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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S로 전리층 전자분포 변화 추적해 핵실험 확인”

중앙일보 2011.06.17 00:14 종합 27면 지면보기



‘놀라운 신기술’로 국제적 주목 끈 미 유학생 박지혜씨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은 인공위성이 보내는 신호를 받아 수신자의 정확한 위치를 확인하는 기술이다. 원래 미국이 군사용도로 개발했지만, 최근엔 차량 네비게이터 등 생활기기에도 널리 쓰이고 있다. 이 GPS를 이용해 지하 깊은 곳에서 은밀히 진행되는 핵실험을 탐지하는 기술이 최근 개발됐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한국인 유학생 박지혜(30·사진)씨에 의해서다. 박씨는 이달 9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기구(CTBTO) 과학기술(S&T) 콘퍼런스에서 이 기술을 공개해 국제적 주목을 받았다. <본지 6월11일자 8면>



 콘퍼런스를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간 박씨를 e-메일로 단독 인터뷰했다.(※는 이해를 돕기 위한 설명)



 - 핵실험 추적 원리는.



 “지하 핵실험을 하면 대기 중 전리층의 전자 분포가 달라진다.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그 신호(Traveling Ionospheric Disturbance, TID)를 주변 GPS 관측소들을 통해 탐지하는 것이다.”



 - 전리층에 어떤 변화가 생기나.



 “전리층의 전자 밀도는 시간에 따라 변한다. 평소엔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바뀌지만, 핵실험 같은 외부 충격이 전해지면 급격히 변한다. 잔잔히 흐르던 강물에 돌을 던지면 물이 튀고 물살이 바뀌는 것과 마찬가지다.” (※GPS 위성이 보내는 신호는 전리층을 통과해 지상에 전달된다. 이때 전자 밀도가 달라지면 지상 수신 신호가 요동친다. 박씨는 이 점에 착안, 전자 밀도 변화를 보여주는 컴퓨터 알고리즘(Algorithm)을 만들었다. 이를 이용해 북한의 2차 핵실험 전후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강원도 인제 등 11개 지역 관측소에서 충격파가 감지됐다. 진원지를 역추적하니 핵실험 장소인 함경북도 풍계리가 나왔다.)



 - 핵실험 외에 다른 이유로 전리층 파동이 생길 수도 있지 않나.



 “지진·쓰나미 등에 의해서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발생 원인에 따라 탐지되는 신호의 성격이 다를 것이란 게 우리 연구팀의 생각이다. 가령 지진의 경우, 충격파가 일정한 방향으로 전해진다. 때문에 (진앙에서) 특정 방향에 있는 관측소에서만 신호가 탐지될 것이다. 반면 핵실험은 충격파가 방사성(radial direction)으로 퍼진다. 따라서 핵실험장 주위 다양한 방향에서 신호가 탐지될 것이다. 아직 가설 단계로, 후속 연구를 통해 확인해야 할 부분이다.”



 - 사전 정보가 전혀 없어도 핵실험 탐지가 가능할까.



 “전리층 전자 밀도는 늘 변한다. 따라서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지구상 모든 지역을 다 관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하지만 북한과 같이 의심스러운 지역을 골라 주변 GPS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관찰한다면 핵실험을 탐지할 수 있을 것이다.”



 - 기존 탐지법과 비교해 장점은.



 “데이터 접근성이 높다. 국제위성항법시스템관측망(IGS) 관측소가 전 세계 곳곳에 있고, 각 나라가 별도 운영하는 관측소도 많다. IGS 데이터는 특별한 절차 없이 누구든 다운 받을 수 있고, 한국 국토지리정보원 데이터도 대중에 공개돼 있다. 나도 그 데이터를 요청해 연구에 사용했다. 데이터 처리에도 상대적으로 시간이 적게 걸린다.”



 박씨는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시립대 공간정보공학과(학·석사)를 졸업했다. 미국 유학 생활은 2007년 부터 시작했다.



김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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