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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훈 시인 처가가 이 동네랍니다

중앙일보 2011.06.17 02:00 Week& 2면 지면보기
낙동강 상류엔 무섬마을 말고도 물돌이 마을이 여러 곳 더 있다. 안동 하회마을도 있고, 예천 회룡포도 있다. 개중에서 무섬은 아직도 한갓진 시골 마을로 남아있다. 6년 전 외나무다리를 복원하기 전까지 찾는 이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주 무섬마을에서 이틀을 묵는 동안에도 드나드는 외지인은 드물었다. 가가호호 방문을 하지 않으면 사람을 만나기도 어렵다. 덕분에 조용한 고택에 들어앉아 한껏 유유자적할 수 있었다. 무섬마을을 여행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글=김영주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경북 지역 3대 물돌이마을인 무섬마을의 아침. 낙동강 지류인 내성천이 시계 반대방향으로 마을을 휘감고 나간다.







# 금빛 모래밭 위의 외나무다리









마을 앞 콘크리트 다리를 건너 군내 버스가 달리고 있다.





지난 9일 무섬마을 외나무다리는 보수공사가 한창이었다. 수면에 바짝 붙어있다 보니 큰물이 지고 나면 다리 상판 몇 개가 쓸려 내려가고 만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장마가 물러간 7월께 다리를 보수했지만, 올해는 사철 손보고 있다. 이 마을을 찾는 외지인 중 대다수는 외나무다리를 보러 오기 때문이다.



 김한직 보존회장은 “사람들이 끊어진 다리를 보면 많이 섭섭해한다. 그래서 면사무소를 재촉해 다리를 이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올해 만 70세의 김씨는 이 마을에서 “셋째로 젊은 축”에 낀다. 다리 보수공사는 동네 울력으로는 감당할 수가 없다.



 다리는 마을 한옥체험관 앞 모래톱에서 시작해 맞은편 몽동골 밭 앞까지 이어진다. 운동화·양말을 차례로 벗고 널판 위에 발바닥을 올려놨다. 평균대 위에 발을 올려놓은 것만큼 너비가 생각보다 좁았다. 예전에는 이보다 더 좁았단다. 그래서 다리를 처음 건너는 외지인은 강물로 나자빠지기 일쑤였다. 강물 한가운데로 나가니 다리가 끊어져 있었다. 강의 한복판, 물살이 제법 거세다. 수심은 기껏해야 어른 무릎 높이이지만, 아이들에게는 제법 위험한 물살이다. 외나무다리는 지난 11일 기차선로처럼 매끈하게 연결됐다.



 내성천은 무섬마을 동쪽에서 흘러들어와 시계 반대방향으로 진행하다 남쪽으로 빠져나간다. 마을을 휘감은 물길의 각도가 300도에 가깝다. 강바닥은 모두 모래밭이다. 사실 100m 남짓한 강폭에서 물이 흐르는 곳은 일부분이며 대부분 모래 평원을 이루고 있다. 끝없이 펼쳐져 있는 모래밭을 보면 자연스럽게 맨발로 걷고 싶은 충동이 인다. 발바닥으로 모래를 비비며 걷는 느낌이 좋다. 소금을 밟는 것처럼 서걱거리는 소리가 난다. 물길을 따라 걷다 보면 마을을 한 바퀴 도는 데 1시간 정도 걸린다. 무섬마을 모래밭 라운드다.



# 조용한 고택에서 하룻밤









평일, 무섬마을 고택은 고즈넉하다. 우편배달부의 오토바이 소리가 마을을 깨운다.









무섬마을 초가 앞에서 방문객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무섬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고택인 만죽재의 사랑채. 1666년 처음 터를 잡았으며, 지금의 집은 120여 년 전에 중수한 것이다.





무섬마을의 역사는 1666년 박수라는 선비에 의해 시작됐다. 당시 그가 지은 한옥을 몇 차례 중수한 것이 현재 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집인 만죽재다. 지금 모습은 120여 년 전에 다시 지은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기와의 일부는 300년 전 당시의 것이다.



