씨카드는 이날 “비자카드가 규정 위반을 이유로 정산 계좌에서 10만 달러를 빼갔다”며 “공정위에 곧바로 제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자 측은 “비씨카드가 명백히 운영 규정을 어겼다”며 반박했다.



 두 카드사의 갈등이 시작된 것은 2009년 10월이었다. 비씨카드가 비자·마스터카드에 주는 수수료를 내지 않고 독자 결제망 구축에 나섰다. 미국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 1위 업체인 스타사(Star Network)와 전용선을 구축해 직접 ATM 거래를 시작한 것이다. 본래 비씨-비자카드(비자 마크가 찍힌 비씨카드)가 발급되면 비자카드는 두 가지 명목으로 돈을 받는다. 우선 국제 카드 분담금. 사용액의 일정 비율을 비씨카드사 같은 카드회사로부터 걷는 것이다. 일종의 브랜드 사용료다. 또 하나는 국제 카드 수수료. 소비자들이 외국에 나가 카드로 물건을 사거나 ATM으로 현금서비스 등을 받을 때 비자카드의 결제망인 ‘비자넷’을 이용했다는 명목으로 소비자들로부터 직접 사용금액의 1%를 받는다. 비씨카드는 이 점에 주목했다. 직접 미국에 ATM 전용선을 구축하면 비씨-비자카드를 가지고 미국에 가 ATM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더 이상 1%의 수수료를 비자카드에 낼 필요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주요 수익원을 잃게 되는 비자카드로선 비씨 측의 ‘도전’을 용납하기 어려워진 셈이다.



 여기에 비자카드는 비씨카드가 중국 인롄(銀聯)카드와 제휴해 중국 관광객이 국내에서 사용한 인롄-비자카드(비자마크가 찍힌 인롄카드) 결제분을 정산 처리해 준 것도 비자넷을 이용하지 않아 규정 위반이라고 결정했다. 비자카드는 두 사안에 대해 각각 5만 달러를 위약금으로 환수했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카드사와 국내 회원이 국제 카드사에 부담한 수수료는 2600억원에 달한다. 반면 지난해 신용카드 사용액 중 해외 사용액 비중은 1.21%에 불과하다. 지난해 6월 말 기준으로 국내에서 발급된 해외 겸용 카드의 87%가 해외 사용 실적이 없다. 국내에서만 사용하는 카드에 대해 비자나 마스터 브랜드를 붙인 대가로 매년 수천억원의 로열티를 주는 게 국부 유출이 아니냐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는 이유다.



윤창희·채승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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