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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중국 농민공의 ‘반란’

중앙일보 2011.06.17 00:00 종합 30면 지면보기






한우덕
중국연구소 부장대우




충격이었다. TV화면을 통해 전해지는 중국 광둥(廣東)성의 시위 말이다. 시위는 폭력적으로 발전했고, 경찰은 시위대를 추격했다. 서방 데모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그동안 여러 시위가 있었다. 지난 5월 네이멍구(內蒙古)에서 터진 몽골족 시위는 민족 갈등이 도화선이었다. 1년 전 광둥성 혼다자동차 자회사에서도 폭력 사태가 터졌다.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크고 작은 시위는 매년 약 15만 건. 공장에서, 거리에서 하루에 수백 건의 소요사태가 발생한다. 여러 시위 중에서도 이번 광둥성 사태가 세계 언론의 주목을 끄는 이유는 참가자가 농민공(農民工·농촌 출신의 도시지역 노동자)이라는 점 때문이다.



 농민공은 지난 10년 세계 경제 판도 변화의 핵심이었다. 그 역학 관계는 2001년 11월 11일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에서 시작됐다. 이날 2억여 명의 노동인구가 시장경제 체제에 새로 편입됐다. 브라질 인구와 맞먹는 규모다. 그 주역이 바로 중국 농민공이었다. 그들은 ‘세계 공장’을 돌렸고, 저가 제품은 세계 시장을 잠식했다. 달러가 중국으로 몰리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인민은행에 쌓였던 달러는 다시 미국 국채 매입에 쓰였고, 덕택에 미국은 인플레 없는 성장을 즐길 수 있었다. 2008년 세계 경제위기를 낳았던 미·중 경제 불균형의 한가운데에 농민공이 있었다는 얘기다. ‘중국 농민공이 세계 경제의 판도를 바꿨다’는 말이 그래서 나온다.



 농민공 문제는 중국 사회시스템과 관련된 사안이다. 후커우(戶口·거주지 등록)제도가 핵심이다. 그들은 농촌에 거주지 등록을 하고 있는 농민 신분이다. 아무리 도시 생활을 오래해도 농사꾼일 뿐이다. 그들은 주거·의료·교육 등 도시민이 받는 복지 혜택을 누릴 수 없다. 그 불균형이 이들을 ‘뿔’나게 한 것이다. 여러 학자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후커우 제도는 건재하고 있다. 폐지에 대한 도시 기득권층의 반발이 심하기 때문이다.



 공산당 창당 90주년(7월 1일)을 앞두고 있는 중국은 농민공 소요 사태에 긴장할 수밖에 없다. 임금을 20% 안팎 올려주고, 임금 체불을 강력하게 단속하는 등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관영매체들도 후커우 제도가 사라지지 않는 한 농민공 문제는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최근 출판된 『왜 중국은 세계의 패권을 쥘 수 없는가』라는 책에서 저자는 미래 중국에 비수를 꽂을 잠재적 ‘반란집단’의 하나로 농민공을 꼽는다. “지금은 군·경찰의 지원을 받는 당력(黨力)으로 단단히 뚜껑을 닫고 있지만, 그 반발의 압력이 출구를 찾게 되는 날 폭발력은 가히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광둥성 농민공 시위는 이 책의 주장에 설득력을 실어주고 있다. 중국 공산당 정권의 사회 관리 능력이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농민공은 과거에도 그랬듯 세계 경제에 충격을 줄 ‘경제 요소’다. 그들의 임금 인상은 이미 세계 소비시장을 흔들어놓았다. TV에서 흐르는 농민공 ‘반란’을 결코 남의 일로만 치부할 수 없는 이유다.



한우덕 중국연구소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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