  만죽재는 경북 지역 특유의 ‘ㅁ’자형 배치를 따르고 있다. ‘ㅁ’ 지붕 아래 네모난 봉당이 작은 정원처럼 아늑하다. 만죽재에는 박씨 문중 직계손 종부 김시해씨가 혼자 살고 있다. 김씨는 사랑채와 별간 정자를 민박으로 내놨다. 민박 운영이 큰돈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찾아오는 손님이랑 이야기하는 게 재미있어 시작했다. 기력이 없어 식사까지 내놓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반응은 좋단다. 그는 “내가 군불을 못 때서 손님들이 직접 해야 하는 데도 불평하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마을 앞 강물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정자는 이 마을 최고의 명당이다.



  무섬마을은 반남 박씨와 함께 선성 김씨가 동거하는 집성촌이다. 그 외 타성을 가진 주민은 찾아볼 수 없다. 선성 김씨 종택 해우당은 1830년에 지은 집으로 현재 직계손이 살고 있다. 여기서도 민박이 가능하다. 집의 규모 면에서는 만죽재를 능가한다. 역시‘ㅁ’자형 집 구조로 아늑한 느낌을 준다.



 만죽재와 해우당은 경상북도 민속자료 문화재다. 문화재로 지정된 고택에서 묵는 하룻밤은 어느 숙소보다 특별하다. 장작이 수북이 쌓인 아궁이와 누렇게 바랜 아랫목 장판을 보는 것만으로도 추억 속으로 빠져든다.



 무섬마을엔 가옥 50여 채가 있다. 흥미로운 건, 가옥 대부분이 강물을 보고 마주 앉아있다는 사실이다. 길은 강을 보고 일렬로 나 있다. 강둑에서 어느 한 집을 보고 찾아가려면 직선으로 가야 한다. 그래서 더 재미있는 동네 탐방이 된다. 가옥마다 한옥이든 초가든 저마다 집의 특성과 구조를 설명하는 안내판이 붙어 있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한옥에 대해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시인 조지훈의 처가도 마을 안에 있다.



●여행 정보













무섬마을 안쪽에 무섬마을 전시관과 함께 한옥문화체험관이 있다. 영주시가 지난 4월 개관한 것이다. 운영을 맡고 있는 박경진(51)씨는 지난해까지 경북 청송군에 있는 99칸짜리 한옥 송소고택을 지켰던 ‘한옥스테이’ 전문가다. 7년 동안 송소고택을 운영하며 익힌 노하우를 이곳에서 다시 연출할 예정이다. 그는 “특별한 볼거리가 없는 무섬마을에서 한옥과 관련된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시관과 체험관은 환하게 빛나는 소나무 빛이 채 가시지 않은 새 건물이다. 무섬의 역사가 담긴 전시관은 의외로 볼 것이 많다. 일제 강점기 때 독립운동을 했던 마을 역사도 알 수 있다. 민박으로 쓰이는 한옥체험관은 모두 네 동이 있다. 가족단위부터 50인 이상 단체 등 다양한 형태의 숙박이 가능하다. 한옥의 매력은 밤이 돼야 알 수 있다. 한여름 문만 열어놓아도 선선한 기운이 가득하다. 바람이 부는 날이면 체험관 뒤편 참나무 잎 부딪는 소리가 방안까지 흘러 들어온다. 여름방학 동안에는 염색체험 등 가족체험프로그램도 운영한다. 054-634-0040.



 무섬마을은 사진 동호회가 즐겨 찾는 명소 중의 하나다. 외나무다리도 포인트이지만, 물이 크게 휘돌아나가는 마을 풍경이 대표 포인트다. 다리 건너 몽동골 논밭을 따라 언덕에 올라가면 무섬마을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촬영 포인트가 나타난다. 해 뜰 무렵과 석양 비칠 때가 사진 찍기 좋은 시간이다.



 무섬마을에 들어가려면 중앙고속도로 영주 IC를 빠져나와 28번 국도를 타고 문수면 방향으로 가다 보면 나온다. 마을까지는 10분이면 충분하다. 마을에 들어오자마자 경북 향토음식을 내는 한정식집 ‘무섬골동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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