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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탭도 스마트TV도 이들이 영혼을 불어넣었다, 은밀하게

중앙일보 2011.06.17 03:00 경제 2면 지면보기
이달 9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엘세군도 #909 타워 5층. 직원들이 하루 종일 세계 각국 파트너와 국제영상통화로 회의를 하고 있었다. 스마트TV·스마트폰·태블릿PC·인터넷가전에 올릴 영화·뉴스·잡지 관련 디지털 콘텐트 개발과 제휴에 대한 이야기였다. 준 리(June Lee) 차장은 “아침엔 유럽, 낮엔 미국 동·서부, 저녁엔 한국과 글로벌 시간대에 맞춰 토론하느라 하루가 짧다”고 말했다.


‘삼성 소프트웨어 심장’ MSA … 8인의 비밀조직 미국에 있다

 삼성전자가 은밀하게 운영하는 ‘미디어 솔루션 아메리카(MSA)’의 모습이다. 이 회사 최지성 부회장이 글로벌 스마트 혁명이 불자 지난해 1월 ‘삼성의 소프트웨어(SW) 심장’으로 출범시킨 조직이 MSA다. 이 조직은 삼성의 신제품 출시에 마지막 열쇠를 갖고 있다. 좋은 제품이 개발돼도 MSA에서 확보한 콘텐트가 담겨야 출시가 가능하다. 국내외 언론은 물론 삼성 내부에서도 그런 사실을 아는 사람이 별로 없을 정도로 MSA는 극비리에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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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 전날인 8일 베스트바이(전자제품 유통회사) 뉴욕 유니온스퀘어점. 삼성은 차세대 태블릿PC ‘갤럭시탭10.1’을 선보였다. 점포에선 수백여 명이 이 제품을 사려고 줄을 섰다. 영상통화로 이런 내용을 전해 들은 스티브 조 MSA 책임자는 “팬댕고(Fandango)의 영화 콘텐트와 님(NIM)의 e북(전자책)은 잘 뜨나요”라고 뉴욕 삼성전자 마케팅 담당자에게 물었다.



 팬댕고는 미국 최대 케이블사인 컴캐스트의 동영상 자회사이고, 님은 콘디내스트·뉴스코퍼레이션 등 글로벌 5대 출판사가 공동 운영하는 e북 회사다. MSA가 지난달과 이달 두 회사와 각각 제휴해 관련 콘텐트를 갤럭시탭10.1 등에 실었다. 또 요즘 미국 TV에 광고 중인 차세대 커넥티드(인터넷) 냉장고도 MSA 손길이 닿아 화제다. 조 책임자는 “임신한 아내를 위해 남편이 냉장고의 액정화면으로 전자책을 보며 요리하는 장면이 미국인을 감동시켰다”고 설명했다.









지난 9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베스트바이 세풀벨다 지점에서 제프 시토 홈가전 책임자가 삼성전자 MSA가 스마트TV에 담은 고화질 영상 콘텐트에 대한 고객 반응을 설명하고 있다. [로스엔젤레스=이원호 기자]



 삼성의 SW 심장인 MSA는 소수 정예 조직이다. 조 책임자와 준 리 차장, 두 사람으로 출발한 조직은 업무가 폭주하는 지금도 직원이 8명뿐이다. 직원 모두 현지 채용된 전문가로, 영화·뉴스·출판계 인맥 네트워크가 탄탄하다. 신제품 출시 정보와 밀접하게 연결되고, 내로라하는 콘텐트 회사와 비밀리에 제휴작업을 한다. 준 리 차장은 “신제품 개발 단계부터 참여하는 데다 콘텐트 제휴 업무가 시간이 걸려 한 프로젝트당 1년 가까이 소요된다”고 전했다.



 사무실은 영상 콘텐트와 글로벌 업무에 효율적으로 대응하려고 할리우드와 LA국제공항(LAX) 인근에 마련했다. 폴 킴 기술담당 차장은 언론에 처음 공개된 사무실 창문 너머의 LAX를 가리키며 “공항에서 걸어서 방문할 정도로 가까워 제휴사 관계자들이 언제든지 비행기를 타고 오간다”고 말했다. 영상통화 회의실 이름도 세계와 실시간 소통하는 의미를 담았다. 대륙을 잇는 ‘파나마’(운하 도시), 상생·협력 키워드 ‘제네바’(국제 도시), 혁신의 상징 ‘멘로파크’(발명가 에디슨의 1호 연구실) 등이다. 조 책임자는 ‘바다’ 간판이 걸린 쇼룸에 대해 “삼성이 개발한 모바일 SW의 기본 플랫폼이자 바다처럼 전 세계를 잇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출범 1년이 지난 요즘 MSA의 진가가 속속 나온다. 공들인 팬댕고·님을 비롯해 워싱턴포스트·LA타임스 같은 신문사와 캐나다 코보(KOBO), 하버드비즈니스 등 출판사들과 콘텐트 제휴를 잇따라 성사시켰다. 특히 동영상 콘텐트는 올해 삼성 SW의 키워드다. 조 책임자는 “지금은 말할 수 없지만 깜짝 놀랄 만한 영화 제작사 같은 동영상 콘텐트 회사와 스마트TV에서 커넥티드 냉장고까지 다양한 스마트 제품에 담을 영상물을 준비한다”고 전했다.



 업무 협의차 뉴욕에서 찾아온 정상태 삼성전자아메리카 마케팅 차장은 MSA의 진면목을 보여준다며 인근 베스트바이로 향했다. 베스트바이 세풀벨다 지점의 제프 시토 홈가전책임자는 삼성의 스마트TV와 커넥티드 냉장고가 최고 인기 제품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화질·성능도 우수한데, 질 좋은 콘텐트까지 다양하게 담겼다”며 스마트TV로 팬댕고 사이트에서 개봉 중인 3차원(3D) 영화 콘텐트를 보여줬다.



로스앤젤레스=이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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