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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감시 시민 CSI가 떴다] 인근 성산검사소 가보니

중앙일보 2011.06.17 01:46 종합 4면 지면보기
교통안전공단 정상호 이사장(55)은 “국토해양부 지원자금이 남아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횡령은 부인했다. 지원금 잔액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고 해명했다. 카드깡을 통한 착복도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충남 금산 출신인 정 이사장은 행정고시(23회)를 거쳐 건설교통부 도시건축심의관, 국토부 항공안전본부장 등을 지냈다.


“기존 시설도 100% 활용 못하는데 부근에 왜 새로 짓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마포구 상암동 자동차검사소 신축 현장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신축을 결정한 정 이사장에게 부정적이다. 15일 오전 찾은 상암 택지개발 2지구에는 굴착기 소음이 요란했다. 6620㎡의 부지 위에 중장비를 이용한 터파기와 흙막이 공사가 한창이다. 자동차 검사소와 통합전산센터를 짓는 현장이다. 1층에는 차량 5대를 동시 수용하는 최첨단 검사소가 들어선다. 2층은 회의실 및 사무공간, 3층은 전산센터다.



 곧 이어 마포구 성산 자동차검사소를 찾았다. 상암 현장과는 직선거리로 2㎞ 남짓, 택시로 7~8분 거리다. 6개의 검사라인에서 10여 대에 대한 검사가 물 흐르듯 진행됐다. 평균 검사 시간은 10~20분. 따라서 대기 시간은 아주 짧다. 1986년에 세워졌지만 검사 장비를 꾸준히 개선해 이용에 불편함도 없다. 고객 김학율(구로구 대방동)씨는 “예전에는 검사 한 번 받는 데 2~3시간씩 걸려 월차를 내고 왔는데 요즘에는 검사소가 워낙 많아 금방 끝난다”고 말했다.



교통안전공단 검사소는 민간 위탁이 활성화하면서 꾸준히 줄었다. 성산 검사소도 100% 활용되지 못하는 형편이다. 가까운 거리에 새로 검사소를 지어야 할 필요가 없는 이유다. 공단 관계자는 “본사가 경북 김천으로 이전하기 때문에 수도권에 새로운 전산센터가 필요했다”며 “검사소라기보다는 통합전산센터가 사업의 주된 목적인 것으로 봐달라”고 말했다. 전산센터를 짓기 위해 불필요한 검사소를 지었다는 얘기처럼 들렸다.



 주민들은 불만이다. 인근 아파트 단지 주민 서안나씨는 “지척인 성산동에 멀쩡한 검사소가 있는데 왜 새로 짓는지 모르겠다”며 “노인과 어린이들이 많이 사는데 완공 후 매연과 소음이 생길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세감시(稅監市) 시민 CSI(과학수사대)의 양지열 변호사(법무법인 한강)는 “효율성·공익성·긴급성 어느 면을 봐도 중복 투자에 의한 예산낭비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것 같다”며 “공익을 위한 시설을 짓는다는 명분 아래 오히려 공익을 해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탐사기획부문=이승녕·고성표·박민제 기자, 이정화 정보검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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