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비즈 칼럼] 소비자는 ‘하이브리드’를 원한다

중앙일보 2011.06.17 02:49 경제 8면 지면보기






이상호
경성대 디지털콘텐츠학부 교수




가상의 저장공간을 개인에게 대여하는 클라우드 컴퓨팅은 그리 새로운 서비스가 아니다. 이미 상당수 기업들이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전문가들은 올해가 개인용 클라우드 컴퓨팅(PCC)의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PCC시장의 후발 주자인 애플의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가 이달 초 애플 개발자 회의(WWDC)에서 뒤늦게 아이클라우드(iCloud)를 발표하자 선발 기업들은 대응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해지고 있다. 잡스의 PCC 아이클라우드는 대체 무엇이 다르기에 이들을 긴장하게 만드는 것일까. 그것은 잡스가 추구하는 방식이 ‘기술과 정책에 맞추는 서비스’가 아닌 ‘소비자가 원하는 방향에 맞추는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새로운 것을 원한다. 애플의 최대 경쟁사인 모 단말제조사는 개발 인력을 구할 때 애플 제품의 개발 경험이 있는 인물을 선호한다고 한다. 이유는 이들이 ‘기술’이 아닌 ‘소비자 중심의 사고’를 통해 개발을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산업의 선도 기업들이 기술개발과 후발 기업들의 진입을 막는 정책적 장벽 구축에 매달리는 동안 애플은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찾아내는, 일종의 ‘룰 브레이커(rule breaker)’의 길을 택했다. 미국 하버드대의 크리스텐슨 교수는 이를 ‘기존 산업의 질서가 뒤바뀌는 파괴적 혁신’이라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혁신의 원천적 에너지가 무엇인지 논란이 있지만 가장 설득력 있는 주장은 기존 산업의 질서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단지 소비자가 ‘새로운 것’을 원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리 주변을 살펴보면 앞서 언급한 ‘새로운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최근 스마트하게 바뀌고 있는 주변의 모든 서비스들의 특징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소비자 중심의 융합, 즉 ‘하이브리드’라고 할 수 있다. 더 이상 하이브리드는 생물학적 용어가 아니다. 헬레니즘과 간다라 문명의 기원, 동서양 음식이 융합된 국수의 탄생 등 인류의 역사와 문명은 무수한 융합의 사례로 설명할 수 있다. 순수한 객체가 새로운 객체로 거듭나기 위해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단계가 바로 어울림인 것이다. 저속에서 전기를, 고속에서는 휘발유 엔진을 이용하는 하이브리드카는 그린에너지와 첨단기술의 상징이 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스마트한 진화와 하이브리드의 중심에는 분명 인간의 선택이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혁신을 주도하는 새로운 스마트 문명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경쟁한다.



 우리 생활과 아주 밀접한 미디어의 진화도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 방송과 통신의 융합, 스마트폰과 연결된 N스크린 서비스 등은 결국 소비자의 선택을 기다리게 될 것이다. 최근 새롭게 부각되는 위성방송과 IPTV의 융합서비스는 전술한 진화의 사례와 맥을 같이 한다. 예컨대 KT와 스카이라이프가 제공하는 올레tv 스카이라이프는 위성방송의 장점과 IPTV의 장점을 융합해 소비자의 선택을 받고 있는 하나의 사례일 것이다.



 다양성의 추구와 경쟁이 궁극적으로 소비자에게 혜택을 준다는 것은 과거의 역사가 증명한다. 해답은 소비자의 선택에 달려 있다. 미디어 산업의 정책도 이것저것 규제와 진입 장벽을 만들기보다 융합을 통해 보다 다양한 콘텐트와 서비스가 시장에 나와 소비자들의 선택을 기다리게 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하지 않을까. 정책 당국과 미디어업계가 소비자 중심의 열린 사고로 미디어 산업을 키우기를 기대한다.



이상호 경성대 디지털콘텐츠학부 교수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