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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유치장 브래지어 탈의, 인권침해인가

중앙일보 2011.06.17 00:00 종합 30면 지면보기
경찰서 유치장에 수감(收監)되는 여성에게 브래지어를 벗게 한 경찰의 조치는 인권침해인가. 한 여대생의 브래지어 탈의(脫衣)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은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한 직권남용’이라고 주장하고, 경찰은 국가인권위원회에 직권조사 요청을 했다. 브래지어 탈의는 여성의 신체와 관련된 미묘한 사안으로 적법성 여부를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발단은 10일 열린 ‘반값 등록금’ 촛불집회에 참석했던 여대생 7명이 서울 광진경찰서로 연행되면서 벌어졌다. 한대련은 “한 여학생에게 브래지어를 벗도록 한 뒤 수감했고, 이 상태로 남성에게서 조사를 받도록 해 심한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했다”고 주장했다. 우선 브래지어 탈의가 적법한지를 따져야 한다. 경찰은 한 여학생이 화장실에서 스타킹을 벗고 유치장 바닥에 주저앉아 울어 안전을 위해 취한 조치라고 했다. 경찰청 ‘피의자 유치 및 호송규칙’은 “위험물은 보관해야 한다”고 돼 있다. 위험물에는 혁대, 넥타이, 금속물, 기타 자살에 이용될 수 있는 물건들이 들어있다. 브래지어는 명시돼 있지 않지만 ‘기타’에 포함된다고 경찰은 본다. 경찰의 ‘피의자 유치 및 호송규칙 업무편람’에는 구두끈·브래지어도 위험물로 분류돼 있다. 영국에선 피의자가 브래지어를 이용해 자살한 사례가 있고 영국과 프랑스 등지에선 브래지어를 위험물로 본다고 한다.



 브래지어 탈의 문제는 2008년 8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 때도 있었다. 당시 인권위는 “브래지어 탈의 후 성적 수치심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보완을 하라”고 권고했다. 이후 경찰은 유치장에 가운을 비치하고 있다. 광진서는 브래지어를 벗은 여학생에게 가운 또는 본인이 갖고 왔던 카디건을 입을 것을 권유했다고 한다. 자해에 대비해 여성 경찰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브래지어 탈의가 이뤄졌다면 인권침해라고 몰아붙이기 힘들다.



 유치장에선 심리적으로 불안정해지고 극단적인 선택도 할 수 있다. 생명 보호를 위한 브래지어 탈의 절차를 일방적으로 부풀려 매도하고 선동해선 곤란하다. 인권위의 철저한 조사를 통해 논란이 정리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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