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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주5일 수업’ 성공하려면

중앙일보 2011.06.17 00:04 종합 29면 지면보기






박남기
광주교육대학교 총장




김황식 국무총리가 최근 2012학년도부터 전국의 초·중·고교를 대상으로 주5일 수업제를 전면 자율 도입한다고 발표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다양한 보완책도 제시했으나 우려를 잠재우지는 못하고 있다. 발표장에 유관 부처와 함께 이 정책을 집행해야 할 각 시·도 교육감이 함께해 정책 공감대와 보완책 실행 의지를 표명해 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주5일제는 시대 흐름으로 볼 때 ‘선택’이 아니라 ‘주어진 상황’으로 판단된다.



 예상되는 가장 큰 문제는 계층 간 교육격차 심화다. 계층 간 교육격차를 줄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정부가 많은 예산과 고급 인력을 투입함으로써 학부모가 스스로 운영하고자 하거나 사교육기관이 제공하려는 프로그램보다 더 나은 토요일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래서 중산층 이상의 부모와 학생도 학교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동참하기를 더 희망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만일 가정형편이 어려운 아이들만 토요일에 학교에 가서 특별프로그램을 받는 것처럼 인식될 경우 교육적 효과보다는 부정적 측면만 더 커지게 될 것이다.



  학업일수 감소에 따른 저소득층 자녀의 실력 저하도 부작용 중 하나다.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놓는다 하더라도 강제로 참여시키기는 어렵다. 지금도 노는 토요일에는 오전부터 학생으로 빽빽하다는 서울 PC방 업주의 말에 나타난 것처럼 미래에 대한 꿈과 강한 동기를 갖고 있지 않은 학생들은 토요일을 배회하며 허비하게 될 것이다. 국가와 사회는 이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교육적 보완책을 동시에 마련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어떠한 보완책을 만들든 학교에 체류하는 시간이 줄면 사교육비는 증가하게 돼 있다. 따라서 사교육비 증가를 최소화하기 위한 별도의 대책 마련도 필요하다.



  이와 함께 매월 총 8시간 이상의 토요일 수업을 평일로 돌려야 하는 상황에서 수업의 질 보장을 위해선 초등학교에 교과전담교사를 늘려야 한다. 우리나라 초등교사의 수업시간이 다른 나라에 비해 적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초등교사는 아침에 출근하면 학생들이 하교하는 순간까지 거의 쉬는 시간 없이 학생들을 돌보며 수업하고 있다. 학생들의 학교생활이 보다 즐겁고 질 높은 수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이번 기회에 초등학교 교과전담교사 비율을 높이기를 바란다.



  발표된 정책이 신뢰를 주기 위해서는 추가 예산 소요 추정액과 그 예산 확보책이 명확히 제시돼야 한다. 상당 부분을 교육청과 개별 학교에 부담을 넘길 경우 보완책이 제대로 집행되지 못해 과거 격주 수업 실시 때와 마찬가지의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는 것이 학교 현장의 우려다.



 파급효과가 큰 정책의 경우에는 시·도교육청별로 시범적으로 적용하면서 몇 년간의 여유를 가지고 점차 확산시키는 접근을 취하기 바란다. 아울러 3년 정도 시행해 만일 의도한 효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연장하지 않는 조건의 교육정책 일몰제 도입도 검토하길 바란다.



박남기 광주교육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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